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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왕수이자오 《소동파 평전》

by 답설재 2018. 12. 5.

중국의 문호 소식蘇軾의 삶과 문학

《소동파 평전 蘇東坡評傳

왕수이자오 지음 조규백 옮김, 돌베게 2013

 

 

 

 

 

 

    1

 

'적벽부(赤壁賦)'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 적벽부를 읽으면 나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그렇지만 마침내 읽게 된 적벽부는 나를 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임술년1 가을

음력 7월 16일에

소자蘇子가 손님과 더불어 배 띄우고

적벽 아래에서 노닐었네.(169)

 

그렇게 시작되는 그 긴 부(賦)의 어느 곳에서, 선친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그 얘기를 듣던 육십여 년 전 어느 겨울밤을 그려보았습니다.

 

(……)

진실로 일세의 영웅인데

지금은 어디 가고 없는가?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 잡고 땔나무 하며

물고기 새우와 벗하고 고라니 사슴과 친구 삼아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표주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니

하루살이 짧은 인생 천지간에 부쳐 두고

끝없는 대해의 한 알 좁쌀인즉

내 삶이 한순간임을 슬퍼하고

장강 끝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한다오.

공중을 나는 신선을 옆에 끼고

즐거이 노닐면서

밝은 달을 품에 안고 영원히 살고 싶소.

이 일이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아는지라

여음을 쓸쓸한 가을바람에 실었지요.

(……) (173~174)

 

이 부분일 것입니다.

밤늦게 귀가한 선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번역문 뒤에 붙은 원문(原文)을 읽을 수 있다면 '분명히 이 부분'이라는 확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부끄럽고 한스럽습니다.

 

 

    2

 

이 번역본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 겨울밤에 대한 추억이 소식의 어린 시절, 정치와 사상, 철학, 문학의 길을 생각해보고 싶게 하였습니다.

 

소식은 정치적으로는 불우하여 곤란으로 가득 찬 일생을 보냈으나 문학적으로는 전능全能의 작가로서 풍부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시는 2천여 수, 사는 300여 수, 그 위에 산문 작품도 방대한 양에 이른다. 그것은 동시대의 어느 작가보다 뛰어나서 북송 문학의 고봉高峰을 이루었다.(275)

 

 

시, 사, 산문이 많이 소개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언제 한문을 배워 원문을 읽겠습니까. 번역문이라도 고맙게 읽었습니다.

 

 

    3

 

소철은 소식에 대해 "나를 어루만져 준 점으로 말하면 형이요, 나를 가르쳐 준 점으로 말하면 스승이었다."라고 하였다.

소식은 소철에 대해 "어찌 다만 내 동생이리오/요컨대 어진 친구요 선생이다"라고 표현했다.(24)

 

소식은 여덟 살 때 향교에서 공부했다. 선생은 천경관天慶觀 도사道士 장이간張易簡인데, 그는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 가운데 유독 소식의 재능에 주목했다. 소식은 3년 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을 평생 잊지 않았고, 만년의 해남도海南島 유배 시절에는 꿈속에서 보았다고 했다.(24)

 

모친 정씨는 정치적 식견을 갖춘 부인으로 아들 소식에게 『후한서』後漢書 「범방전」范滂傳을 들려주었다. 동한東漢의 명사인 범방은 권력을 쥐고 나라를 그르치는 환관을 반대하다가, 영제靈帝 건녕建寧 2년(서기 169년) 대대적으로 당인黨人을 체포하자, 태연자약하게 나서서 묶이었다. 범방의 모친은 아들과 결별하면서 말했다. "네가 지금 이응李膺, 두밀杜密과 이름을 나란히 하니, 죽어도 무슨 원한이 있겠느냐! 아름다운 이름을 드날렸는데 또 오래 살기까지 바란다면, 이 두 가지를 어찌 겸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정씨는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감동해 마지않았다. 소식은 이때 "제가 만약 범방과 같은 인물이 된다면 어머님께서는 허락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모친 정씨는 단호하게, "네가 범방이 된다면 나는 범방의 어머니가 되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대답했다.(26)

 

소식에게는 아우, 스승,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는 없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나를 압도하였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잊히지 않았습니다.

 

 

    4

 

나는 책이 좋습니다.

세상에 책이 없다면 나는 세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소동파의 《적벽부》 퇴고 이야기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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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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