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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99

샤갈 Ⅲ (서커스) 지난 3월 2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 와 있던 샤갈이 돌아갔다. 내가 언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아득해진다. 더구나 세계 여러 나라 여러 미술관에서 먼 길을 왔던 그림들이다. 그를 회상해보면 '사랑'에 관한 그림과 함께 서커스,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떠오른다. 물론 다른 그림도 많았지만, 그런 그림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서커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전에 어느 미술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샤갈의 작품 중에서 이 그림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곡예사의 역동적인 모습을 잘 나타냈다? 아이들 수준에서 보기가 좋다? 그렇다면 아래의 작품은 어떨지…… 곡예사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물고기처럼 날렵하게 내려오며 세상을 본다. 물고기나 말이나 해와 달이나 수탉이.. 2011. 3. 31.
샤갈의 사랑 '세기의 미녀'로 불리면서 7명의 남자와 여덟 번 결혼했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세상을 떠났다. 그 '세기의 미녀'가 출연한 영화 『자이언트』 『클레오파트라』를 본 적이 있다. 한 신문은 1면에는 「세기의 연인 잃다」, 다른 면에는 한 면 가득 「비비언 리, 오드리 헵번도 샘냈던 '할리우드 여신'」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어떤 신문들은 「하늘의 별이 된 지상의 별」 혹은 「사랑을 사랑한 여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위의 신문에는 300억 원의 재산을 가진 80대의 오스트레일리아 사업가가 "여생을 함께 보낼 한국 여성을 찾는다"며 신부 후보 공개 모집을 하자('왜 하필 한국 여성?') 첫날에만 1000명이 넘는 여성이 지원했고, 그 중 300여 명은 20~30대 젊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도 실렸고.. 2011. 3. 25.
향수(鄕愁)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강변이야기』, 2011.3.16. 내 마음의 풍경) 중에서 이 길로 가면 저 외딴집에 이르게 됩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른 곳에 이르른다 해도 그곳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리워할 사람이 없었을 때, 세상에 그리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좋은 시절에는, 저도 저 길을 다녔습니다. 어디로 간다 해도 좋은 길…… 이제 나이들어 그 길이 그립습니다. 그리워졌습니다. "해질녘/강가에 서면/더욱 막막할 뿐//더욱 더 깊어질 뿐" 그렇지 않아도 이미 '나는 이제 막막하구나, 막막해졌구나, 점점 더 막막해지는구나' 싶었는데, 찬찬히 읽고, '막막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막막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 막막함이란 어.. 2011. 3. 22.
교장실에 온 개그맨들 2006년 봄인가, 제가 용인의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그 전해의 어린이날에 경찰대학교 의장대를 초청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깜짝 공개를 했더니 그 절도 있는 동작에 경탄하여 장차 경찰·군인이 되겠다는 아이가 수두룩했었는데, 그해엔 개그맨들을 초청하게 되었고, 강당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잠시 차 한 잔씩을 대접했었습니다. 바보 흉내로 웃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뉴스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나 바보 흉내 말고도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고 싶은 것이 '달인(達人)' 같은 종목입니다. 저는 '달인'을 보면서 웃지는 않습니다. '달인' 자신도 좀처럼 웃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달인'이나 저나 둘 다 웃지는 않는 건 같고, 저로 말하면 웃기는커녕 오히려 조바심을 .. 2011. 2. 16.
「대설특보 발효 중!」 「대설특보 발효 중!」 오전에 안병영 전 부총리겸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블로그 ‘현강재’에 가보았더니 「눈 오는 날 현강재」라는 제목으로 사진 몇 장이 실려 있었다. ‘고성엔 지금 눈이 오는구나. 여긴 멀쩡한데……’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금요일 저녁이 참 무료해.. 2011. 2. 11.
내 그림 Ⅰ(빈 나룻배) BONA가 준 그림입니다. 교장실에서는 뒷쪽 구석진 벽에 걸려 있었어도 뭐라고 할까, 아담하고 그래서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언제 한번 물어봤더니 두물머리라고 해서 두물머리면 한적하고 아름다워 연인들, 관광객이 많이 찾으니까 빈 나룻배라 하더라도 결코 외롭다고 할 수는 없겠구나 싶기까지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출입구 옆 저 곳에 옮겨 놓는 순간 좀 외롭게 느껴져서 처음에는 내 마음이 그렇거나 그림도 사람처럼 낯선 곳을 알아보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외로워졌습니다. 저걸 어떻게 하나, 그게 숙제가 되었습니다. BONA는 자신이 처음으로 그린 것이라며 좀 부끄러워했지만, 나에겐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커녕 처음 그린 거라니까 더 소중할 수밖에요. 문제는 저렇게.. 2010. 12. 23.
눈(眼) Ⅰ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유의점이 있습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교과서니까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지만 무지무지 힘드는 일입니다. 가령 사진 한 장을 쓰려면 100장, 200장을 인화해봐야 그 한 장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사회과 편수관을 하면서 사진에는 꼭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진이 보이면 '달력 사진' '죽은 사진'이라면서 비아냥거렸습니다. 숭례문 사진이라면 그 사진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그 숭례문의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들어가 있는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그 사진에 나타난 것의 성격을 파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령 옛날의 구리거울이라든지 호미, 낫 같은 생활도구의 .. 2010. 10. 27.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2003년 봄이니까 오래 전 일이 되었습니다. 교육부에서도 각 부서별로 아유회를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오후 늦게 출발해서 조금 멀리 양평의 어느 곳에 갔다가 주말이 된 이튿날에는 점심을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먹었습니다. 그 학교 교장(두창묵)이 교육부 편수국 선배였습니다. 교육부에 근무한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편수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만 선후배 전체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교장은 그때 농업고등학교에서도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제7차 교육과정 적용 문제로 아주 '용'을 쓰고 있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교육과정정책과 직원은 40명이 가까웠는데, 이 사진에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아마 제일 먼저 도착한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교장 선생님께서.. 2010. 8. 11.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을 위한 웤샵을 마치고 2003년 4월 10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을 위한 웍샵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였던 것입니다. 지금은 교육부나 산하 기관, 혹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모두들 잘 지내고 있지만, 당시는 내 눈치를 보던 사람들입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아, 아래 왼쪽 세 번째 저분은 나중에 차관까지 지냈으니까 아니고요~. 저분들은 내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저분이 바로 반크 박기태 회장입니다. '반크'가 뭔가 하면, 아래의 캡쳐를 보십시오. 예를 들면 독도가 우리나라 섬이라는 걸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사절단?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하는 일의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내 건강이 좀 좋아지면 이 사진에 들어 있는 분들의 이름과 그 당시 .. 2010. 8. 4.
로댕「The Kiss」 지난 3월 19일,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Ⅱ) - 나체체험과 체험학습의 필요성」이라는 글에서 '어린 소녀 샤틀렌느'라는 작품 감상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었습니다. 소녀는, 새벽의 산골짜기 차가운 개울물에 막 세수를 하고 여명을 맞이하고 있는 듯했다. 그 눈빛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는 한 영혼이 빛살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처럼 초롱초롱한, 그처럼 아름다운 눈빛을, 나는 실제의 인물로도 그림,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소녀는 선정적이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중략)… 그런데도 '샤틀렌느', 나는 그 소녀의 눈빛만으로 누추한 내 영혼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육신이 부끄러워 몸을 숨기고 싶었다. 여인에 대하여, 소녀에 대하여 나는 한 번도 그러한 눈빛을 상상한 적이 없었고 그러한.. 2010. 4. 2.
2009 양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한때 ▲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설명해보겠습니다.) 남양주양지초등학교 2009학년도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및 지역위원 들이 그들의 뜻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려고 노력해온 ○○○ 교장과 함께 지난 2월 25일(목) 오후 2시 교장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무종(부위원장)·김정희·김수경·염정남(위원장)·○○○·정정희·이정옥 위원. ▲ 김수경 위원님께 :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다 부탁하고 다 시켜놓고, 기념사진 찍을 때는 '턱'하니 앞을 가로막고 서서 그 고운 모습 보이지도 않게 했으니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그날 키 큰 사람은 뒤에 서라고 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 2월 25일이면, 저로서는 교장으로서의 '볼일'이 사실상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그 며칠 전, 위.. 2010. 3. 4.
가평산장호텔 호텔 이름이 '산장'입니다. 분위기도 '산장'이었습니다. 그런 고즈넉한 호텔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그 호텔에서 가평군교육청 초등학교 3·4학년 선생님들의 교육과정 연수회가 열렸습니다. 교사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 것은 최근 병원에서 심장 주변을 '손질'하고 나온 뒤로는 처음이고 교장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남양주양지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장학사가 되어 가평군교육청으로 전근간 W 선생이 강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심장병 치료 후유증으로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원연수원 강의나 제주 어느 호텔에서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초청 강의를 다 취소하거나 뿌리쳤는데, 이 연수회에는 기꺼이 갔습니다. 나에게는 남양주양지초등학교가 마지막 근무처이므로 일방적이든 편파적이든 그 학교 교직원들에.. 2010.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