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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전체 글3271

‘이메일을 막는 회의’와 댓글을 보고 싶은 욕구(수정 원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 함수곤 교수는 제가 교육부 편수국(교육과정, 교과서 업무를 맡아보던 곳)에 들어갔을 때 편수국장이었습니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였던 분이 장관으로 와서 이러저러한 지시를 하자 그 지시가 부당하다며 덜컥 사표를 냈고, 그렇게 좀 쉬다가 일본으로 건너간지 1년 .. 2009. 2. 12.
미스테리한「○○코팅」 잘난 체하기란 참 쉽습니다. 자칫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가령 매월 불우이웃을 돕는 회비를 내고 있는 걸 걸핏하면 내세웠습니다. 지난번에는 신문에 실린 제 글을 보고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이니까 장애인을 돕는 우리 단체의 물품을 좀 사 달라.”는 전화를 한 여성에게 ‘그렇지 않아도 회비를 내고 있는데 걸핏하면 도와달라는 전화나 하느냐?’고 짜증을 내면서 아주 혼을 내주고 한 개에 오천 원짜리 비누 한 박스를 샀습니다. ‘그놈 참 기왕 사주려면…….’ 그랬겠지요. 우리 학교에는 매달 70만원씩 학교발전기금을 내는 분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급식비 내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라고 했답니다. 학교발전기금은 교장이 징수나 지출에 관여하지 말고 관리 책.. 2009. 2. 10.
조엘 에글로프 『도살장 사람들L’étourdissement』 『현대문학』 2009년 2월호에 소설의 일부가 소개되었다. 번역자(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가 다음과 같은 주를 붙였다. 『도살장 사람들』은 조엘 에글로프Joël Egloff의 네 번째 소설이다. 『현대문학』은 에글로프의 처녀작 『장의사 강그리옹』과 두 번째 작 『해를 본 사람들』에 이어 『도살장 사람들』을 출간하기에 앞서 일부를 먼저 소개한다. 이 작품은 시골마을의 도살장에서 일하는 남자가 겪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폐수처리장, 쓰레기하차장, 폐차장에 둘러싸인 마을에 사는 어리숙한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이 작가 특유의 해학적 시각으로 그려진 『도살장 사람들』은 수상작이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인 '엥테르'가 주관하는 은 전국 각지의 독자를 대표하는 25명이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한다. 이제 겨.. 2009. 2. 8.
외손자 선중이 Ⅰ 선중이는 제 외손자입니다. 곧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둘째 딸이 낳았습니다. ‘선중(宣中)’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가운데에 펼쳐라’, 다른 이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제 희망과 기대, 욕심이 들어 있습니다. 제 핸드폰 앨범에는 그 애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조용할 때 들여다보면 사진 크기가 작아서 안타깝고 그 애가 더 그리워집니다. 그 애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며칠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내가 이런데도 그 애는 전화를 하지 않으니 참 무심한 아이입니다. 설에 다녀갔고, 그 얼마 전에 며칠 머물다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전화를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주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어 하면서도 제 부모와 헤어져 있는.. 2009. 2. 6.
4․19혁명과 편수용어(編修用語) 4․19혁명과 편수용어(編修用語) 지난해 12월, 건국 60주년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습지도 참고용으로 제작한 현대사 영상물에 ‘4․19혁명’이 ‘데모’로 표기되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인터넷에 탑재된 기사에 따르면, 교과부는 80여 개 영상물이 담긴 『기적의 역사』라.. 2009. 2. 5.
교과교실 수업을 하자는 이유 (20090203) 학습지도 원리대로라면 학생은 당연히 개별로 배워야 할 과제를 갖고 그것을 가르쳐줄 -사실은 배우도록 안내해줄- 교사를 찾아가게 해주는 것이 ‘교육행정’이다. 다만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한꺼번에’ 가르치고 배우는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몇 개의 수준으로 나누어 가르치자’는 수준별 지도는, 교육의 공급면에서는 매우 친절한 교육을 베푸는 양하지만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절대적인 친절은 아니다. ‘획일적 전체지도보다는 친절한’ 차선의 방안일 뿐이다.즉 어느 학생이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학습에 지장이 많아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항변한다면,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친절한 개별지도를 해주지 못했다”고 해명하겠지만 그 해명이 떳떳.. 2009. 2. 3.
언제 국회 현장학습을 가게 되나? Ⅰ 지난해 12월 어느 날, 국회 현장학습에 관한 공문을 봤다. 우리는 현장학습계획을 연초에 확정하기 때문에 ‘가보면 좋기는 하겠지만…….’ 하고 말았다. 현장학습은,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1990년대 초에 비하면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풍이나 수학여행 말고는 학생.. 2009. 2. 2.
한자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80120) 한자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제기되었다. 1998년 국한문(國漢文) 혼용과 한자교육의 부활을 실현하기 위한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결성된 이후 한글학회와 대립각을 세우며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장이다. 한자는 ‘한글전용원칙’에 따라 1970년부터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1975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만 다시 등장했지만, 그것은 한자 혼용이 아니라 괄호 안에 넣는 병용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정규교과시간에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 그 한자교육을 다시 시작하자며 대한민국 역대 국무총리의 서명을 받은 한자교육 촉구 건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것이다. 사단법인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이 문서는 ‘대통령께 드리는 역대 전 국무총리의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촉구하.. 2009. 1. 20.
르 클레지오가 본 한국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나라,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화여대 해외학술원 석좌교수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8년을 대부분 한국에서 보냈고, 노벨문학상 발표 일주일 전까지도 서울에 있었다.  파리에서 그와 인터뷰한 조선일보 기자가 그 내용을 『현대문학』 2009년 1월호에 실었다(박해현, 「문학의 책무-르 클레지오와의 인터뷰」282~291쪽). 다음은, '한국'과 '한국어', '한글', '서울', 한국 아이들에 대한 관점,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문학이 필요한 이유, 인터넷에 대한 생각,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그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박해현 : 언제 한국에 돌아올 건가. 르 클레지오 : 이화여대 해외학술원 석.. 2009. 1. 13.
"교장선생님"(어느 교사의 처방전) 2008년 가을부터 시름시름 불편하여 몇 달 간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인사치레'를 받다가 보니까 여러 사람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도 받았습니다. 읽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다 알리는 없지만 스스로 가까이 와 있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런 분석이 가능하지도 않겠지. …….' 교장선생님. 감기가 꽤나 오래가서 고생하고 계셨네요? 제 생각에는요, 교장선생님께선 마음에 '화'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님 '스트레스'라고 표현해야 할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야기하는 유일한 병 '화병', '스트레스 병'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함부로 진단하면 안 되지만, 지금까지 너무도 숨 가쁘게 달려오신데다가 따님의 결혼으로 생각하실 부분이 많았을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교장선생님의 생각을 따.. 2009. 1. 9.
C.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C.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Tristes Tropiques』 박옥줄 옮김, 한길사 1998 지난해 11월 말, 프랑스의 재미있는 대통령 사르코지가 100세 생일을 맞이한 한 노인의 집을 찾았답니다. "온 국민을 대신해 경의를 표하러 왔습니다." 그 대통령이 존경을 받는 인물이든 아니든 얼마나 영광스럽겠습니까. 그 노인이 C.레비-스트로스라는 학자입니다. 그의 생일을 맞아 프랑스 정부에서는 기념 전시회, 학술발표회를 개최했고, 방송은 열두 시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학술기관 아카데미프랑세즈는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니 온 나라가 들썩거렸을 것입니다. 그는 1981년(73세)에 한국학중앙연구원(前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1927년(19세), 철학교수 자격시.. 2009. 1. 8.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20080106)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겨울방학을 맞아 장기 교원연수를 받고 있는 어느 교사가 “앞으로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 힘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하루 종일 듣기만 하고 앉아 있으니까 아이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교육학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같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원시적인 방법이 ‘설명하고 듣는 방법’이며, 원시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그만큼 비효율적 방법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가 세계 50개국 중학생 2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rends .. 2009.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