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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오십 년 전

by 답설재 2019. 9. 28.

 

 

 

# 1. 이우학교 방문

 

이우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단은 내일 아침 일찍 개별로 그 학교 앞에 집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 시각에 도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걱정스러웠다.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하는 방법, 아예 오늘 오후에 그 학교 인근의 숙소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는 방법을 생각했고, 아무래도 오늘 출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우학교? 내가 교장이었을 때, 나는 내가 직접 가 본 적이 없는 이우학교에 우리 학교 교감과 부장교사 등 열세 명을 보내 관찰하고 오게 했었다. 그때 나는 학교에 남아 있었는데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가 그 학교를 참관하는 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다. '교장선생님꼐서 이 학교 교장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말하자면 내가 강조하는 것들을 그 학교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 2. 이임인사를 준비하는 아침

 

오십 년 전, 처음 교사 생활을 한 그 학교 운동장에 내가 있다. 조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줄을 맞추는 중이었다.

 

나는 그 학교 근무를 마치고 다른 학교로 떠나게 되었다. "나는 다른 학교로 떠난다. 훌륭한 사람들이 되기 바란다"는 간단한 인사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인사가 너무 간단해서 모두들 놀라지 않을까 생각하는 순간 지금의 처지가 생각났다.

'나는 늙은이가 아닌가! 퇴임을 해서 교사 자격을 잃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교사 자격증을 반납한 것은 아니지? 기간제 교사는 나이 제한이 없고 교사 자격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교장 자리에 있지 않고 여기서 정규직들이 운동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그때 앞쪽 아이들의 정열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서라고 하고 다가가 봤더니 어느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뭘 물어보는 중이었다. 아무리 교사라도 그렇지, 아이들의 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므로 내 조치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곧 조회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 3. 학교 앞

 

아침에 이곳 H 초등학교 건물 안에 있는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 꿈 두 가지가 생각났다.

오십 년 전의 그 학교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내가 여태 그런 일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인가!

 

비로소 생각나는 일이 있다. 여태까지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 혹은 교직원, 학부모들이 눈에 띄면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늘 '나는 한때 교장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십 년이 다 되도록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저 아이(들)는 나를 어떤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것일까?'

'저 학부모(들)는 나를 어떤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저 교직원(들)은 나를 어떤 학부모라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만 있어 봐.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 언제 마음으로부터 교원 신분을 벗어나게 되었지?'

'그런데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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