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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샤갈의 사랑

by 답설재 2011. 3. 25.

'세기의 미녀'로 불리면서 7명의 남자와 여덟 번 결혼했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세상을 떠났다. 그 '세기의 미녀'가 출연한 영화 『자이언트』 『클레오파트라』를 본 적이 있다.

한 신문은 1면에는 「세기의 연인 잃다」, 다른 면에는 한 면 가득 「비비언 리, 오드리 헵번도 샘냈던 '할리우드 여신'」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어떤 신문들은 「하늘의 별이 된 지상의 별」 혹은 「사랑을 사랑한 여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위의 신문에는 300억 원의 재산을 가진 80대의 오스트레일리아 사업가가 "여생을 함께 보낼 한국 여성을 찾는다"며 신부 후보 공개 모집을 하자('왜 하필 한국 여성?') 첫날에만 1000명이 넘는 여성이 지원했고, 그 중 300여 명은 20~30대 젊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도 실렸고,** 「사랑이 너무 넘쳐 흐르는 사회」라는 논설에는 다음과 같이 비아냥거리는 문장도 보였다.***

 

한때 종합 일간지와 여성 월간지가 다루는 영역은 달랐다. 지금은 구별하기가 힘들다. 양쪽 똑같이 신정아·상하이 H영사·서울대 음대 불륜교수를 차례차례 싣는다. 지나치게 사랑이 흘러넘쳐 우리 사회가 이상한 쪽으로 가는 분위기다.

 

사랑이 뭘까?

이렇게 묻는 건 위 논설 같은 비아냥은 아니다. 정말로 궁금하다. 기라성 같은 문인들이 파헤쳤어도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것이 바로 '사랑'이고 '전쟁'이라느니 어쩌니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의문이 분명 '사랑'이라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서귀포 그 언덕의 눈물겨운 화가 이중섭이나, 오랫동안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머물며 좋은 그림들을 보여준(2011년 3월 27일 일요일, 그러니까 이번 주말까지) 러시아 출생 프랑스 화가 샤갈에게 물어보면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지난 3월 1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어젯밤에는 샤갈의 마을에서처럼 3월 하순인데도 눈이 내려 쌓였다. 김춘수 시인이 어느 하늘가에서 "거봐, 내가 그랬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김춘수 시인의 그 詩를 읽을 때 함께 본 샤갈.

그 그림들을 다시 보라고 하고 싶다. 「도시 위에서」와 「산책」, 샤갈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데리고 다니는지.

 

 

 

 

 

 

이 정도면 어린애라도 "아, 샤갈이 저 여인을 참 좋아하는구나!' 싶을 건 뻔한 일이다.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색채의 마술사(Magician of Color)'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에도 러시아의 고향 마을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한 화가' …… 그런 표현도 보였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았다.

 

 

 

「두 얼굴의 신부」, 1927, 캔버스에 유화, 99×72㎝, 개인소장, 파리

 

 

 

몽환적 세계와 꽃다발을 든 신부. 오른쪽 아래에 세 명의 악사도 보인다.

 

 

 

「수탉」, 1928, 캔버스에 유화, 81×65.5㎝, 티센보르네미자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불을 상징한다는 수탉, 그에게 몸을 기댄 여인의 모습, 에로티즘.

 

 

 

「바바의 초상」, 1953~1956, 캔버스에 유화, 95×73㎝, 개인소장, 파리

 

 

 

샤갈의 두 번째 부인 버지니아. 단정하고 고운 모습.

 

 

 

「파란 풍경 속의 부부」, 1969~1971, 캔버스에 유화, 112×108㎝, 개인소장, 파리

 

 

「다윗 성채」, 1968~1971, 캔버스에 유화, 117×90㎝, 국립마르크샤갈미술관

 

 

「두 비둘기」, 1925, 종이에 수채, 과슈 51.3×41.6㎝, 라로크그나노프갤러리, 파리

 

 

「밈네르모스의 인용문 삽화」, 1967, 석판화, 64.6×50㎝, 프랑스국립도서관, 파리

 

 

「사포의 인용문 삽화」, 1967, 캔버스에 유화, 99×72㎝, 개인소장, 파리

 

 

「삽화 12」, 1948, 석판화, 43.5×33㎝, 프랑스국립도서관, 파리

 

 

「디프니스와 클로에, 권두 삽화」, 1961, 석판화, 53.9×38㎝, 실비 마조 클렉션, 부키느리드랭스티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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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011.3.24.
** 22면 기사 「80대 외국인 25억 걸고 공개 구혼… 1000명 몰려」
*** 논설위원 이철호의 '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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