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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는가

by 답설재 2015. 12. 8.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는가

 

 

 

 

 

 

 

  뭔가 싶어서 열어본 메일에 교육부 선배 편수관의 입원 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 즐겁게 걷기를 하던 중 발을 헛디디면서 넘어지셨습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119를 불러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검진한 결과, 뇌출혈로 판명되어 현재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 중에 있습니다……."

 

  강직하고, 열정적이고, 때로는 다정다감하고…… 무엇보다 실력이 출중한 분이어서 큰 일을 했어도 예외가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같은 메일을 받아보았을 다른 선배 편수관은, 오늘 아침에 "고혈압, 증세 없이 다가오는 '침묵의 死神'"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스크랩한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고혈압은 증세 없이 진행되다가 합병증으로 갑자기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출혈 등 치명적인 순환기질환을 일으키므로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기사였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선배님은 저 선배님의 병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아니,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실까, 아니면……'

 

 

 

 

 

서울아산병원 건강소식 vol.155(2015.12.7)

 

 

 

  병원에서 보내주는 이번 달 소식지를 보니까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 인자에는 "고혈압, 비만(체중 과다), 당뇨병, 부모의 가족력(뇌졸중이나 심장병), 흡연, 운동 부족, 고지혈증,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잘 읽지도 않고, 만성이 되어 읽으나마나지만 어김없이 예방 수칙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관상동맥질환의 일차적 예방은 일반적으로 동맥 경화증의 예방과 같습니다. 동맥경화의 4대 위험인자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및 고콜레스테롤혈증이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합니다.

  둘째,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고 과일과 채소류를 많이 먹도록 합니다.

  셋째,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조절합니다.

  넷째, 금연은 필수적입니다.

  다섯째,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

  '무슨 핑계꺼리가 없나?' 그것부터 생각합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오늘은 늦게 들어왔으니까, 최근 며칠간 헬스장에 자주 갔으니까……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

  아내는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저렇게 먹고 싶은가…… 그만큼 고생했으면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은데……"

  그런 걸 피해야 한다는 홍보지나 신문기사 같은 걸 주방, 냉장고, 컴퓨터 옆에 여러 장 붙여 놓았습니다. 누가 보면 '이 사람은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본받으려 들 것입니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조절?

  글쎄요,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그게 증거는 없는 나의 믿음입니다.

 

  금연은 필수적?

  이건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중환자실에 있을 때 저절로 끊어졌으니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47년간이나 피워댄 효과가 남아 있긴 하겠지요? 허파가 꺼어멓게…… 지쳐서……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이건 정말 심각한 조건입니다.

  나로 말하면 바로 이것 때문에 걸렸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 심장병의 원인은 75%가 이것 때문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면 나는 내 심장에 대해 가혹한 사람이 분명합니다.

 

 

 

 

  그분이 얼른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나도 들어갔다가 나왔으니까 그분도 그렇게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다만 이번이 아닌, 다음 경우에 못 일어나게 되면 그건 순서가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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