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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인슈타인7

니체가 설명한 '천재성' 주제넘은 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40518)에 니체가 한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한 것은 천재들은 자신을 감추고서 천재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곤 한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데 정작 그 천재들은 걸핏하면 에디슨처럼 말하고 아인슈타인처럼 말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에디슨이 정말 그랬는지 그로부터 직접 들어볼 순 없었지만 천재는 99%가 노력이라고 했다는 건 한두 번 들은 말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는 걸 강조한 아인슈타인의 언급도 나는 수없이 인용했다.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끝까지 자신이 멍청하다고.. 2023. 4. 18.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바다에서 실제로 물범을 보는 건 쉽지 않겠지만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면 당장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다. 눈, 코, 입은 잘 갖추고 있는데 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두루뭉술하고 미끄덩한 느낌의 몸통에 목은 짧고 앞다리는 앞으로, 뒷다리는 꼬리처럼 나 있어서 해안에서 그 몸통으로 뒤뚱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불편해서야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물에만 들어갔다 하면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비행선처럼 유유히 돌아다녀서 '저 녀석처럼 헤엄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감탄과 함께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유감스럽지만 물범의 능력 평가를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고 싶진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공정성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 2023. 3. 31.
교육과 평가 방향 바꾸기(2021.12.31)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젠 정책 논의가 계속되겠지 하면 또 다른 시급한 일이 생기고 해서 교육문제 논의는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장기간 수시전형이 확대되어 오다가 현 정부 들어 돌연 정시가 확대되었는데, 이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쪽을 확대(축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각 선거 캠프에는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인력풀이 가동되고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 가지다. 학교교육과 평가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무지막지하게도) ‘뛰어난 사람’ ‘성적 최우수자’ 위주로 가르치고 뽑는 교육·평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모든 학생을 유용한 인재.. 2021. 12. 31.
너무나 공정한 나무타기 경기 (2018.9.20) 평가에 관한 유명한 카툰이 있다. 교육자로 보이는 늙은이가 쓸데없이 큰 책상 앞에 여유만만한 자세로 앉아 있다. 절대복종과 암기, 주입식 교육밖에 모르는 김나지움의 권위적 교사가 군대 중위 같았다고 한 아인슈타인이 본다면 혐오하고도 남을 인물이다. 과연! 늙은이 앞에는 새, 원숭이, 펭귄, 코끼리, 물고기(수조 속), 바다표범, 개가 한 마리씩 일렬횡대로 정렬해 있고 그 뒤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늙은이가 이렇게 말한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너희들은 같은 시험을 봐야만 한다. 모두들 저 나무에 올라가라." 선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공정한 경쟁이었는지, 불평한 수험생은 없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그림 아래에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란 제목의 간단한 해설이 보인다. "모든.. 2018. 9. 20.
아인슈타인의 시험 이야기 "공정한 선발을 위해 너희들은 같은 시험을 봐야만 한다. 모두들 저 나무에 올라가라."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끝까지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아인슈타인) 김 교수가 이 카툰 이야기를 한 것은 재작년 가을 전철역 앞에서 함께 아파트 앞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바람이 불고 스산한 날씨여서 그것 좀 보여달라고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일전에 그가 즐겨 찾는 카페에서 만나 식사를 하던 중에 이 카툰 생각이 나서 이야기했더니 자신의 연구실 책상 앞에 붙어 있다는 이 카툰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냈습니다. '그것 참 잘 됐다! 두고두고 써먹어야지.' '그나저나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친구도 좋지만 .. 2018. 9. 18.
"아인슈타인은 저 위에서 웃고 있겠지" Albert Einstein 『시지프의 신화』는 자꾸 읽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알아차리기 좋도록 번역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 번역본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살을 할 것까지는 없다'는 알베르 카뮈의 특별한 부탁은 두고라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 많아서 읽고 싶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그렇습니다. 여기 나무들이 있다. 나는 그 꺼칠꺼칠한 촉감이나 물기를 알고 있으며 그 맛을 느낀다. 여기 이 풀잎과 별들의 냄새, 밤, 마음이 느긋해지는 저녁나절들, 내가 이토록 저력과 힘을 실감하는 터인 이 세계의 존재를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상의 모든 지식은, 이 세계가 나의 것이라고 확신시켜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 2016. 2. 24.
데이비드 보드니스 『E=mc²』 데이비드 보드니스 『E=mc²』 김민희 옮김, 생각의나무 2003 Ⅰ "E=mc²이 뭐죠?" 그러면 상대방은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더러 대답해 주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공식이잖아요? 원자폭탄, 수소폭탄이 보여주듯 질량은 에너지와 별개가 아니라는……" 그 정도의 대답을 들으면 궁금증은 구체화되고, 이 공식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친절한 사람은 훨씬 적극적인 설명을 시작합니다. "에너지는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만큼에 비례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이로써 태양이 어떻게 그 엄청난 에너지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질량과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며 상호 간에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으로부터 원자폭탄과 원.. 201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