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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랑64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Ⅲ B.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김재경 옮김, 혜원출판사, 2007 2010. 1. 12.
최문자 「VERTIGO비행감각」 VERTIGO비행감각 최문자 (1943~ ) 계기판보다 단 한 번의 느낌을 믿었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조종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착시현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다를 하늘로 알고 거꾸로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수평비행으로 알았다가 뒤집히는 비행기처럼 등대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하강하는 것을 상승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세상의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은 일이었다. 궤를 벗어나 한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었다.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과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이었다. 『현대문학』, 2007. 3월호 미안합니다. 헤아릴 수 없.. 2009. 7. 28.
최문자 「부토투스 알티콜라」 부토투스 알티콜라° 최 문 자 당신은, 누우면 뼈가 아픈 침대 짙푸른 발을 가진 청가시 찔레와 너무 뾰족한 꼭짓점들 못 참고 일어난 등짝엔 크고 작은 검붉은 점 점 점. 점들이 아아, 입을 벌리고 한 번 더 누우면 끝없이 가시벌레를 낳는 오래된 신음이 들려야 사랑을 사정하는 당신은 일용할 통증 멸종되지 않는 푸른 독 너무 할 말이 많아서 아픈 침대 커버를 벗긴다. 아아, 이거였구나. 전갈 한 마리 길게 누워 있다. 유일한 고요의 형식으로 당신과 내 뼈가 부토투스 알티콜라를 추다가 쓰러진 전갈자리. 굳은 치즈처럼 조용하다. 전갈의 사랑은 그 위에 또 눕는 것. 같이. ˚ 부토투스 알티콜라-전갈이 수직으로 달린 꼬리로 추는 구애 춤 ............................................ 2009. 5. 2.
에릭 시걸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에릭 시걸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황창수 옮김, 은하, 1990 그런 아이가 불우한 걸까? '불우한 환경의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이 소설이 떠오른다. 어렵잖게 많이 보았다. 보면서, 그런 아이를 기억해두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기억해두는 것은 왠지 옳지 못한 일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설은 단순하다. 아내가 모르는 아이가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면 안 되지만 어쩌다가 자신도 모르게 태어난 그 아이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에서 몇 군데를 인용하면 이렇다. "몽뺄리에에 논문을 제출하러 유럽에 간 일이 있었지……." "그래서요……?" 침묵이 흘렀다. "그때 여자관계가 있었어." 그는 그것을 아주 빨리 말했다. 마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반창고를 빨리 떼듯이. 실러.. 2008.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