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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어머니14

눈물 너머 아카시아꽃 # 1 내 형제 중 한 명이 다 없애버렸지만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우등상을 받았습니다. 4학년 담임 ○인○ 선생은 우등상은 자신이 거주하는 그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상 따위는 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걸핏하면 매질을 했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그 짓을 자주 했는데 자신이 맞을 매를 자신이 준비해오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가느다란 것, 짧은 것을 가져오면 선생이 갖고 있는 매로 때리겠다고 해서 손가락 세 개 정도 굵기는 되어야 만족했습니다. 나는 늘 매 맞을 아이들 중 한 명이 되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것인지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선생이 풀지 못하는 산수 문제를 말없이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 2022. 5. 25.
"엄마, 내가 얼른 가서 안아줄게요"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으로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어디가 아플 때, 가령 가슴이 아플 때, 가슴속의 내 핏줄이 흥분으로 아우성을 칠 때, 머리가 아프고 이명이 심해져서 완전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을 때, 수십 년이 지났는데 문득 억울할 때, 외로울 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때, 서러울 때, 이러지 말고 그만 돌아가고 싶을 때, 아무래도 신이 나지 않을 때...... 위안을 삼.. 2021. 1. 30.
딸들의 편지 "아름다운 순애 씨" 눈부신 딸들의 편지가 있습니다. 눈부신 딸들의 편지? 눈부신 딸들? 눈부신 편지? 어느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보십시오. 비비안나님 허락으로 그 편지를 옮겨놓았습니다. 이건 실화(實話)입니다. 내 불친 비비안나 김순애 씨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읽어온 그 실화들을 여기에 다 옮겨 보여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블로그 주소를 따라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여가가 없으면? 아주 잠깐! 실화라는 것이라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 볼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요. 사람의 일들을 여전하게 여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blog.daum.net/sktnaap/2601 그녀는 퇴임에 이르러서도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2020. 9. 30.
외롭게 살려고 온 사람 1월 말이었지? 한 종편 방송에 70년대 가수가 보였다. 애절한 저음으로 작별(作別)에 관한 노래들을 부르던 가수. 쓸쓸히, 그렇지만 괜찮다는 듯 자신의 인생을 토로하고 있었다. 공학자(工學者)였던 아버지는 월북했고, 어머니는 누나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으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자신은 동생과 함께 외가에 남았는데 그 동생마저 일찍 죽었다고 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전무(全無)하다고 했다. 작별에 관한 노래로 한 시절을 풍미한 이가 저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아내와도 이혼하고 지인이 제공해준 소규모의 목조 '공간'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공간', 그 거처를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아서 나는 한동안 그의 인터뷰를 듣지도 않고 '저 거처는 그저 공간(空間)이라고 불러야.. 2019. 3. 3.
왕수이자오 《소동파 평전》 중국의 문호 소식蘇軾의 삶과 문학 《소동파 평전 蘇東坡評傳》 왕수이자오 지음 조규백 옮김, 돌베게 2013 1 '적벽부(赤壁賦)'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 적벽부를 읽으면 나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그렇지만 마침내 읽게 된 적벽부는 나를 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임술년1 가을 음력 7월 16일에 소자蘇子가 손님과 더불어 배 띄우고 적벽 아래에서 노닐었네.(169) 그렇게 시작되는 그 긴 부(賦)의 어느 곳에서, 선친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그 얘기를 듣던 육십여 년 전 어느 겨울밤을 그려보았습니다. (……) 진실로 일세의 영웅인데 지금은 어디 가고 없는가?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 잡고 땔나무 하며 물고기 새우와 벗하고 고라니 사슴과 친구 삼아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표주박.. 2018. 12. 5.
"이거 네가 그렸지?" "이거 네가 그렸지?" Ⅰ "이거 네가 그렸지?" 어머니는 그렇게 물을 것입니다. 저승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벌써 44년째입니다. 48세의 초겨울, 노란 하늘을 날아 그곳으로 갔으니까 기다리다가 지쳤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도 나 때문에 지쳤고, 죽어서도 나 때문에 지쳐야 하는 운명입.. 2016. 7. 4.
「저 빨간 곶」 저 빨간 곶 문인수 친정 곳 통영 유자도에 에구구 홀로 산다. 나는 이제 그만 떠나야 하고 엄마는 오늘도 무릎 짚고 무릎 짚어 허리 버티는 독보다. 그렇게 끝끝내 삽짝까지 걸어 나온, 오랜 삽짝이다. 거기 못 박히려는 듯 한 번 곧게 몸 일으켰다, 곧 다시 꼬부라져 어서 가라고 가라고 배 뜰 시간 다 됐다고 손 흔들고 손 흔든다. 조그만 만灣이 여러 구비, 새삼 여러 구비 깊이 파고들어 또 돌아본 즉 곶串에, 저 옛집에 걸린 바다가 지금 더 많이 부푼다. 뜰엔 해당화가 참 예뻤다. 어서 가라고 가라고 내 눈에서 번지는 저녁노을, 빨간 슬레이트 지붕이 섬을 다 물들인다. ――――――――――――――――――――――――――――――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뿔』 『홰치.. 2013. 10. 10.
「오래된 밥」 오래된 밥 최 준 말로 자라는 아이와 밥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밥 먹은 아이는 엄마에게 말을 뱉어내고 엄마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밥이 만드는 말을 하루 세 번씩 하얗게 씻어 안치는 엄마 어제는 공룡을 만든 아이가 오늘은 나무를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새를 만든다 아가야 넌 언제 세상을 다 .. 2011. 7. 15.
자장면 자장면 ◈ 주말 저녁에는 드라마 『결혼해 주세요』를 봅니다. 아내가 전에는 『이웃집 웬수』를 좋아해서 함께 재미있게 봤는데 그 드라마가 끝나자 요즘은 이 드라마에 심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곤혹스러운 건 아내가 저녁에 볼일이 있어 그 드라마를 혼자 본 날의 스토리 전개를 물.. 2010. 12. 13.
이 얼굴 Ⅴ (어머니) -어딜 가는 거니… 아들아, 엄마가 너무 미안해-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요? ... 그만둡니다. 다만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 간절합니다. "어딜 가는 거니... 아들아, 엄마가 너무 미안해" 조선일보 2010년 4월 26일, A10면, '천안함 희생자 장례' 특집기사의 제목. 2010. 4. 27.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에 연재 중인 이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4월호(연재 제4회)에는 지난 번에 소개한 부분에 나오는 그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라는, 역자가 임의로 붙인 작은 제목의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입니다. 어머니는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충실하게 읽는 낭독자는 못 되었지만, 무엇인가 진정한 감정의 어조가 느껴진다 싶은 작품의 경우에는, 그 해석이 경건하고 소박하며 그 목소리가 아름답고 부드럽다는 점에서 역시 훌륭한 낭독자였다. 실생활에 있어서도,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예술작품이 아니고 사람인 경우, 그가 전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라면, 당신의 목소리나 태도나 말투에서 그.. 2009. 3. 31.
"컴 온 아름, 컴 온, 샤이 걸. 돈 크라이" -- 하인스 워드 ⑵ --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컴 온 아름, 컴 온, 샤이 걸. 돈 크라이" -- 하인스 워드 ⑵ -- 또 하인스 워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의 생리가 흔히 그렇지만, 워드가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 혼혈인(누리안)을 보는 언론의 시각은, 흡사 우리가 천사들의 집단을 곁에 두고도 한심하게도 지금까지 그것을 모르고 지냈다는 듯했고, 이 세상은 영웅이라야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철저히 가르치려는 듯했습니다. 워드는 다음에 또 우리나라를 방문하겠다고 했으니 그때는 또 무슨 큰 기사거리를 제공할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의 각 신문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이삭줍기'에 들어간 것 같은데, 지난 10일자 C일보를 보았더니 「떡메 치는 워드 "난 힘센 농부"」라는 제목으..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