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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자판기 앞에서의 추억에 대한 感謝

by 답설재 2016. 9. 6.

 

 

 

 

 

"가만있어 봐…… 어느 걸로 할까?"

 

오랫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즐겁진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은 많았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는 안 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그 시간이 종료된 걸 알았습니다.

'하나 마셔볼까 말까?'

그 정도여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신다고 죽는 건 아니라면서까지 마실 일도 없는 것이어서

어느 새 별 관계가 없는 사이가 된 것인데

그게 섭섭해서, 별 게 다 섭섭해서

지날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런 절차 없이 어느 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끝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차한 시간들이 기다린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더 빛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이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웃기는 일이었을지

얼마나 '더' 웃기는 인간이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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