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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영재교육9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김이섭 옮김, 민음사 2009 신장판 47쇄 Ⅰ 어느 월간지에서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이 성장 소설1이었던가?'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조급한 마음이 일긴 하지만 문장이나 흐름의 편안함도 느꼈습니다. '성장 소설'이라는 말을 "특별히 넓은 뜻으로" 혹은 "느슨하게 썼다"고 하거나, "대충 썼다"고 한다면 몰라도 아무래도 잘못된 해석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남들이 그렇게 하면 대충 받아들이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그쪽으로는 내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나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할 사람도 수두룩하겠지만……. Ⅱ "마울브론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하여 .. 2015. 4. 21.
김정욱 교수의 '내가 본 한국 교육'(Ⅰ) Ⅰ 김정욱 교수는 올해 여든 몇입니다. 자신의 나이도 적은 게 아니라고 여겨질 때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위축되는데, 저분인들 때로 그렇지 않으랴 싶어서 "올해 몇입니까?" "내년에는 어떻게 됩니까?" 하고 꼬치꼬치 묻지 말고 올해나 내년에나 그냥 여든 몇이라고만 알아두기로 했습니다. 그런 분이 원고를 쓰겠습니까? 전혀 안 쓴답니다. 과학에 관한 글이건 뭐건 안 쓴다는 선언 같은 얘기를 이미 들었습니다. 저 같아도 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헛일삼아 설설 작업을 걸었습니다. 우리 교육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랬습니다. "아, 지금 그런 얘기를 글로 나타내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말할 때의 내 표정이 볼 만했던지, 지난봄 어느 날 불쑥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언제까지 써달라고 .. 2014. 12. 30.
그리운 아이들 그리운 아이들 ♬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소집 기간입니다. 자녀를 낳아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웬만한 사람은 다 경험하는 일인데도 마치 자신만 아이를 가진 것처럼 무한히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왕자나 공주인양, 아니면 단 하나뿐인 아.. 2013. 1. 28.
외손자 선중이 Ⅹ- 방과후학교 한자반에서 생긴 일 - 가을 기운이 드리운 초저녁의 아파트 마당에서 녀석에게 전화나 한번 하고 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을 만큼 유난히, 많이, 울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어미가 전화를 받아서 아침나절에 얘기한 대로 끝내 방과후학교 한자반에는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한자반에서 쫓겨났다고 해야 할까, 사실대로 말하면 등록이 거절되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녀석을 좀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일기를 쓰는 중이라던 녀석은, 전화를 받지 않으려는 듯하다가 '이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싶었는지 무슨 큰일이나 당한 것처럼 "으앙─" 울음을 터뜨리며 전화를 받습니다. "괜찮다. 3개월간 쉬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깊이 생각하며 지내라." 위로도 하고 채근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곧 전화를 끊으려는데.. 2011. 9. 8.
회고사 -아이들의 모습- 교장이 졸업생 대표에게만 졸업장을 주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담임에게 받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했을 것입니다. 신기해할 사람들은 대체로 학부모들이고 거추장스러워할 사람들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이었을까요? 그런데 두 학교에서 여섯 번째 치른 졸업식에서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하기야 '별것아닌' 상장까지 하다못해 교장실로 불러서라도 제 손으로 직접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교장이니까 한 해의 마지막 행사에서 굳이 교장의 그 생각을 꺾어보려고 나서진 않겠지요. 학부모들로서도 '그런가보다' 할 사람이 대부분이고, 더러는 '그 참 별나구나' 했을 것입니다. 그 중에 '오리아빠'라는 분이 있습.. 2010. 2. 15.
아이들이 적은 나라 마침내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적은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너무 많아서 지천이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돼지새끼 다루듯(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가돈家豚'이라는 낱말이 있긴 하지요? 그렇게) 구박하고 강압적으로 다루고 가만히 앉아서 오는 아이들 받으며 “너희들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가르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어렵게 하고 귀찮게 해도 이것들이 없으면 우리끼리 뭘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아이들이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니 큰일 아닙니까? 돈이야 국회의원들에게 조르면 되고 우리의 전문성은 책을 더 읽으면 되고 되지도 않는 지시·명령·감독을 해대는 저 교장은 물러갈 때를 기다리면 되지만, 우리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2009. 10. 14.
뉴질랜드로 유학 간 D의 어머니께 “교장선생님, 저 지금 비행기 탑승합니다. 가서 멜 하겠습니다.” 2006년 7월 11일 저녁에 보내신 메시지입니다. 저는 복사꽃 찬란한 이듬해 봄은 그 학교에서 보내고, 올해의 이 봄날은 이 학교에 와서 보내고 있습니다. 두 자녀가 운동이나 활동적인 학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잘 적응한다는 소식을 ‘그러면 그렇지!’ 하며 읽었습니다. 가을 축제 때 난타 지휘를 해서 그 학교 온 가족의 마음을 한데 모으던 4학년 D가 수학문제를 풀며 마음을 졸이던 그 표정이 떠오릅니다.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줄 알면서도 담임이 그까짓 수학공부 좀 제대로 하도록 간단히 지도해줄 수 없는지 답답했었습니다. 말없이 미소 짓던 J, 그 애의 표정도 떠오릅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크고 시원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아주던 J, 체육시.. 2008. 4. 17.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4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우리 학교는 해마다 네 번씩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가시고 분주하기는 해도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항을 살펴보면서 그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의 입장으로 답을 해봅니다. '난이도가 유지되고 있는가?' '품위 있는 질문인가?' '답하기 좋은가?' 같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므로 딱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출제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문제가 영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슬쩍 정답지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항이 있으면 "이 문제는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므로 새로 출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면.. 2007. 8. 29.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4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20년쯤 전 교사직으로는 마지막 해로 어느 국립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담임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학년 초 1주일간은 학부모들이 의무적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도록 했고, 그 기간에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의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이 별안간 제게 이튿날의 강의를 맡겼습니다. 저는 그 강의는 당연히 교장이나 학교가 소속된 사범대학 교수가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교사로서 강의를 맡게 된 건 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장이나 교수와 다른 특별한 발표를 하려고 단단히 준비해서 백 수십 명의 '엄마'들이 운집한 강당으로 갔습니다. 우선 "자녀가 천재나..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