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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

by 답설재 2012. 7. 3.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여인의 초상> 1918년 캔버스에 유채 81×54㎝(개인 소장)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는 책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겨울(12.27~이듬해 3.16)에 고양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제목이었고, 그 전시회 도록의 이름입니다.

 

모딜리아니, 이 화가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림을 볼 수도 없으면서 미술책에 소개되는 조그마한 그림사진을 보고 어디 그의 그림이 소개된 책이 없는지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창조해낸 목이 길고, 선이 뚜렷하고, 우수에 찬 여인을 주변에서 찾아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 이후에도 그 시도는 끝없이 계속되어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어깨를 드러낸 잔 에뷔테른> 1919년 캔버스에 유채 66×47㎝(개인 소장)

 

 

 

모딜리아니(1884~1920)는 이탈리아 화가입니다. 그가 그린 여성들은 매우 단순화된 모습들입니다. 발랄하지도 않고 눈부시게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한결같이 우수어린 모습이면서도 어딘지 관능적이어서 어떤 그림은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는 조각을 하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 초상화와 누드를 그렸는데, 화가 자신이 잘 생겼기 때문에 모델이 되어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줄을 섰답니다. 그걸 보면 일단 잘 생기고 볼 일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시류와 타협하지 않고 예술가로서의 외로운 길을 걷다가 마침내 술과 마약에 빠져들었으며 성격도 괴팍해졌는데, 그런 그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실제로 천국에서도 모델이 되어 주겠다고 한- 여성이 바로 잔 에뷔테른이었으며, 그녀의 출현이 구원이 되어 이후 3년간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오늘날 '생명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걸작들을 창조해 냈답니다.

 

 

 

 

도록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에서.

 

 

 

"에뷔테른이란 여성이 특별한 건 아니다. 그런 예술가가 나타났다면 나라도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쪽입니까? 그건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쨌든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도록의 '연보(年譜)'를 봤더니, 1920년 1월 23일 금요일,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서 자선병원에 이송되고, 이튿날 덧없이 사망했습니다.

 

그러자 1월 25일 월요일 새벽 5시, 잔 에뷔테른은 부모의 아파트 6층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그때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지 8개월째였고, 딸 잔만 남아서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화가였습니다. 화가였기 때문에 모딜리아니를 한없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5세 때, 몽파르나스에서 우연히 모딜리아니를 만난 잔은, 운명적 사랑을 예감했고, 모딜리아니도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전율을 느꼈답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길지 않으면서도 파란만장한 사랑의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파란만장하다는 것은, 그런 사랑 속에서도 모딜리아니의 모델들과의 관계는 계속되었고, 가난과 병마가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혔으며, 지인들을 찾아가 구걸하듯 살아가면서도 잔은 모딜리아니를 끝없이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잔은 취중에 난동을 부린 모딜리아니를 경찰서에서 찾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그가 입원하자 베개 밑에 면도칼을 두고 잠들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준비한 것이지요.

 

 

 

 

 

도록 『Amedeo Modiliani & Jeanne Hébuterne 열정, 천재를 그리다』는 당시 일산 G초등학교 C교장이 사주었습니다. 그가 저를 자주 찾아주었으므로 저도 그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무얼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퇴임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가에서 이 도록을 꺼내 보았고, 그 갈피에서 그가 2008년 1월 8일에 쓴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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