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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99

오며가며 Ⅱ 2012.10.23. Ⅰ 우연히 무대 장치들이 무너지는 수가 있다. 기상·전차·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네 시간, 식사·전차·네 시간의 일·식사·잠,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똑같은 리듬에 따라, 이 길을 거의 내내 무심코 따라간다. 그러나 어느 날 라는 의문이 솟고,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당혹감 서린 지겨움 속에서 시작된다.(알베르 까뮈, 민희식 옮김,『시지프스의 신화』육문사, 1993, 27). 『시지프의 신화』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그래, 맞아! 삶은 지겨움의 연속이야' 하고 생각한 것은, 1990년대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 책은, 참 어쭙잖아서 공개하기조차 곤란한 어떤 이유로 그럭저럭 대여섯 번은 읽었는데, 그렇게 감탄한 그 몇 년 후 어느날에는 '뭐가 그리 지겨워.. 2012. 10. 30.
선수후포선착장 2012.10.13. 선수후포선착장 2012.10.13. 2012. 10. 22.
천마산 일기 Ⅱ 2012.10.3. 천마산 일기 Ⅱ 2012.10.3. 이제 내려가는 길입니다. 2012. 10. 17.
천마산 일기 Ⅰ 2012.10.3. 천마산 일기 Ⅰ - 2012.10.3. 안개가 잘 끼는 천마산 주변 아파트 후문을 나서면 바로 계곡이 시작됩니다. 그런데도 아파트 사람들은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모릅니다. 다 인간 탓이니 자연이야 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그저 지켜볼 뿐이겠지요. 2012. 10. 17.
광화문의 가을 광화문의 가을 광화문에 가면 일쑤 보리나 밀, 벼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꽃만 전시하는 것보다야 훨씬 다채롭고, 더러 그곳을 오가는 길이면 가난하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기도 합니다. 그 가난은 싫지만 차라리 이 각박함보다는 오히려 더 나은 것 아닐까 싶어질 .. 2012. 10. 1.
그따위 문화시민, 되고 싶지도 않아!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 그럼, 또 뭐가 있지?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 왜? 무엇 때문에? 마음대로 돼? 꼭 그렇게 살아야 해? 하필이면 화장실에 써붙여야 해? 용변 좀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할 수 없어? 내 참 더러워서… "문화시민은 용변 후 항상 손을 닦습니다" 내가 지금 문화시민이 되려고 손을 씻나? 문화시민이라는 게 이렇게 쉬워? 이 사람들이 지금 나를 어떻게 보는 거지? 추켜세우며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면 "그것도 못하겠어?" 그러고 싶은 걸까? 꼭 이렇게 자존심까지 건드려야 할까? 이런 걸 가지고도 '마지막 카드'까지 써먹는 사회, 혹은 표어 만능 사회…… 이건 어떤 문화일까? 추석 연휴라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 화장실 같은 곳에서 이런 표어들을 보.. 2012. 9. 28.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는 책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겨울(12.27~이듬해 3.16)에 고양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제목이었고, 그 전시회 도록의 이름입니다. 모딜리아니, 이 화가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림을 볼 수도 없으면서 미술책에 소개되는 조그마한 그림사진을 보고 어디 그의 그림이 소개된 책이 없는지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창조해낸 목이 길고, 선이 뚜렷하고, 우수에 찬 여인을 주변에서 찾아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 이후에도 그 시도는 끝없이 계속되어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딜리아니(1884~1920)는 이탈리아 화가입니다. 그가 그린 여성들은 매우 단순화된 모습들입니다. 발랄하지도 않고 눈부시.. 2012. 7. 3.
사촌누나 사촌누나는 지금 문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웬만한 나이가 되면 흔히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누나는 삶에 지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그런 생각이 들면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집니다. 우리가 시골 살 때,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렇게 살 때, 명절이나 제사 때 찾아가던 우리 큰집은, 속리산 깊은 계곡의 '도황골'이라는 산골짜기에 있었습니다. 백부께서 정감록(鄭鑑錄)을 아주 좋아하셔서 장차 난을 피한다며 그 골짜기로 들어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난(亂)이라면 그 판단 자체가 난(難)이었을 것입니다. 백부의 그 판단은 당연히 어려운 살림의 근본 원인이 되었고, 그 골짜기를 나와서도 한동안 지난함이 계속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교과서에 나오는 '의 좋은 형제'보다 더 우애로운 분이어서 농사가 끝나면 '형님댁'.. 2012. 5. 16.
남이섬에서 2012.4.20(금). 사무실에서 '체육의 날' 행사를 하자며 남이섬에 갔었습니다. ♬ 남이섬은 우리 동네에서 가깝습니다. 새로 생긴 경춘선 전철을 타면 금방 갈 수 있습니다. 사무실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전철로 가서 기다릴 테니까 그곳에서 만나요" 그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느 역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까?" "강촌역입니다." 남이섬이라면 전철로는 경춘선 가평역에서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고, 이튿날 가평역에 내려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와서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여기, 역 광장에 서 있는데 제가 작아서 잘 안 보이지요?" "그 참 이상하네요. 우리도 지금 강촌역 광장에 있는데…… 아무리 작으셔도 그렇지……" 보일 리가 있습니.. 2012. 5. 4.
원경렬 교수를 추모함. 선생님! 바로 연락 주시고 전화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경렬 선생님 살아 계실 때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고 저로서는 많은 가르침을 받아 언젠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너무 늦었군요. 말씀하신대로 원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면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셔도 좋고, 또 말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얘기라도 전해 주십시오. 사진 한 장을 보내드립니다. 선생님 옆에 앉아 있는 학생이 접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기문 드림. ---------------------------------------------------------------- Kimoon Kim Distinguished University Professor (POSTECH Fellow) Head, D.. 2012. 3. 15.
내가 사랑하는 화가 누가 나에게 어떤 그림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 그림은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드나드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에 걸려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그림을 좋아합니까?" 그렇게 질문했을 때 내가 만약 초등학생처럼 "밀레의 만종입니다." 혹은 "모나리자요." 하거나, 피카소나 고흐의 어떤 작품을 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없는 사람' 혹은 '그래? 잘났네' 그런 취급을 받기가 일쑤일 것입니다. '만종'이나 '모나리자'는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흐, 피카소의 그림은 전시회에서 몇 번 '쏜살같이' 지나가며 일별했을 뿐이므로 좋아하고말고를 따질 수도 없습니다. 사실은 "그림" 하면 당장 떠오르는 화가가 이중섭, 모딜리아니입니다. 이중섭은 서귀포에만 가면 '이.. 2011. 8. 24.
산으로, 바다로! 산으로, 바다로! -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천마산 안개폭포'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저는 바로 저 산 아래, 저 안개폭포 아래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저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높은 곳에는 올라갈 수가 없는 병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2011.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