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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성복초등학교14

서귀포 이종옥 선생님 오랫동안 교육부에서 근무하다가 용인 성복초등학교에 가서 이종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여 선생님들은 모두 이종옥 선생님 후배여서 그분을 "왕언니"라고 불렀습니다. "왕언니"라는 호칭은 거기서 처음 들었기 때문에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아주 미워했습니다. 교육부에서 내려온 교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이 나를 그렇게 미워한 사실을 나는 전혀 몰랐었습니다. 교육부에서 교장이 되어 온 것이 미운 것이 아니라 교육부 직원이었기 때문에 미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 교장이 온다고 해서 당장 사직을 하려다가 교육부에서 근무한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교원들이 그렇게들 미워하는가 직접 만나보기나 하고 명퇴를 하겠다"고 그 학교 교직원들에게 공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다른 분들 .. 2021. 9. 16.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 『학문의 즐거움』 박승양 옮김, 김영사, 2000, 1판28쇄 『학문의 즐거움』! 이 책을 발견한 순간, 내가 바로 이 책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혹은 제목의 아이디어를 빼앗긴 것처럼 섭섭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쓴 책이라도 되는 양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습니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품위 있는 일이고 상대방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으로 여기며 생색을 내던 때였습니다. 그 착각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래서 5~6년에 걸쳐 이 책을 아흔 권 혹은 백 권쯤은 샀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책을 받아간 사람을 단 한 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그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나에게서 이렇게 좋은 책을 받아간 그들 중 단 한 명도 ".. 2014. 9. 10.
그리운 사람에게서 온 편지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했던 ○○○입니다. 몇 년 동안 흘릴 땀을 올해 여름 한 해에 모두 흘려보내고 기막히게 들어맞는 입추 절기를 기점으로 다소 떨어진 기온에 그저 감사하며 방학을 보내던 중 책장을 정리하다가 성복교육과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꽤나 두꺼운 파일철을 열었습니다. 7년이나 된 거니까 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일철을 열어 속지를 꺼내던 중… 그 속지는 단순히 연수물이 아니라 30대 중반의 제 청춘이었고 함께 했던 선생님들과의 추억이었고 교장 선생님 그 자체였습니다. 석양이 지는 어스름 저녁의 이 시간에 저는 빛바랜 종이들을 어쩌지를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교장선생님께 인사 올리게 되었습니다. 연수물에 철해져 있던 파란편지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 느낌을 어찌할 바를.. 2012. 8. 13.
「대설특보 발효 중!」 「대설특보 발효 중!」 오전에 안병영 전 부총리겸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블로그 ‘현강재’에 가보았더니 「눈 오는 날 현강재」라는 제목으로 사진 몇 장이 실려 있었다. ‘고성엔 지금 눈이 오는구나. 여긴 멀쩡한데……’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금요일 저녁이 참 무료해.. 2011. 2. 11.
영어, 영어, 영어 지난 겨울방학에 3박4일간 일본에 연수출장을 다녀온 우리 학교 W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그래, 일본을 다녀온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 선생님은 서슴지 않고 몇 가지 대답을 했습니다. 일본은, 작고 정교하고 단정하고 친절하고 질서가 잡혀 있으며, 학교 시설․환경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보는지 정지되어 있는 느낌을 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일본어를 할 수 없어 영어를 했고, 그들은 일본어를 그대로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퇴근길의 광화문역에서 신길 방향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경복궁역에서 경복고등학교나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농학교 남학생이 타임지를 들고 여학생과 수화(手話)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08. 2. 14.
"파란편지" 아이들 편에 보내는 "파란편지"를 학교 홈페이지에도 실어 달라는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편지를 아이들 편에 보내는 건 홈페이지 탑재가 조심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복 교육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싶었습니다. 낯 간지러운 일이지만 몇몇 분의 감상을 여기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지휘 감독자가 아닌 교장을 보고 있다 파란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 편지를 읽으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학교를 사립학교처럼 선택하여 아이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의 모습에 가슴 뿌듯하다 학교의 변화를 보고 있다 파란편지의 내용이 내 마음과 같다 조금씩 교장의 생각을 알아가고 있다 파란편지 내용이 동화 같다 다음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아이 아빠도 이 편지의 팬이다 학교와 교장을 응원하겠다 내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2007. 8. 29.
특기·적성 발표회 보고(報告)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특기·적성 발표회 보고(報告) 올해의 '특기 적성발표회'는 네 가지로 개최되었습니다. 우선, 그 실적을 전시할 수 있는 부서에서는 '성복샛별축제' 때 여러 가지 종류의 작품(혹은 사진)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수업을 공개하거나 대회를 개최한 부서도 있었으며, 몇몇 부서는 강당에서 이틀 간 연합으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작품 전시 : 회화, 디자인, 종이접기, 독서토론, 속독, 만화, 컴퓨터, 과학탐구, 축구 수업 공개 : 한자,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대회 개최 : 로봇조립, 연설, 영어, 바둑, 농구, 탁구 발표회 개최 : 가야금, 단소, 발레, 스포츠댄스, 연극, 바이올린, 플루트, 요가, 중국어 이처럼 네 가지로 나누어 발표하게 된 경위를 보면, 여러 .. 2007. 8. 29.
어머님의 그 따님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어머님의 그 따님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그때가 아마 초가을이었지요? 그때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못하고 이제와서 그 일을 따지고 싶어 하는 제가 좀 비굴하다고 생각되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그 일을 한시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님께서는 그 예쁜 따님을 막무가내로 꾸중하고 있었습니다. 따님은 줄곧 아무말도 못하고 어머니의 짜증 섞인 고함을 맨몸으로 소나기 맞듯 듣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듣기만 한 건 아니었군요. 교실에서 방금 내려온 듯 신발주머니에 실내화를 넣고 신발을 갈아신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는 후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기가 정말 난처하여 못 본 척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혹 제 모습을 보셨는지요? .. 2007. 8. 29.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쉽다는 비판에 대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쉽다는 비판에 대하여 11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보다 먼저 올해의 마지막 학업성취도평가를 걱정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에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 후에는 제가 당혹감을 느낀 일이 있습니다.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너무 쉽다"고 하신다는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매번 전학년 시험문제를 미리 모두 풀어보고 선생님들께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왜 이렇게 까다롭게 냈습니까? 더 쉽게 내실 수 없을까요?" 그런데 학부모님들께서는 저와 반대되는 말씀을 하신다고 하니까 제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무얼 기준으로 "쉽다, 어렵다" 하시는 걸까요.. 2007. 8. 29.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오는 월요일, '성복샛별잔치'를 열겠다고, 여러 선생님이 일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므로 마음이 급하겠지요. '해오름길'( '해오름길이라니……' 하셨지요? 지난봄, 어느 학모님께 우리 학교 환경 조성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데, 그분은 학교 이곳저곳과 학교 오는 길에 대하여 아름다운 이름들까지 지어오셨습니다. 언제 그 이름들을 한꺼번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해오름길'만 말씀드리면, 우리 성복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그 오르막길은 희망을 향해 오르는, 그런 성격의 길이므로 당연히 '해오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저 아래쯤에서 웬 여성 한 분이 -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 2007. 8. 29.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초등학교에 대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School 초등학교에 대하여 미국 아이들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륙했는데, 이곳 시간으로는 다시 아침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우리 학교 교문에 닿았습니다. "클레어 릴리엔탈의 우리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 아이들은 인천공항을 보고 이미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좀 바꾸었지만, 우리 성복동 골짜기에 웬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지 호기심을 가졌고, 그들의 부모에게 저 아파트에도 가보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버스에서 내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인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며 당혹스럽기는 했지만(한국계가 반이고 그 나머지가 유럽계, 라틴계, 아.. 2007. 8. 29.
28cm만 뛰어오르는 아이 - 만화 '광수생각'이 생각나서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54 28센티미터만 뛰어오르는 아이 - 만화 『광수생각』이 생각나서 - 1990년대 후반 어느 신문에 만화 『광수생각』이 연재되었습니다. 그 만화는, 드디어 첫눈 내리는 초겨울 아침, '그곳에도 눈이 내리는지요?' 하고, 고향마을이나 철없이 굴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식으로 마음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280호는 지금까지 복사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까지 다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글만 인용하고 그림은 ( ) 안에 옮겨보겠습니다. 장면 1. 벼룩.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녀석입니다. (벼룩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가는 모습). 장면 2. 벼룩은 60cm 이상 뛸 수 있습니다. ("내 몸의 몇 십 배…" "캬호!" 하고 가물가물하게 뛰어오르는 모습). ..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