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0(금).
사무실에서 '체육의 날' 행사를 하자며 남이섬에 갔었습니다.
♬
남이섬은 우리 동네에서 가깝습니다. 새로 생긴 경춘선 전철을 타면 금방 갈 수 있습니다. 사무실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전철로 가서 기다릴 테니까 그곳에서 만나요"
그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느 역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까?"
"강촌역입니다."
남이섬이라면 전철로는 경춘선 가평역에서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고, 이튿날 가평역에 내려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와서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여기, 역 광장에 서 있는데 제가 작아서 잘 안 보이지요?"
"그 참 이상하네요. 우리도 지금 강촌역 광장에 있는데…… 아무리 작으셔도 그렇지……"
보일 리가 있습니까? 내가 서 있는 곳은 가평역 광장이고, 직원들은 강촌역 광장에 있는데……
그들은 강원도 강촌역에서 백양리역, 굴봉산역을 지나 경기도 가평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도 저처럼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다니…… 옛날 같으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속을 많이 끓였을 것이고, 남이 그렇게 했다면 울그락불그락 온갖 원망을 다 늘어놓았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거의 다 내려놓으니까 참 좋습니다. 살 만한 것입니다.
♬
‘퇴임 준비 - 퇴임을 앞둔 교장선생님께 Ⅰ’
‘적막한 세상 - 퇴임을 앞둔 교장선생님께 Ⅱ'
이 블로그의 글을 읽어본 ‘나무’라는 독자가 이렇게 썼습니다.
모두 40여년을 압축하신 글처럼 무겁고 진하게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글의 내용은 틀림없이 '가볍게' 같은데… 온갖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키게 만듭니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단계가 지나면 훨씬 훨씬 가벼워질 거라는 믿음도 갖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방명록에도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교장선생님~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가슴 짜안한 따뜻한 글들을 공짜로 읽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은 오랜만이라 블로그를 열면서 닫혔을까봐 조금은 떨렸습니다. 사는 게 정신없이 바쁘다고 불평하다가도 교장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바쁜 것'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바쁜 게 좋은 것이죠. 대한민국의 특징이고,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특권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여기까지 와서도 나는 아직 덜 내려놓았습니다. 빨리빨리 내려놓을수록 좋을 텐데 미련이 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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