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15년, 방황과 탐색의 꿈들

by 답설재 2015. 12. 3.

 

 

 

2015.7.21(화)

 

전문성?

 

협회 간부와 직원 몇 명이 환영하면서 자료의 검토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바꾼 용어는 화이트로 지워 공백이 되어 있었다. 정갈하게 다루긴 했어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없는 자료였다. 짐작하기로는 K사 원로 L이 검토한 것 같았다.

자료관에 들어갔더니 예전에 내가 주관하여 만든 자료들도 상당한 양이 보관되어 있는데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한꺼번에 챙겨 보기에는 무리였다. 데이터를 과학적으르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늘 건성으로 정리하고 만 자신을 한탄스러워했다.

협회측이 보여주는 그 자료를 하나하나 분석하다가 잠이 깨었다. 늦잠이었다.

 

 

 

2015.7.22(수)

 

형상 몰아내기

 

벽쪽으로 커텐에 가려져 있는 무슨 형상을 보았다. 불상처럼 생겼지만 화려한 치장을 한 것이었다. 그 인물상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놀랍고 게름직한 느낌을 주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한 것일까? 아버지가 들고 있는 막대를 낚아채듯 해서 그쪽으로 던지며 무어라고 외쳤다.

아내가 잠을 깨웠다. 한밤중이었다.

 

 

 

2015.7.24(금). 새벽

 

반 성

 

마치 예전의 그 가정방문처럼 내가 담당한 어느 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쉬울 것 같은 길을 놓쳤고, 부속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K 장학관도 제 갈 길을 가버렸다. 험난하고 먼 길을 헤매다가 남녀 교원들이 모여 있는 어느 지점에 도착하자 모두들 나를 잘 안다며 명함을 내밀어서 얼른 내 명함을 찾았더니 그 중에는 무슨 메모가 되어 있어 건네기가 곤란한 것도 보였다.

하는 일이 이런가, 스스로 원망스러웠다.

 

 

 

2015.8.5(수). 밤.

 

직원 선발

 

별것도 아닌 자리를 두고 퇴임한 L, Y 박사를 포함하여 수십 명이 응모하였다. 캠퍼스의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P가 패거리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뭘 잘 아는 척 얘기하며 들어가는 걸 보고 "야! 넌 어떻게 인사도 할 줄 모르냐?" 하고 꾸짖었더니 난처한 표정만 짓고 말없이 지나갔다.

겨울이었다. 쌓인 눈을 보며 언덕을 올랐다. 얼어붙은 눈이 깨끗해서 입에 넣어 보기도 했다. 위에 올라 저쪽 언덕을 건너다 봤더니 전에 함께 근무하던 여교사가 동료 두어 명과 대화 중이었다. "이번에 응모한 ○○이가 우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그 사람 맞느냐?"고 큰 소리로 물었는데 바라보기는 하고 마치 들리지 않는다는 듯 대답을 하진 않았다. 못들은 척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눈이 녹아 아주 편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2015.8.8(금). 새벽

 

부교재 검토

 

교과서는 이미 발행되었으므로 부교재의 오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 딸이라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보다 더 치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었다. 서울의 L장학관이 무슨 서류를 훌훌 넘기면서 그런 분이라면 신분을 뭐라고 해야 할지 그게 문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교재의 볼륨이 7, 8백 페이지는 될 터인데 부담스러워서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아내의 안과 검진·치료가 예약된 날 새벽 꿈이었다.

 

 

 

2015.9.21(월). 새벽

 

수 포

 

학교가 온통 어수선했다. 종업식 날이었다. 교실들을 둘러봤더니 폐허를 방불케 하였다.

L 모자(母子)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얼른 교문으로 나가서 지켜보았다. D시의 N학교에서 만난 아이인데도 학교는 S시 H학교로 보였다. 교문 앞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텃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썰물처럼 아이들이 다 사라지고 없는데도 그들 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달아나듯 빠져나간 것 같았고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30여 년 전, L은 부유한 집 외동이지만 교실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다른 아이의 동전을 훔쳐 어머니가 충격을 받게 한 아이였다. 그런 경우에는 처음에는 담임에게 하소연도 하고 미안해 하지만 결국은 멀어지게 마련이었다. L네도 결국 이사를 가버렸다.

 

 

 

2015.9.28(화, 추석연휴)

 

방황

 

기숙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면 될 일인데 어쩌다가 일행을 놓쳤고, 몇 발자국 앞서 가던 아들과 그 동료 두어 명도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두어 갈래의 골목을 지나며 그들을 불렀지만 행적이 묘연하고 끝내 전혀 짐작도 되지 않는 막막한 시가지가 눈앞에 전개되었다.

전에도 이곳에서 길을 잃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노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어디에서 타고 내려야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잠들어 있는 낯선 집으로 들어섰다. 쓸 만한 이부자리가 보이지 않아서 몇 번이나 물었지만 건성으로 대답할 뿐 눈을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그 방의 라디오 소리는 옆방에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답답해 하다가 잠이 깨었는데 잠든 지 겨우 20여 분이 지난 열두 시경이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아쉬움과 미련에 관한 꿈들  (0) 2015.12.31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는가  (0) 2015.12.08
흡연자 헬무트 슈미트의 행복  (0) 2015.11.22
인연 잊어가기  (0) 2015.11.19
"아주머니"  (0) 201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