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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97

월간지 표지 사진 책을 들고 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억들을 따라 서글픔이 밀려온다. 1. 2개월 전, 1, 2년 전 책도 그렇고 오래된 책은 더욱 그렇다. 모호하거나 짜증스럽거나 뭔가 초조해서 읽지도 않고 넘겨버린 글도 있었던 그 많은 시간들…… 우루루 몰려와 그렇게 머물던 그 수많은 시간들,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놓은 그 시간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되돌아올 수나 있는 길에 있을까. 그것들……. 2017. 7. 27.
금단(禁斷)의 시선 마음 놓고 바라봐선 안 되는 모습이 있다.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 화가는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수심 어린 여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 뒤태는 일부러 보여주는 무슨 행사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어서 혹은 무의식을 가장해서 일별하게 된다. 화가는 이런 구차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 시선을 남긴다. 그림으로 남지 못한 기억 속 불우한 아름다움이 초가을 햇살처럼 부서져 간다. 아스라하게 사라진다. 2016. 10. 13.
숨은그림찾기 요즘도 '숨은그림찾기'를 합니까? 시들해졌습니까, 아니면 이젠 너무나 분주해서 그런 건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까? 예전에 숨은그림찾기를 하실 때, 그때도 분주하긴 했잖습니까? 그때 숨은그림찾기를 하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위안이었습니다. '너무나 바쁜 세상이지만 저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분이 있으니까 나도 좀 쉬었다 해도 되겠구나.' 억지로 쉴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런 핑계를 마련한 것인데, 핑계라 해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누가 쉬고 있는 걸 봐야 쉬는 것이 쉬운 일이고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이겠지요? 교육행정가들과 바쁜 게 좋은 일인지 그렇지는 않은 건지, 그런 주제를 가지고 대판 시비를 붙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분, 고기를 잡는 분,.. 2016. 7. 14.
"맘대로 해!" 자동차 가지고 잘난 체하면 밥도 주지 말고 한 사나흘 아주 저렇게 자동차 채로 올려놓으면 좋겠다.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면 아래로 굴러 떨어지도록 해놓으면 좋겠다. 저렇게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아도 좋겠다. 잘난 체하는 정치인, 잘난 체하는 행정가 특히 교육행정가, 기업인 특히 재벌, 잘난 체하는 문인 특히 시인…… 그럼 너무 많겠지? 지붕이 좁아서 안 되겠지? 그럼 취소! 잘난 체하거나 말거나. 차라리 그 자동차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그런 정치인, 행정가, 재벌, 시인 포함)은 그렇게 하라고, 맘대로 하라고 해줄 수 있어도 좋겠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싶은 사람에게도 그렇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만 내려와!" "싫어!" "싫어? 그럼 맘대로 해! 밤새도록 그렇게 있어!" "알았어! .. 2016. 7. 10.
민들레 ― 거기 흙이 있었네? ― 이 외진 곳으로도 흐르는 미풍을 타고 와서 내렸더니 돌 사이에 조금... 행운이었지. ― 떠날 땐 어떻게 하니? ― 하늘은 좁아지고 땅은 더 좁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날아다녀봐야지. ― 사실은 나도 그래. 왕복 80km를 흙 한 점 밟지 않고 다녀. 그렇게라도 살아야지. 미안해~ 2016. 6. 15.
1500광년! 난 못 가네~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잔치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 개미들이 인간들의 길에서 북새통을 이룰 리 없고, 인간은 몰라도 좋을 어떤 위중한 혹은 피치 못할 상황이었겠지요.     과학자들은 지름 8.2m짜리 망원경**으로 겨울철 오리온좌*** 남쪽을 찍은 이 사진을 놓고, 폭포처럼 보이는 곳을 '천체 HH222',폭포수가 다시 튀어오르는 모양에서 붉은 물줄기를 따라가 만나는 별을 '천체 HH34'라고 부른답니다. HH34는 초속 250km의 속도로 가스를 뿜어낸다는데**** 그걸 직접 가서 보려면 약 1500광년을 날아가야 한답니다. 1500광년이라…… 게다가 저 폭포의 위에서 아래까지의 거리만도 무려 3광년이라니, 무슨 얘기인지 원…….혹 일전에 만난.. 2016. 5. 4.
봄날 저녁나절 용산역을 지나며 자연이 하는 일, 자연이 하지 않는 일 사람이 하는 일,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저 경이로운 자연의 일……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 일 차창 너머로 그런 생각이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2016. 4. 30.
「우상숭배 혹은 출세의 길」 「우상숭배 혹은 출세의 길」 대영박물관전 Ⅱ 우상숭배 혹은 출세의 길 Idol-Worship or The Way to Preferment 영국의 익명 아티스트 1740년 동판 40×29cm 익명의 영국인 아티스트? 부패의 폭로와 비난, 비판, 조롱을 주제로 한 카툰의 주인공을 알면 가만두지 않았던 시절이었겠지요. 역겹더라도 저 아래를 한 번만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어서 참을 만했을까요? 2016. 3. 25.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 대영박물관전 Ⅰ―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Relief showing a loving couple 중부 인도 10세기 사암(砂巖) 54×46㎝ P 시인은 스마트폰에 담아 놓은 이 사진을 보여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남녀가 각각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보세요." 이미 어디서 본 사진 같았습.. 2016. 3. 23.
"많이 힘들었지… 집에 가자" 2015년, 잊고 싶지 않은 것을 고르라면 이 장면입니다. 비오는 봄날의 한강 위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이 기사의 제목은 「'절망의 소녀' 다시 일으킨 4개월차 女警」 일생을 통하여 저 소녀와 같은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기사는 그때 그대로 있는데, 저 사진은 삭제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 소녀가 죽고 싶을 만큼 마음이 많이 아팠던 이야기이고, 소녀를 달랜 여경은 출발한 지 겨우 4개월이었으니까요. 그게 조심스러워서 사진을 내렸을 것 같아서 여기에도 저렇게 축소해서 실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사실은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고 하고 싶었고, "들여다보면 썩 괜찮은 일도 있는 사회"라는 .. 2015. 12. 31.
참회록 초(懺悔錄 抄) 모든 것이 다 흐트러지기 전에는, 예쁜 사람이었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1960년대의 어느 날, 저 딸기밭에서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저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걸 생각했습니다. 2015. 12. 20.
2015 가을엽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가을강변이 향수를 불러옵니다. '강변'은 끝없는 노스탤지어로 남을 것입니다. 원두막에서 가을바람을 맞고 있는 옥수수는 올해도 영글어서 어김없음에 위안을 느낍니다. 여름하늘은 저렇지 않았습니다. 구름은 우리의 복잡한 사정도 다 살펴가며 흘러가다가 갑자기 바람이 스산해지고 순식간에 2016년이 올 것입니다. 기한을 정해 놓은 것처럼 초조해집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서장의 책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2015.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