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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니체가 설명한 '천재성'

by 답설재 2023. 4. 18.

주제넘은 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40518)에 니체가 한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한 것은 천재들은 자신을 감추고서 천재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곤 한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데 정작 그 천재들은 걸핏하면 에디슨처럼 말하고 아인슈타인처럼 말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에디슨이 정말 그랬는지 그로부터 직접 들어볼 순 없었지만 천재는 99%가 노력이라고 했다는 건 한두 번 들은 말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는 걸 강조한 아인슈타인의 언급도 나는 수없이 인용했다.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끝까지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런 말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가능하다면 그 천재들을 여기 한꺼번에 불러 융숭한 대접을 해주고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천재 여러분! 오늘은 바른대로 말해주세요. 천재는 사실은 타고나는 것이죠?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에둘러서 말한 것이죠? 오늘은 바른대로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자, 바른대로 말하세요!"

 

그 천재들 중에는 물론 니체도 들어 있었는데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유감스럽게도(!) 니체조차 이렇게 썼단다.

 

천재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라. 타고난 천재라고! 모든 분야에서 그다지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으면서도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 그들은 부족한 자질을 일궈가면서 스스로 위대함을 획득하여 (우리가 표현하는 것처럼) 천재가 되었다. 그들 모두는 장인(匠人)의 근면함과 치열함을 갖추고 있어서 감히 훌륭한 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각 부분들을 엄격하게 구축하려고 애쓴다. 그들이 그런 시련의 시간을 갖는 이유는 황홀한 완성품이 주는 효과보다, 보잘것없고 신통치 않은 것들을 더 훌륭하게 개선하는 작업 그 자체에 보다 많은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 생각의 나무 2010).

 

 

 

나는 평소 니체 사진을 보며 '생긴 것부터 다르구나!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으며 '이래 가지고는 여성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아무래도 거시기했겠구나...' 싶었다.

 

 

니체가 타고난 천재였다면 연애를 그렇게도 못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스물세 살 난 여인 마틸데 트람페다흐에게 퇴짜를 맞았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 바그너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남다른 우정인 양 꾸몄고, 아름답고 바람기 많았던 여인 루안드레아 살로메에게도 쩔쩔매다가 퇴짜나 맞았다니, 그가 타고난 천재였다면 어떻게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하기야 '바보 온달'은 바보였어도 연애에는 고수였지 않나?

모르겠다. 그래도 니체는 타고난 천재였는지, 온달도 사실은 바보가 아니었고 바보인 척한 천재였는지... 사랑은 천재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천재도 아닌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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