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남양주양지초등학교16

그리운 사람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나는 지금 다른 세상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두고 온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내가 와 있는 세상은 ‘저승’은 아니지만 멀쩡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세상, 내가 그 세상에서 하던 '교육'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 학교 근처를 기웃거리게 되면 그들이 하는 일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떠나온 곳을 다시 찾아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나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요. ♣ 내가 마지막으로 두고 온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 속에는 내내 그곳에 있습니다. 이들이 내가 사랑하던 그 아이들과 함.. 2010. 5. 28.
2009 양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한때 ▲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설명해보겠습니다.) 남양주양지초등학교 2009학년도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및 지역위원 들이 그들의 뜻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려고 노력해온 ○○○ 교장과 함께 지난 2월 25일(목) 오후 2시 교장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무종(부위원장)·김정희·김수경·염정남(위원장)·○○○·정정희·이정옥 위원. ▲ 김수경 위원님께 :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다 부탁하고 다 시켜놓고, 기념사진 찍을 때는 '턱'하니 앞을 가로막고 서서 그 고운 모습 보이지도 않게 했으니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그날 키 큰 사람은 뒤에 서라고 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 2월 25일이면, 저로서는 교장으로서의 '볼일'이 사실상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그 며칠 전, 위.. 2010. 3. 4.
마지막 인사 우리 학교 여러분께는 이 인사말을 『슬픈 교육』이라는 비매품 인쇄물과 함께 종업식·졸업식 하루 전인 지난 17일 오후에 배부했습니다. 사실은 이미 2008년 겨울방학에 준비하여 USB에 담아 두었던 인사말이었습니다. 2010. 2. 26.
학급 담임 배정 「학교장 칼럼」이라니, 지금 생각하니까 참 거창하고 생소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18일 저녁, 송별회 자리에서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 홈페이지 담당 선생님께 부탁해서 거기에 탑재되어 있는 제 인사말과 학교장칼럼, 이 블로그로의 링크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이번 주 초에 확인해보았더니 그 부탁대로 제 흔적이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학교장 칼럼」도 그만 쓰려고 하다가 한번만 더 쓰게 됐습니다. 써봤자 몇 번을 더 쓰겠습니까. 봄방학 중입니다. 선생님들은 더러 학교에 나가기도 합니다. 새 학년도 준비를 위한 '전 직원 출근일'도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3월1일자로 전근하게 된 학교에 나가서 학년 학급 배정을 받아 교실 정리를 하기도 합니다. 전근되기 이전 학교에 소속된 선생님인데도 .. 2010. 2. 25.
한 졸업생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가볍게 여겼습니다. 담임교사가 편지쓰기 공부를 시킬 때 '교장에게 써볼까?' 생각한 아이들 몇 명이 쓴, 그래서 대부분 핵심도 없는 그저 그런 인사편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엔 자신이 결혼할 때 주례를 봐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잊을까요, 이 아이도? 일부러 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세상에는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아닌 '멋있는' 혹은 '고명한' 인물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결혼할 때 내게 주례를 봐달라고 했지? 언제 연락이 오려나?' 어느 좋은 날, 이 아이가 결혼할 줄도 모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월만 갈지도 모릅니다. 헛물만 켜며 늙어가겠지요. 하하하~ 이 편지에는 그것 말고 내가 명심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었.. 2010. 2. 24.
어느 어머니의 작별편지Ⅰ- 어느 모임에서 '퇴임연'을 해준다기에 그 백화점 앞 한 식당에 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교육경력 41년의 마지막 한 주일 중 월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그걸 아무도 심각하게 여겨주지는 않지만, 나로서는 무슨 글을 쓰자기도 그렇고, 무슨 생각을 깊이 해보기도 그렇고 참 어중간합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받아둔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이걸 소개하기가 쑥스러운 건 당연하지만, 이 '어중간한' 시간을 이 편지를 실어두는 것으로 메우려고 합니다. 편지를 소개하게 되었지만, 나는 이런 편지를 보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나 누가 저를 '특별한 관점'을 가진 교장이라며 저에 대한 편지 같은 걸 좀 써주려니 했었습니다.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어중간하다'는 것은, 나로서는 허전하고 쓸쓸하다는 의미입니다. 교장선생님!.. 2010. 2. 22.
설날 J 선생님의 전화 J 선생님이 새해 인사 전화를 한 건 차례를 마친 한적한 시간이었습니다. J 선생님은 참 좋은 분입니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 함께 지낼 땐 좋은데, 헤어지기가 어려워서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지냈습니다. 물건이나 책도 그렇지 않습니까? 만났을 땐 좋은데, 잃어버리거나 버려야 하거나 헤어질 땐 어렵습니다. 하물며 사람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그것도 헤어지기 싫은데도 헤어져야 한다면……. 그럼에도 이 학교에 와서 또 좋은 사람들을 발견한 건 참 난처한 일입니다. J 선생님은 '설날이니까 교장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 그와 내가 함께할 일은 공식적으로는 이미 모두 끝났습니다. 마지막 일은 지난 11일의 졸업식입니다. 달력을 보며 생각해봐.. 2010. 2. 14.
양지 육상부·양지 스키부 지난 10일,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까지는 교장실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었으므로 그때까지만 해도 오늘 이렇게 집에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의 무료함이나 허전함 같은 건 짐작도 못했습니다. 나에게는 앞으로 '설 연휴' 같은 이런 시간이 무한정일 것입니다. 이 시간에 나는 이제 교장을 다했고, 교직생활을 마쳤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료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육상부 고경민 코치가 바로 어제 무슨 육상대회가 열렸던 것처럼 12일자로 사진 두 장을 실어놓은 걸 봤습니다. 강인석 선생님과 몇몇 아이들 -내가 이 학교에 왔을 땐 아기 같던 것들이 이렇게 6학년이 됐고, 11일에는 졸업을 해서 떠나간 저 아이들- 대부분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정겹기만 합니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고경민.. 2010. 2. 13.
김춘수 「꽃」-양지오름길, 양지뜨락을 생각하며 어젯밤에는 꿈 끝에 ‘양지오름길’ ‘양지뜨락’ 생각을 하다가 잠이 깨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을 꾸중하는 꿈을 많이 꾸었는데, 요즘은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양지오름길’ ‘양지뜨락’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가평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는 원옥진 선생이 작년 봄에 아이들에게 공모를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교문에서 교사(校舍)까지 올라오는 길을 뭐라고 부르는가, 어떻게 불러야 편리한가, 그 길의 이름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이야기한 끝에 공모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양지뜨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뜰에서 가령 도서바자회를 한다고 치면, “도서바자회를 어디서 하지요?” 물을 때 “건물과 화단 사이에서 합니다.” 하고 대답하면 참 애매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공모(公募)는 참 .. 2009. 11. 23.
쓸쓸한 전시장 11월 4일은 우리 학교에서 경기도교육청 지정 교육과정 평가정책 연구학교 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신종플루가 확산됨에 따라 휴교하는 학교까지 있어서 그 보고회가 사이버 보고회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내가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이것저것 챙기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섭섭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 썰렁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교육과정기획부장과 교육과정연구부장이 차려놓은 전시장이라도 한번 구경하라고 해서 5층의 그 전시장에 가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올해에 있었던 교육과정 활동 결과물을 거기에 많이 모아놓고 있었습니다. 이건 보고회를 앞두고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3월부터 현재까지 여러 가지 '체험활.. 2009. 11. 11.
4학년 교내 체험학습-조상들의 지혜와 우리 문화 신종 인플루엔자만 아니면 우리 학교 4학년은 시월에 민속촌 견학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교내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는 구상을 했고 지난 9일 오전 내내 한복입기, 박물관 꾸미기, 떡 만들기, 민속놀이하기 학습을 했습니다. 민속놀이는 제기차기, 투호, 줄다리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교장인 내가 보기에도 여러 가지 중에서 기가 막히게 좋았던 점은,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벌어진 활동들이었고, 이런 활동들의 시간이 '군대식'으로 딱딱 잘라 40분 단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30분짜리도 있고, 60분짜리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흡사 연간계획에 넣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교육활동 같았습니다. 교장도 좀 경망스러울 때가 있어도 좋다면 ".. 2009. 10. 13.
2009 초가을을 함께한 사람들 아무래도 '한참' 별난 인간이어서 갖은 고생을 시켰고, 그러므로 아직 내년 2월 27일까지는 더 고생해야 할 사람들 중의 몇 사람, 그것도 모자라서 어느 날 이름도 아름답고 실제로도 아름다운 그 식당에서 근사한 저녁을 얻어 먹게 되었을 때 제가 제안해서 찍은 사진입니다.몇 사람이 빠졌습니다.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 장 더 싣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2009년 초가을만 해도, 그래도 괜찮은 때여서, 저런 모습을 갖추어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던 그 순간이 때로는 그리워질 것입니다. 2009.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