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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행

by 답설재 2020. 7. 2.

 

정말인지 몰라도 20년을 키우면 주먹만 하게 된다는 마리모

 

 

 

 

  앞쪽으로 넓게 내려다보여서 비행기 조종석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렇지 않을까 싶은 곳이었습니다.

  나는 그곳의 왼쪽, 선생님은 오른쪽에서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습니다.

  다 지내놓고 보니까 우리는 서로 옆 교실에 있었습니다.

  어떤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곳에 있었다고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1년을 보낸 그곳은 정녕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나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지낸 교실들은 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을까요?

 

  이제 나는 그곳을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길에 대한 걱정이 깊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자칫하면 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게 되고 그러면 끝장인 곳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허리에 밧줄을 매고 다른 준비도 차근차근 하셨습니다.

  마치 이번 일은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내가 오히려 그대로 따라 하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준비를 끝낸 선생님은 서슴지 않고 그 절벽의 안쪽 부분을 발로 긁어 디딜 만한 곳을 만들며 내려가셨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밧줄에 의지해 몸을 내렸는데, 밧줄이 워낙 튼튼해서 손만 놓지 않으면 얼마든지 몸을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전에도 그렇게 내려간 적이 있었던 것처럼 내 몸이 익숙해하는 걸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안전한 곳에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선생님 곁에 더 있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2020.2.15)

 

 

  * 댓글란을 두지 않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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