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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광화문의 가을

by 답설재 2012. 10. 1.

 

 

 

 

 

광화문의 가을

 

 

 

 

 

 

 

 

 

 

 

  광화문에 가면 일쑤 보리나 밀, 벼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꽃만 전시하는 것보다야 훨씬 다채롭고, 더러 그곳을 오가는 길이면 가난하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기도 합니다.

  그 가난은 싫지만 차라리 이 각박함보다는 오히려 더 나은 것 아닐까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화분에서도 벼는 익어갑니다. 그 모습만 보면 농사를 짓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져 ‘이러지 말고 나도 농사를 지으러 갈까?’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가을 들판은 저렇지 않습니다.

  메뚜기도 뛰어다니지만, 아침저녁으로 날씨는 쌀쌀해지고, 일손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곳이 싫었습니다.

  추석이면 하루이틀 잠시 일손을 놓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이 삭막함도 싫지만, 싫다 해도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