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수능10

학교는 말이 없다 (2023.6.30)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습을 제공합니다" "재능을 찾아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 가꿈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존중의 마음으로 타인과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인재로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어느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팸플릿 내용이다. 더 바랄 게 없다. 어떻게 이걸 실현하는지 보고 싶고, 이 나라는 지금 교육 천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제는 대입전형, 수능시험이다. 수능 때문에 저 '공약'도 허사(虛辭)가 된다.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면 부정할 사람이 별로 없겠지? 사정은 곧 바뀐다. 초등 '의대 준비반' 소문은 그렇다 치고 중고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마다 그 어떤 이상적 활동을 구상해도 학생들은 오.. 2023. 7. 2.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바다에서 실제로 물범을 보는 건 쉽지 않겠지만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면 당장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다. 눈, 코, 입은 잘 갖추고 있는데 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두루뭉술하고 미끄덩한 느낌의 몸통에 목은 짧고 앞다리는 앞으로, 뒷다리는 꼬리처럼 나 있어서 해안에서 그 몸통으로 뒤뚱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불편해서야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물에만 들어갔다 하면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비행선처럼 유유히 돌아다녀서 '저 녀석처럼 헤엄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감탄과 함께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유감스럽지만 물범의 능력 평가를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고 싶진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공정성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 2023. 3. 31.
학교는 사라지는가? (2019.11.27) UN에서의 연설에서 "어린 시절 별을 보며 내가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라고 상상했었는데, 10세 때쯤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염려하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더라"고 회상한 RM "힘내라구요 말 대신 다 그렇단 거짓말 대신 그저 이 모든 바람.. 2019. 11. 30.
비판 받을수록 강해지는 수능? (2019.1.10) 비판 받을수록 강해지는 수능? 한 여론조사업체와 인터뷰 중이었다. 향후 교육정책과 그 영향을 점쳐달라는 대목에서 꽉 막혔다. 우리 교육의 변화·발전 방향을 알아맞혀라?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횡성수설이 되려고 해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교육과정기준이 바뀌면 교육이 변했는가? 20.. 2019. 1. 11.
대학 가기 좋은 시절(2018.4.16) 1970년대의 어느 봄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쑥스럽고도 감개무량했다. 가족들에게 학교에서 본 공문 내용을 전했다. "대학 가기도 좋아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자랑스러웠다. 아내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때도 대학진학은 지난하였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심해서 마침내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교육개혁운동 같은 것이 전개되었거나 대입제도 개선방향이 발표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그 '선언'은 허사(虛辭)였다. 내가 직접 관여한 양 호언장담한 '청사진'은 흐지부지 되어 12년 후 그 애가 겪은 대입전형 역시 유례없이 치열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최상위 성적을 유지했지만 '마음껏' 공부하기는커녕 우선 가고.. 2018. 4. 17.
정말 '공부'가 뭘까? (2017.11.20) 전국 고교(2358교) 중 야간자율학습('야자') 실시 학교는 1900개교(80.5%)! 그중 995개교는 밤 10시까지지만 1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교도 245개교(12.9%)! 이 싸늘한 밤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마음 든든하기보다는 그 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예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41개교 학생들은 '자율'의 의미나 알고 참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붙잡아둔다"고도 표현하지만 무슨 공부를 그토록 하는가 싶고 꼭 해야 한다면 밤낮없이 한곳에 모여 앉아 있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그리 획일적, 전체적인 자율을 좋아하는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또 교육학이란 결국 어떻게 가르쳐야 .. 2017. 11. 20.
수능·학생부전형 개선의 길 (2017.9.11) 사오십 년 전 얘기여서 잊었을 수도 있고 우린 그렇지 않았다고도 할 것 같다. 그때도 평가는 골치 아팠다. 객관식만 찾지 말고 주관식도 좀 출제하라고 했고, 단답형에 그치지 말고 논술식도 내라고 했다. 교사들은 수긍하면서도 꺼렸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답형조차 간단한 건 아니었다. 가령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를 물었다고 치자. '의·식·주'를 써넣었어야 할 세 개의 ( ) 안에 수업시간엔 뭘 했는지 "어머니·선생님·교과서" "믿음·사랑·소망"이라고 써넣은 건 그렇다 치고 "옷·밥·집"이라고 한 것도 말썽이었다. 회의를 통해 근근이 정답으로 조정(인정!)되어도 교육청 감사가 나오면 교사들 간의 그 힘겨웠던 논의는 일거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 위상이 어떤 수준인지도.. 2017. 9. 1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2016.11.14)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나날 속에서 관심 밖의 일일 수도 있지만 오는 17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응시생 60만 5988명과 그 가족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할까. 어김없이 특별대책이 발표되었다. 관공서 출근시각이 늦춰진다. 전철.. 2016. 11. 14.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2014.12. 22) 경기시론 109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교과서도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거나 당장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나라.. 2014. 12. 21.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2014.11.24)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지난 14일, "시험이 주는 중압감을 나쁜 것으로 본다면, 잠시 한국 학생들을 동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전제하고, 일시에 수십만 명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둘러싼 우리 한국 사회의.. 2014.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