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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루스 렌델(소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by 답설재 2018. 12. 11.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The New Girlfriend

루스 렌델 소설(단편), 홍성영 옮김, 봄아필, 2015.

 

 

 

    1

 

"지난번 우리가 했던 일 기억해?" 데이비드가 물었다.

크리스틴은 몇 주 동안 그 질문을 기다려 오던 참이었다. "응, 그런데?"

"네가 다시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거든."

그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너무 민감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안 될 것 없지."

"그럼 금요일 오후 어때? 난 휴무이고 앤지는 금요일이면 여동생 집에 가거든."

"매주 금요일마다 가는 건 아니야, 데이비드." 그녀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도 약간 따라 웃었다. "아무튼 이번 주는 갈 거야. 네 차로 올 수 있어? 앤지가 우리 차를 몰고 갈 거라서."

"좋아. 2시쯤 갈까?"

"차고 문을 열어 둘 테니 곧바로 들어오면 돼. 아 참, 크리스틴, 약간 더 늦게까지 있어도 괜찮아? 저녁 내내 함께 있고 싶 (…) (7)

 

이렇게 시작된다.

남자(데이비드)와 여자(크리스틴)는 친구(앤지)의 남편이고 친구(그레이엄)의 아내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부부 넷이서 함께 놀다가 데이비드는 아내 몰래, 크리스틴은 남편 몰래 저렇게 친구의 배우자와 친밀해진 것이 분명하다.

이 남자와 여자는 지난번에 뭘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지만 은밀한 짓거리를 한 것도 분명하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2

 

금요일 오후에 만난 두 사람이 당장 불륜을 저지르는가 싶었는데 그렇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이 이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싶도록 그 후에도 만나고, 만나고, 또 만났는데, 그러다가 '이것 봐라?' 데이비드가 여장을 하고 나타난다. 그러니까 둘이서 어디든 드나들어도 남들은 그들이 '여친 사이'인 줄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3

 

그러면 안 되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마침내 크리스틴을 포옹한다. 끝이다.

 

(…) "난 너와 사랑에 빠지고 있어. 너도 같은 마음이지, 그렇지?"

크리스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데이비드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의 피부는 거칠었고, 그레이엄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체취가 났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입술은 서로 맞닿아 있었고, 그의 몸이 무겁게 그녀를 눌렀다.

크리스틴은 손을 더듬어 열린 핸드백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그의 심장이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에 맞닿아 규칙적으로 박동하는 걸 느낄 수 있었으므로, 어디를 찔러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찌르고 또 찔렀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선홍색 피가 그녀의 옷과 침대 그리고 접시에 놓인 페퍼민트 크림에 튀었다.(23)

 

 

    4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The New Girlfriend).

영화가 소설보다 더 유명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은 같은데 줄거리는 다르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영화 얘기는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다른 것에 대해서는 흔히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지' 했다.

책 표지에도 "영화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의 원작 소설"이라고 되어 있다.

단편소설이지만 제목만 하더라도 영화 만들기에 좋은 소설이지 싶었다.

 

 



 

 

 

                                                                                                                 다음영화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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