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샤갈 Ⅲ (서커스)

by 답설재 2011. 3. 31.

 

지난 3월 2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 와 있던 샤갈이 돌아갔다. 내가 언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아득해진다. 더구나 세계 여러 나라 여러 미술관에서 먼 길을 왔던 그림들이다.

 

그를 회상해보면 '사랑'에 관한 그림과 함께 서커스,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떠오른다. 물론 다른 그림도 많았지만, 그런 그림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서커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곡예사」, 1914, 캔버스 위 종이에 유화, 42.54×33.02㎝, 울브라이트녹스아트캘러리, 버팔로, 뉴욕

 

 

 

전에 어느 미술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샤갈의 작품 중에서 이 그림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곡예사의 역동적인 모습을 잘 나타냈다? 아이들 수준에서 보기가 좋다?

그렇다면 아래의 작품은 어떨지……

 

 

 

「파란 서커스」, 1950, 캔버스에 유화, 34.9×26.7㎝, 테이트, 런던

 

 

 

곡예사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물고기처럼 날렵하게 내려오며 세상을 본다.

물고기나 말이나 해와 달이나 수탉이나 …… 세상의 모든 것들이 화려한 모습의 아름다운 곡예사를 구경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이라면 멋지지 않을까?

저 순간이 꿈결같다.

 

 

 

「하얀 곡마사와 광대」, 1965, 캔버스에 유화, 100×72㎝, 개인 소장, 모나코

 

 

 

이 작품은 서커스를 주제로 한 다른 작품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왜 이런 표현을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저 곡예사와 광대가 사랑하는 사이일 것 같았다. 두 사람에게 현실은 어렵고 고달픈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그 분위기에 맞추어져 있는 것 아닐까? 광대는 가슴에 품어서 곡예사에게 주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이다. 왼쪽 아래에서는 예전의 우리처럼 두 사람이 만나 가난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저건 다른 사람들? 모르겠다. 나는 그냥 우리라고 생각했다.

 

 

「서커스에서」, 1968~1971, 캔버스에 유화, 100×81㎝, 개인 소장, 모나코

 

 

 

다시 화려한 서커스 장면이다. 모든 것이 이 무희에게 맞추어져 있다. 악사도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아서 오른쪽에 비켜서 있다. 무희나 곡예사나 광대나 서커스를 할 때처럼 화려한 현실을 살아가는 건 아니다. 샤갈은 그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저 무희를 더욱더 화려하게 그려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전시했지만 다 살펴보지는 못했다. 전시기간에는 '거기 가면 샤갈을 볼 수 있다'는 넉넉한 생각을 자주 했는데, 가고 나니까 아쉽다.

 

샤갈의 그림을 쉽고 재미있다고 하면 전문가들은 무성의하다고 할 것이다. 도록 『Magician of Color, Chagall』(한국일보사, 2010.12.3)의 서순주(전시 커미셔너)의 서문 「색채의 마술사, 샤갈」은 이렇게 시작된다.

 

샤갈의 예술은 독창적이다. 그의 예술이 독창적인 것은 무엇보다 시대 사조와 흐름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양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가 있고, 그의 작업에 담아낸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자신과 가족과 그의 민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마치 그림일기처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이유를 찾아볼 수가 있다. 틀에 박히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양식을 기반으로 사랑이라는 범우주적인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낸 샤갈의 예술은 그래서 20세기 미술에 가장 독특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을 대하는 대중에게는 언제나 친근한 얼굴로 다가온다.

  

 

  

# 샤갈 Ⅰ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詩)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40052

# 샤갈 Ⅱ - '샤갈의 사랑'(내가 만난 세상)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7790

 

 

 

'그림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화가  (0) 2011.08.24
산으로, 바다로!  (0) 2011.05.24
샤갈의 사랑  (0) 2011.03.25
향수(鄕愁)  (0) 2011.03.22
교장실에 온 개그맨들  (0) 201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