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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복숭아가 어떻게 됐다고?"

by 답설재 2021. 8. 1.

DAUM 이미지(부분, 20210727)

 

 

오십이 넘은 방송인(연예인?) 아무개 씨가 혼인 신고를 했답니다.

연예인 결혼한 일은, 연예인은 우리와 사는 것이 달라서 뉴스가 되는가 보다 하는 편이고, 했거나 말았거나 시큰둥한 것인데 그 아무개 씨의 경우는 왠지 전화로라도 축하해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결혼해보면 괜히 했다 싶을 때도 있을 순 있지만 좋을 때가 훨씬 많아요. 어쩌고 저쩌고."

그렇지만 나는 그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허구한 날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의 연락처도 모른 채 살고 있다니...

 

그가 혼인 신고를 한 것은 아내가 먼저 알아냈습니다.

아내는 그걸 가지고  좀 잘난 척하며 내게 알렸는데 처음에 나는 그 전언(傳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내) "○○○이가 @#$%^&*~"

(나) "복숭아가 어떻게 됐다고?"

아내가 그 말을 하는 1, 2초간 안간힘을 쓰며 오르막을 올라가는 버스 소리 때문에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내가 누구 얘기를 하는지 아는 경우 내가 "복숭아"라고 했다고 해서 내 귀가 영 엉터리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내) "......"

'내가 또 뭘 잘못 알아들었나? 왜 대답이 없지?'

(다시 나, 약간 초조한 느낌으로) "천도복숭아?"

(아내,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이런 일이 일어나므로 짜증이 좀 나서) "에~이 몰라!!!"

 

모든 건 다 무더위 때문이고 코로나 때문입니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웬만하면 동쪽 창문은 열지 않는데 올여름엔 워낙 더워서 동쪽 창문까지 열어놓지 않을 수 없으니까 우리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버스 다니는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또 왜?

코로나만 아니면 아무리 돈이 귀하기로 이 무더위에 복숭아니 뭐니 하며 이렇게 들어앉아만 있겠습니까?

 

아내는 이런 사정을 다 헤아렸겠지요. 아니면 그 연예인 이름을 "복숭아"라고 들은 귀도 신경만 좀 쓰면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일까요? 잠시 후 "연예인 ○○○이 혼인 신고를 했다"고 다시 '중계'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지요.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그것도 모르나?)"

('난 인터넷에서 아~주 큰 걸 보네, 이 사람아! 우주, 광년 이런 어마어마한 것들...... 시시한 문제라야 국제적인 것들..... 도쿄 올림픽도 그중 하나지.')

내가 우주, 광년(光年) 같은 엄청 큰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털어놓았으니 말이지만, 다른 뉴스 같았으면 나도 '적반하장'격으로 당장 그따위 일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일인 양 그러느냐고 했겠지만 이번엔 그 핀잔이 그리 고깝지 않았습니다. 오십이 넘어서... 사랑이라면... 육십이면 어떤가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대는 오래오래 복숭아니 뭐니 엉뚱한 소리나 하지 않고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