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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수국10

우리 선배 편수관 구본웅 화가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에 옛 편수국의 구본웅 미술 편수관의 작품도 소개되었습니다. 「친구의 초상」. 이상(李箱)이 모델이었다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용기 선생님은 뜻도 모를 오감도(烏瞰圖)를 자꾸 읽어 주셨습니다. 벌써 50년이 흘러갔습니다. 지금도 우리들 곁을 오락가락하시며 그 시를 읽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十三人의 兒孩가道路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適當하오.) "선생님! 30년 전인 1935년에 그 이상 시인의 초상화를 문교부 구본웅 미술 편수관께서 그렸습니다. 저는 장차 교육부 편수관이 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때 그 국어 시간에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지…… 아니면 깜짝 놀라셨을지…… 은 구본웅의 친구인 .. 2014. 4. 2.
조선어학회 『한글첫걸음』 이런 책 보신 적 있습니까? 우리(우리나라)는 이런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나는 산더미 같은 자료가 쓰레기처럼 마구 버려져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지금은 그 일이 꿈인가 싶기도 합니다. 1996년 봄, 교육부 편수국이 문을 닫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 자료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교과서정보관에서 봤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비영리 공익법인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인데, 힘(돈)도 능력(인력)도 미약하니까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고 소장 자료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개인 중에도 그 정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를 알고자 하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더 잘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2014. 1. 22.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 □ 숭어 5중주? 송어 5중주? 딸아이 입에서 ‘편수자료’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어느 대학생이 교과서에 나오는 슈베르트의 그 곡이 “송어인지, 송어 또는 숭어”인지, 즉 “송어만 옳은 건지, 송어가 옳지만 예전처럼 숭어라도 해도 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했을 때, 얼핏 어디서 그 기사를 본 것 같아서 “숭어였는데 송어로 고쳤지, 아마?” 했더니 그 정도는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지도교수가 편수자료라는 게 있다면서 거기에서 둘 다 인정하고 있다는 쪽으로 단언(斷言)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의심스러워서 확실하게, 그러니까 그 자료에 정말로 그렇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아! 이건 간단하게 넘어갈 일은 아니구나.’ 싶었고, 지금 내가 편수자료 최신.. 2013. 11. 19.
일본식 독도용어를 쓴 한국사 교과서 일본식 독도용어를 쓴 한국사 교과서 내년부터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울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느 교과서는 친일 성향이라는 논란, 여러 책이 친북 성향이라는 논란 등 이념 문제가 주를 이루고, 단순 오류도 많.. 2013. 10. 15.
5․16군사정변 Ⅰ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5·16의 성격에 대한 국회의원(민주당)들의 질문과 후보자들의 답변에 대해 우문우답(愚問愚答)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 민망할 따름이라는 사설을 보았다.1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5·16이 군사정변이냐"고 묻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직답(直答)을 못하는 이유를 이해해달라"고 했고, 거듭되는 질문으로 30분간 정회까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청문회에서도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었다고 한다. 즉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답변을 피하다가 "(교과서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고, 유정복 안정행정부장관 후보자는 서면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단다. 이들에 비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교과서에 군사정변이라고 기록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분명히 밝힌 것으.. 2013. 3. 3.
최현배 선생의 손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를 만났습니다. 지난 2월 25일 오후 6시 30분, 프레지던트 호텔 31층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2011년 정기총회에서였습니다. 전직 편수관(編修官)들의 모임인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를 초청한 것입니다. 편수관이란 장학관, 교육연구관, 교육연구사, 장학사처럼 전문직의 직렬 중 한 가지이지만, 지금은 그런 직렬을 가진 전문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조직에서 편수국이 사라졌으므로 편수관들도 없어진 것입니다. 편수관들은 '교육과정(敎育課程)' 즉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특수학교 교육을 위한 학교교육의 교과별 목표와 지도내용, 지도방법, 평가방법 등을 정하고 관리하는 일, 교과서를 편찬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 2011. 3. 18.
쓸쓸한 ‘교과서의 날’ 쓸쓸한 교과서의 날 - 최영복 선생님께 - 정말이지 지금부터라도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또 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였습니다. 제4회 교과서의 날 심포지엄인가 뭔가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다가 로비에서 선배들을 전송하고 가려고 한 게 잘못되었을까요. 내친 길에 마당에 나가 담배 한 대를 피고 가자고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을까요. 최영복 선생님께서 꾸부정한 모습으로 혼자 한길로 나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분은 제1차 교육과정기에 문교부 수석편수관으로 근무한, 가물가물한 대선배입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시려는지 그렇게 한길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초라하구나.’ 했습니다. 제가 승용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사실은 저도 곧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지.. 2009. 10. 5.
교과서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 1980년대에 몇 년간 교육부 편수업무를 돕던 나는, 1993년 6월에 편수국 교육연구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편수국은 국장아래에 편수관리를 맡은 서기관실, 교육과정담당관실, 인문과학편수관실, 사회과학편수관실, 자연과학편수관실로 나뉘어, ‘편수관’으로 불리는 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지금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나는 몇 달간 교육과정담당관실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육과정 일을 하다가 곧 사회과학편수관실로 옮겨 초등학교 사회과 편수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는 지금은 되돌아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여서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사회과 편수관으로서의 자부심, 책무성은 가히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그렇게 생활하던 19.. 2008. 7. 30.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Ⅱ) 그분은 알고 보면 가까이 갈 수 있는 틈을 준다 2005년 2월초부터 그분이 친지들에게 '한밤의 사진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나에게 특히 인상깊은 점은 그분이 취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일들, 이런 저런 교육단상 같은 '멀쩡한' 사연 아래에는 꼭 볼 만한 사진을 곁들이는데 그것이 대부분 낯뜨거운(그래봤자 단 한번도 그 흔한 포르노그라피는 아니고 매번 예상보다는 더 '홀랑홀랑' 많이 벗어버려서 혼자 보는데도 '낯뜨거운') 장면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건 초기의 일이었다. 그분의 처남이라는 분이 나서서, 평생을 교육에 몸바쳤으므로 그런 사진을 모아 보내기보다는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충고를 해왔다면서 그분이 당장 그 비판을 수용한 이후로는 내가 보기에.. 2007. 10. 16.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Ⅰ) 완연한 가을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가을을 탑니다.2005년 12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정년을 맞이한 함수곤 선생은 예전에 교육부 편수국장을 지냈습니다. 정년 기념으로 『함수곤의 편수교류기』라는 책을 냈는데, 그때 저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냈습니다. 올가을에는 그 생각이 나서 여기에 그 글을 옮깁니다. 좀 길어서 나누어 실었습니다. 그분은 노래방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분은 몇 사람이 오랜만에 모였을 때 저녁식사만 하고 헤어질 때가 있었을까 싶고, 식사까지 합쳐 3차까지는 가야 제대로 된 모임이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 그러므로 누가 그분의 기분을 좀 맞추어 주고 싶다면 식사를 하면서 대뜸 "우리 식사하고 나서 노래방에 들렸다 헤어집시다" 하면 당장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었을 .. 2007.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