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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97

이우환의 '관계' 『현대문학』 7월호 표지에 실린 작품입니다.여러 작품이 화보로도 소개되었습니다. 각 작품 제목에 '관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관계항―대화Ⅹ/Relatum―DialogueⅩ」, 「관계항―별들의 그림자/Relatum―L'ombre des étoiles」, 「관계항―대화Z/Relatum―DialogueZ」, 「관계항―솜의 벽/Relatum―Cotton Wall」, 「관계항―베르사유아치/Relatum―L'Arche de Versailles」, 「관계항―거인의 지팡이/Relatum―The Cane of Titan」………… 그 까닭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현대문학』2014년 7월호, 270쪽,「표지화가의 말」). "내 발상은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모순된다는 겁니다. 존재는 모순이지, .. 2014. 10. 14.
「청산도」 김기창은 1913년 서울 운니동에서 당시 총독부 토지관리국 직원이던 아버지 김승환과 어머니 한윤명 사이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여덟 살(승동보통학교 2학년)에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한 후 언어 장애의 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소개로 이당(以堂) 김은호 화백에게 동양화를 배워 1931년 조선미술대전에 출품하여 1940년까지 6회 입선, 특선 3회를 기록했다. …(후략)… 아내가 거실에 걸린 운보의 저 그림이 진품(眞品)인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KBS의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던 중이었을 것입니다. 서슴치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림 저 아래 왼쪽의 표시를 보라고, 500장의 판화 중 몇 번째라는 표시가 보이지 않느냐고…… 사실은 '비단에 수묵채색'이.. 2014. 5. 6.
그리움 그리움 Ⅰ 『현대문학』 1월호 표지 그림입니다. 아련한 향수 같은 걸 느꼈습니다. '저 무수한 불빛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들어 있겠지…… 누구에겐가 그립고 아름다운, 혹은 고마운 사람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 어쩌다가 알게 된 몇 사람, 그러다가 지금은 헤어지게 된 그 사람들.. 2014. 4. 30.
우리 선배 편수관 구본웅 화가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에 옛 편수국의 구본웅 미술 편수관의 작품도 소개되었습니다. 「친구의 초상」. 이상(李箱)이 모델이었다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용기 선생님은 뜻도 모를 오감도(烏瞰圖)를 자꾸 읽어 주셨습니다. 벌써 50년이 흘러갔습니다. 지금도 우리들 곁을 오락가락하시며 그 시를 읽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十三人의 兒孩가道路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適當하오.) "선생님! 30년 전인 1935년에 그 이상 시인의 초상화를 문교부 구본웅 미술 편수관께서 그렸습니다. 저는 장차 교육부 편수관이 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때 그 국어 시간에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지…… 아니면 깜짝 놀라셨을지…… 은 구본웅의 친구인 .. 2014. 4. 2.
Thank you, Gauguin !!!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나? 폴 고갱은 파리 사람인데, 아버지를 따라 페루로 이민을 갔다. 그는 배 안에서 아버지를 잃고 다섯 살 때까지 리마에서 살았다. 프랑스로 돌아와 스물네 살에 증권거래소 직원이 되었다. 이듬해 결혼을 했고, 애들을 다섯 낳았다. 서른다섯에 증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렸다.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그는 처가 있는 코펜하겐으로 갔다. 그러나 곧 처자식들과 헤어져 파리로 돌아왔다. 마흔세 살 때 남태평양 타히티로 향했다. 두 달 항해 끝에 도달한 파페에테는 술에 찌든 사람들의 황량한 땅이었다. 그는 마타이에아로 옮겼다. 거기서 건강한 원주민들의 삶과 만났다. 가난과 고독이 그를 괴롭혔다. 2년 뒤 그는 귀국했다.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전시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 2014. 3. 25.
'세한도(歲寒圖)' 같은 그림 또 퇴임의 계절입니다. 아는 체하고 싶겠지만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斷言)합니다. 퇴임한 사람의 심경과 처지 말입니다. 낼모레 퇴임을 앞둔 사람도 아직은 모르고, 아직 그런 걱정을 심각하게(본격적으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 즉 지금 현직에 있어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잘 하고 있든, 그렇지 않고 대충대충 놀기 삼아 하고 있든― 더구나 그렇습니다. 퇴임 이후에 더 멋진 일을 해서 그렇지 않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래봤자 별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고 주장이라면 주장입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생각 말라!"고 한마디 거들고 싶다면 퇴임한 사람이 아니면 좀 참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어디선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적어준 전화번호가 몇몇 해를 두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분명.. 2013. 12. 11.
이중섭미술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은 갈 때마다니까 세 번째였습니다. '이중섭거리'가 생겨서인지 지난번보다는 덜 썰렁했습니다. 어쩔 수 없으면 썰렁해도 좋으니 조잡해지지는 않았으면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또 가보게 될는지…… "언제라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층 방을 내어주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가고 올 일'을 어떻게 정하겠습니까. 이 이중섭의 모습은 볼 때마다 예전의 '동네 형들' 중 제일 좋았던 사람 같습니다. 무성영화 '아리랑'을 보러가던 저녁 내가 동전을 입 안에 넣고 달리다가 삼켜 버렸을 때 그 돈을 대어준……. 이 부조를, 마을과 바다를 오래 바라봅니다. 그도 저 바다를 바라보며 일본의 친정에 가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저 곳에는 아직도 그의 영혼이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 2013. 11. 16.
『라오콘 군상』과 예술가의 권력 Ⅰ 그리스 군사들이 트로이 해변에서 목마를 만들고 있을 때 라오콘 사제가 "함정!"이라고 했지만 트로이인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게다가 바다에서 거대한 뱀 두 마리가 나와서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을 칭칭 감아 죽여버렸습니다. 『라오콘 군상』은 그 끔찍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무슨 선물을 나누어 줄 것처럼 마을로 들어와서 하늘을 나는 꿈을 좀 보여주고 동네 아이들의 용돈을 받아가는 목마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그리스인들의 목마가 성 안으로 들어갔고 트로이인들은 그리스인들이 목마 할아버지들인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밤이 되었고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인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 성을 파괴하고 마침내 점령해버렸습니다. Ⅱ 지난해 겨울부터 올 초봄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들.. 2013. 10. 26.
저 이쁜 부부 운동복 차림에 허름한 모자를 쓰고 산비탈을 오릅니다. 저기쯤 앞에 오순도순 젊은 부부가 가고 있습니다. 뒤따르는 아내의 두 팔이 '팔랑팔랑' 나비날개처럼 움직여 오르막인데도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그러다가 내가 뒤따르는 걸 눈치 챘는지 걸음이 좀 빨라지는 듯했고, 이내 남편이 뒤에 섰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음흉해 보이는가보다 싶었고, 공연한 추측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무슨 볼일이나 있는 것처럼 멈춰 서서 먼 산을 좀 바라보며 어슬렁거리니까 이내 저만치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오르면 안 되겠다 싶은 곳에서 골짜기를 벗어나 큰길로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그 부부를 보았습니다. 그 길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좀 흉측해 보이는 내가 뒤따르는 걸 이번에는 눈치 채지 못했는지 무슨 얘기.. 2013. 10. 13.
우리 동네 아침안개 우리 동네 아침안개는 유명합니다. 아니, 사실은 유명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유명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안개는 저렇게 산에서 만들어져 마을로 내려오는데 저게 우리 마을을 휩쓸지는 않고 엉뚱하게 매번 저 앞의 이웃마을을 휩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나서서 그 마을 사람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왠지 좀 그런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잡한 사진을 보여주기가 난처하지만 이런 사진을 찍겠다고 기회를 엿보는 일도 그렇고 일부러 나서기도 거북해서 일단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산허리를 감돌고 있는 저 안개의 선발대가 흡사 거대한 빙하 형태로 흘러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안개의 영향에 관한 과학적 해석 혹은 생활환경면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 2013. 9. 27.
아이구, 깜짝이야! 아내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이 여인을 만났습니다.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근처에(너무나 가까이에) 여성 특유의 포즈로 이 아가씨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꼭 사람처럼 해가지고는……' '마네킹이면 마네킹답게 앉아 있어야지, 원……' 2013. 8. 13.
이 글 봤어? "이 글 봤어?" Ⅰ 안규철의 「실패하지 않는 일」이란 글(사실은 『현대문학』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는 이름의 연재 작품)을 옮겨 오면서 '시' 같은, '시보다 더 시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또 그의 글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연재 37회째(2013년 1월호, 366~367쪽)인, 어마어마한 자리.. 2013.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