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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최문자 「부토투스 알티콜라」

by 답설재 2009. 5. 2.

 

 

 

부토투스 알티콜라°

 

 

                           최 문 자

 

 

당신은,

누우면

뼈가 아픈 침대

짙푸른 발을 가진 청가시 찔레와

너무 뾰족한 꼭짓점들

못 참고 일어난 등짝엔

크고 작은 검붉은 점 점 점.

점들이 아아, 입을 벌리고

한 번 더 누우면

끝없이 가시벌레를 낳는

오래된 신음이 들려야 사랑을 사정하는

당신은

일용할 통증

멸종되지 않는 푸른 독

너무 할 말이 많아서

아픈 침대 커버를 벗긴다.

아아, 이거였구나.

전갈 한 마리 길게 누워 있다.

유일한

고요의 형식으로

당신과 내 뼈가

부토투스 알티콜라를 추다가 쓰러진 전갈자리.

굳은 치즈처럼 조용하다.

전갈의 사랑은

그 위에 또 눕는 것.

같이.

 

                                                   ˚ 부토투스 알티콜라-전갈이 수직으로 달린 꼬리로 추는 구애 춤

 

 

 

  ............................................................................

  최문자 1943년 서울 출생. 1982년『현대문학』등단. 시집『귀 안에 슬픈 말 있네』『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사막일기』『울음소리 작아지다』『나무고아원』『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등.

 

『현대문학』2009년 5월호.

 

 

 

 

내 춤만은 부토투스 알티콜라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조금 더 지나서, 같이 눕고 또 누운 그 침대 커버를 벗겨보면, 아! 그 밑에도 전갈 한 마리 길게 누워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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