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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흐트러진 시계 바늘

by 답설재 2016. 9. 1.

명패가 보이지 않았다. '회복'이면 좋겠다.

 

 

 

다음은『現代文學』 7월호. 조해진 단편소설 「눈 속의 사람」 첫 대문이다.

 

30분 뒤에 출발하는 태백행 버스표 두 장을 사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는데 이곳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막연히 여진을 기다렸던 7년 전의 겨울이 떠올랐다. 그때 내 시계엔 숫자와 눈금이 없었다. 나에게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돌연!…….

'아, 그래! 그런 꿈을 여러 차례 꾸었지!'

손목시계의 바늘들이 모두 빠지고 흐트러져서 그것들을 제자리에 꽂으려고 애쓰는 꿈.

대충 맞추었는가 싶어 하면 와르르 다시 무너지거나 제 시각을 가르치지 못하거나…….

아예 영 맞추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

 

그 꿈들을 잊고 지낸 것이다.

마음이 자꾸 흐트러지던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런 세월이 지나간 것이려니,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잊고 싶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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