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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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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가 그렸지?" "이거 네가 그렸지?" Ⅰ "이거 네가 그렸지?" 어머니는 그렇게 물을 것입니다. 저승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벌써 44년째입니다. 48세의 초겨울, 노란 하늘을 날아 그곳으로 갔으니까 기다리다가 지쳤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도 나 때문에 지쳤고, 죽어서도 나 때문에 지쳐야 하는 운명입.. 2016. 7. 4.
2015년, 아쉬움과 미련에 관한 꿈들 2015.10.10(새벽) 교실 정리 교실을 정리하고 앉아 있었다. 서너 개의 수반에서 식물들이 제법 잘 자라고 있고, 그 중 하나의 수반에는 기묘하게 생긴 무가 가로놓여 있었다. 그러다가 서울역 휴게실 같은 곳에서 대학 동기들 대여섯 명이 한담을 나누는 장면으로 바뀌었는데, 커다란 화분의 초록잎이 사람의 손길이 가까이 가면 홍색으로 변하는 걸 신기해하고 있었다. 나도 손을 대어보며 '이 식물은 흡사 사람처럼 부끄러워하는구나' 생각하였다. 꿈에서 깨어나며 '최근에는 교실을 정리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생각했다. 2015.11.3.0:15 "엄마, 엄마!" 정체가 불분명한 두어 명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었다. "아직 마스크도 벗지 않았잖냐?"고 항변하며 그 마스크를 벗는데 안경이 걸려 함께 벗겨졌다.. 2015. 12. 31.
2015년, 방황과 탐색의 꿈들 2015.7.21(화) 전문성? 협회 간부와 직원 몇 명이 환영하면서 자료의 검토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바꾼 용어는 화이트로 지워 공백이 되어 있었다. 정갈하게 다루긴 했어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없는 자료였다. 짐작하기로는 K사 원로 L이 검토한 것 같았다. 자료관에 들어갔더니 예전에 내가 주관하여 만든 자료들도 상당한 양이 보관되어 있는데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한꺼번에 챙겨 보기에는 무리였다. 데이터를 과학적으르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늘 건성으로 정리하고 만 자신을 한탄스러워했다. 협회측이 보여주는 그 자료를 하나하나 분석하다가 잠이 깨었다. 늦잠이었다. 2015.7.22(수) 형상 몰아내기 벽쪽으로 커텐에 가려져 있는 무슨 형상을 보았다. 불상처럼 생겼지만 화려한 치장을 .. 2015. 12. 3.
2015년, 불안하고 초조했던 날들의 꿈 2015.1.1(목). 새벽. 아직도 학교 그리고 계획 이야기 멋진 양수용 책상 앞에 교감인듯 한 이가 서 있다. 연간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그에게 수정에 필요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나는 교사 신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권위가 좀 있는 입장이어서 그도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계획서는 일반적, 전통적인 모양새와 달리 표 안에 다시 사진과 도표들도 들어 있었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 조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것들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고 내용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또 살펴보겠다고 하자, 그는 "예, 예, 알았습니다―."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태도로 보아 "당신이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실없.. 2015. 4. 1.
2014년의 꿈들 꿈, 2014 거장의 『꿈의 해석』은 그만두고, 그냥 소소한 얘기입니다. 꿈은 늘 좀 불안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거나 황당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거지?' 그렇지만 그 대신 나 혼자만 감상할 수 있는 영화 같은, 그런 재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잠을 자면 으레 꾸게 되는데, 깨어나서 '꿈을 꾸었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운 좋게도 꿈의 어느 부분이 '캡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말하자면 꿈은 늘 꾸는 것이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안타깝게도 대부분 영영 잊어버리게 되고, '꿈을 꾸었구나' 할 때 생각나는 그 장면은 소설이나 위인전의 중간 중간에 곁들여진 삽화 정도이지 전체는 아니어서 꿈 전체가 긴 소설이라면 기억해낼 수 있는 장면은 그 소설, 위인전의.. 2015. 2. 17.
로토 이야기 로토 이야기 "책만 읽으면 뭐가 나오냐?", 그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더 갖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돈이 왕창 생기면 좋겠습니다. '왕창'? 그게 얼만가 하면, 로토 역대 최고 배당금이 95억원이었다는데, 그것 가지고도 부족합니다. 아내는 복권을 살 때마다 "이게 당첨만 되면 .. 2013. 9. 20.
고운기 「코피」 코피 고운기 여자가 오줌을 누되 꼭 이렇게 싸란답니다 마을 뒷산에 올라가 한번 퍼지르면 온 동네가 잠길 정도 물론 이것은 꿈속의 이야기입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증조할머니는 진의인데 언니가 꾼, 온 동네 잠기는 오줌 꿈을 샀다는군요 여기까지 듣다 보니 어라, 이건 김유신 동생 보희와 문희 이야기 아닌가 생각하실 분 많으시겠으나 그것은 삼국유사에 실렸고 이것은 고려사에 나오는데 꿈 판 다음 날 귀한 손님 맞으라는 아버지 말씀에 언니는 문지방을 넘다 발이 걸려 넘어져 코피가 주루룩 얘야 재수 없다 동생 들여보내라 이 대목이 아주 다르지요 언니는 가장 운 나쁜 여자 언니는 하필 거기서 넘어지고 하필 코가 깨져 피를 흘렸단 말입니까 크건 작건 제 것이어서 제 복 담긴 꿈이라면 팔지 마시라고 또 한 번 심심한 옛날.. 2013. 2. 28.
마지막 날 밤의 꿈 나는 '교무실'의 뒷쪽 구석, 별도로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회의실이나 세미나실에서처럼 앉은 것이 아니라 옛날식 저 '지시·명령 전달형' 회의실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두른두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부산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누군가 올해 새로 임명될 부장교사와 담임교사들을 호명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호명이 끝나면 내가 임명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앞쪽으로 얼핏 새로 온 교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교장, 교감, 교무부장은 모두 남성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가 할일이 끝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교무실 문간에는 그곳에 벗어놓았을 제 신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무보조업무를 맡은 이를 .. 2010. 3. 5.
옛 제자 학교 뒤로는 구릉이 펼쳐져 있고, 구릉의 대부분은 꽃밭과 풀밭, '사색의 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그 구릉의 관리를 위해 아이들이 동원되는 일은 없습니다. 꽃밭과 풀밭은 웬만하면 그냥 두어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잘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그 넓은 구릉을 교사 '파란편지'가 혼자서 다 관리합니다. '파란편지'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부분은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이 아니고 관목림과 자작나무숲, 저 아래 평지로 이어지는 코스모스꽃밭 같은 특별한 곳들입니다.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색의 길'만 해도 그렇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아니냐?"고 따졌을 때, '파란편지'는 그 비난에는 대꾸도 하지 않다가 ".. 2010.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