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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죽음 준비8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황소연 옮김, 21세기 북스, 2010(1판64쇄) "매사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늘 마음을 졸였던 것 같아요. 지금 같아서는 세상사를 좀 더 여유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늦었지요."(92)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101) "걸어보니 신기하게도 참 재밌네요."(110) 시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음식이나 주사액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식욕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식을 떠 넣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체력을 보강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146) 눈을 감는 순간,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내 곁을 지킨다면 그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2018. 4. 15.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박선영 옮김, 21세기북스, 2011 '1000가지 죽음이 가르쳐준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그 '조건'을 암기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건 그 세 가지 중 한 가지일까? 아니 이건가? 그렇게 하여 메모한 문장들입니다. 당신은 혹시 말기환자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26)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힘, 특히 바깥세상을 향해 지나치게 바라고 구하려들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41) 당신 곁에서 당신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TV를 보며 때론 웃고 때론 울면서 서로 닮아가는 사람들 (…) 그들이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일 거라고 생각하는가.(62) 무리 속에 어울리지 않으.. 2018. 3. 29.
「소지燒紙를 태우며」 소지燒紙를 태우며 강병길 윤달의 빈 시간을 다투어 아버님의 봉분을 헐었다 보늬로 남은 수의 안의 죽간처럼 가지런한 갈비뼈를 읽고 표정을 벗어난 두상은 햇볕에 말리고 마디마디 단초를 캐내며 마지막 남겨진 세간 순지로 옮긴다 얽죽얽죽 씌어지는 자서에 순지는 소지가 되었다 "굳세게 살어라"라는 골자가 아른거린다 자밤자밤 다시 쓰는 유서를 나는 모두 읽어낼 수 없다 톡톡 털어내니 난분분 흩어지는 흙문자 말에 얽히지 말고 차라리 까막눈 되라는 골필 유훈은 읽었으나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전해지던 육계의 숨결이 후끈거려서 그리하여 겨우 눈물 몇 방울 소지에 보태 활활 하늘로 돌려보낸다 ――――――――――――――――――――――――――― 강병길 1967년 경기도 이천 출생. 2011년 시집 『도배일기』를 출간하며 등단... 2016. 5. 10.
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 어사연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 궁리 2009 '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 서문이 꼭 다시 한 번 읽겠다고 생각한 책 『만남, 죽음과의 만남』을 쓴 정진홍 교수의 글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나는 내가 신선(神仙)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온갖 욕심도 없어지고, 이런저런 가슴앓이도 사라지고, 남모르게 품곤 했던 미움도 다 가실 줄 알았습니다. 그쯤 나이가 들면 사람들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것도 까만 옛일이 되고, 내 생각이나 결정만이 옳다고 여겨 고집 부리던 일도 우스워지는 줄 알았습니다. 부럽고, 아쉽고, 그래서 시샘도 하고, 다툼도 하고, 체념도 하고, 부끄러운 변명을 하기도 했던 일도 '그것 참!' 하는 한마디 혼잣말로 다 치워지는 줄 알았습니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2016. 2. 11.
「死者의 書」 죽어 있다는 건 배에 타고 있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또 살이 물러지고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달리 할일도 없다. 메리 로취라는 사람은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스티프 STIFF』(파라북스, 2004, 권루시안 옮김, 9쪽)에서 주검 혹은 죽음 이후의 상황을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짤막한 문장에서 "누워서 지낸다"느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느니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느니 "할일도 없다"느니 어쩌고 하며 겉으로는 『죽음 이후의 삶』이라고 한 책의 제목에서처럼 주검에 대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를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듯 했지만, 사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게, 차갑게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12. 8. 23.
누가 먼저 죽어야 하나 누가 먼저 죽어야 하나 -걸으며 생각하며 Ⅳ- Ⅰ 아내와 말다툼을 하면 속전속결(速戰速決), 그 상황을 얼른 끝내고 만다. '속전(速戰)'보다는 '속결(速決)'에 더 힘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도 걸핏하면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으레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저 생각이 .. 2012. 3. 12.
오츠 슈이치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 C일보(2011.11.5)의 책 소개에서 「마지막 길 가려는 이에게 "가지 말라"고 할까, "편히 가라"고 할까」라는 제목을 봤습니다. 책 내용에서 특히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것인 줄은 당장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사회의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죽음의 초보자로 만들었다.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죽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착각한다."(108)는 내용을 딴 「당신은 TV에서 본 것처럼 죽지 않는다」는 소제목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가족도 피가 마른다」 「고독사는 나쁘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같은 소제목도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그 신문은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듯, 웬만큼은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책의 .. 2011. 12. 5.
저승사자는 아는 사람이다 Ⅱ 저승사자는 아는 사람이다 윤제림 (1959~ ) 저승사자 따라가던 사람이 저승사자가 되어 옵니다. 회심곡(回心曲)에선 활대같이 굽은 길로 살대같이 달려온다고 그려지는 사람. 그러나 저승사자도 백인백색. 나같이 둔한 사람은 벼랑길 천리를 제 발로 기어옵니다. 산허리 하나를 도는 데도 한나절, 만고강산 부지하세월입니다. 날 듯이 걸으라는 황천보행법도 못다 익히고 허구렁길 밝히는 주문도 자꾸 잊어서 밤낮 헛발입니다. 죽은 사람 데리고 돌아갈 일이 걱정입니다. 저승사자가 병아리 귀신보다 허둥거리면 무슨 망신이겠어요. 그러나 아무리 못나도 귀신은 귀신이어서 아득한 천지간을 수도 없이 자빠지고 구르다 보니 길 끝입니다. 문을 여니 구청 앞 버스 정류장. 여기서부터는 자신 있습니다. 아직은 이쪽이 더 익숙합니다. 살.. 2009.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