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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을문

by 답설재 2019. 10. 8.

 

2019.9.25. 아침.

 

 



1

 

가을로 들어가는 걸 개별로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들어가겠습니까, 말겠습니까?"

"……."

"잘 생각해서 결정하십시오. 들어가겠다고 결정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일방통행입니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2

 

그 문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이며 생각에 빠질 것 같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가을 속으로 들어가 버릴 수 있단 말이지?'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할 길을 가게 된단 말이지? 그 가을 어디쯤에 앉아서 좀 쉬다가 귀가(歸家)하거나 그럴 수는 없단 말이지?'

'가버릴까? 아무래도 가는 게 낫겠지?'

'그렇지만 말도 하지 않고 나왔는데……. 어수선한 자리도 그대로 두었고…… 소지품도 없이? 신용카드 한 장도 없이?…….'

 

 

3

 

문지기는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습니다.

"헐~ 소지품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가족에게 귀띔하고 나오면 더 좋을 줄 압니까? 정리는 또 무슨 정리, 칠십여 년을 했는데 뭘 더 어떻게 하겠다고 ㅉㅉㅉ……"

 

 

4

 

곧 단풍이 들겠지요?

나는 이번에도 돌아설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길을 따라 어느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무언가 생각해보고, 생각해두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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