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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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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오는 봄 잘도 오는 봄 경춘선 응봉역 부근 2016.3.30. 오전 해마다 봄은 잘도 오고 잘도 갔습니다. 올해는 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2016. 4. 1.
『다시, 봄』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다시, 봄』 샘터, 2014 장영희 교수가 29편의 영미시(英美詩)를 열두 달로 나누어 싣고 해설했습니다. 백과사전의 소개는 이렇습니다. 장영희(張英姬, 1952~2009) 영문학자, 수필가, 번역가.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의 암 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따뜻한 글로 희망을 전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이 있다. 봉급을 받게 되어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구입한 책 중에는 흔히 영문학자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책이 있었는데, 장영희 교수는 그분의 따님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두 사람을 부러워했습니다. 소아마비가 심해서 어릴 때는 누워서 살았답니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고 다녔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 2016. 2. 14.
처음 본 봄처럼… 봄이 말도 없이 가버려서 흡사 이별 인사를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겨울옷을 입고 있습니다. 사실은 아침저녁으로는 싸늘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정리도 하지 않고 가버린 봄, 그렇지만 그 봄을 원망해 봤자 별 수도 없습니다. 아파트 정원의 새잎은 딱 하루만 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눈여겨보며 지나다녔습니다. 그건, 사람으로 치면 무정한 것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디서 저 모습을 다시 보겠습니까? 목련도 그렇습니다. 말도 없이 피어서, 그 화려함을 널리 알리면 무슨 난처한 일이라도 생기는지 금세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꽃잎들이 처참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줄 이미 알았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저 집 초인종을 울려서 "목련이 흐드러졌습니다. 지금 좀 내다보셔야 하겠습니다." 할 .. 2015. 5. 7.
「봄」 2015.3.13(금). 오전의 봄. 봄 신경림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개중에는 집요하게 살갗을 파고들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 있다 구석구석 그 소리가 닿을 적마다 우리들의 몸은 전율하고 절규하다가 드디어는 그것을 따라 통째로 밖으로 빠져.. 2015. 3. 17.
봄 맹렬한 추위가 닥쳐와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 날은 12월 22일이었다. 12월 29일, 기온은 계속 떨어지고 유리창마다 얇은 얼음막이 끼었다. 1월 13일부터는 바야흐로 시베리아 혹한, 물은 다 얼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거의 사 주 동안 녹지 않았다. 2월 12일, 소심하게 봄을 예고하듯 약간.. 2015. 1. 27.
송수권 「내 사랑은」 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쪽 배밭의 배꽃들도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 오르면서, 해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근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 『한국경제』 2012.3.12.A2면. 「이 아침의 시」(소개 : 고두현 문화부장·시인(kdh@hankyung.. 2012. 3. 13.
김원길 「立春」 立 春 아침에 문득 뒷산에서 다르르르르 다르르르르 문풍지 떠는 소리가 난다. 아, 저건 딱따구리가 아닌가 맹랑한 놈 얼마나 강한 부리를, 목을 가졌기에 착암기처럼 나무를 쪼아 벌레를 꺼내 먹는단 말인가 아직 눈바람이 찬데 벌레들이 구멍집 속에서 기지개 켜며 하품소리라도 냈단 말인가. 옛사람들은 무얼로 벼룻물이 어는 이 추위 속에 봄이 와 있는 걸 알았을까 감고을축입춘(敢告乙丑立春)이라 써서 사당 문에 붙이는데 다르르르르 다르르르르 뒷산에선 그예 문풍지 떠는 소리가 난다. 김원길 『들꽃 다발』(길안사, 1994) 입춘이 지난 지 2주째입니다. 한파가 몰아치고 체감온도는 영하 십도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창문 너머로 먼 산을 보면 그렇습니다. 사람들 입방아도 무섭습니다. "봄이 왔.. 2012. 2. 17.
나에게 나이 한 살을 보내준 사람 나에게 나이 한 살을 보내준 사람 Ⅰ 임진년(壬辰年)이 되었습니다. 또 한 살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워낙 공평한 일이고, 불평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 그럼 "이제 몇 살이냐?"고 물으면 어떤 숙녀분들처럼 그건 비밀이라며 능청을 떨고 .. 2012. 1. 24.
다시 온 봄 겨우내 눈밭에 뒹굴어도 괜찮을 만큼 '튼튼한' 점퍼 한 가지만 입고 지냈다. 문밖에만 나서면 '무조건' 그 옷을 입었고, 더구나 털모자까지 뒤집어썼다. 한심한 일이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969년 봄부터 딱 41년, 출근을 하는 날이면 '무조건' 정장을 하다가 그렇게 하자니 어색했지만, 그것도 며칠이지 곧 익숙해졌다. 이월에는 복장을 좀 바꿔 볼까 했다가 그만둔 건 신문기사 때문이었다. '봄이 왔다는 말을 믿었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까짓 거'? 그렇게 가소롭게 여길 일은 아니었다. '핏줄에 스탠트라는 걸 집어넣었으니 이젠 괜찮겠지' 했는데 몇 달만에 다시 실려가 그걸 또 한 번 집어넣고 나니까 이건 예삿일이 아니었고, '내 핏줄은 걸핏하면 좁아질 수 있구나' 싶어 지레 .. 2011. 4. 2.
봄! 큰일이다 봄! 큰일이다 ◈ 내 그럴 줄 알았다. 대책 없이 앉아 있다가 …… 봄이 올 줄 알았다. 겨울 다음엔 봄이라는 건 '법칙(法則)' 이상의 것이지만, 경험만으로도 계산상 이미 예순여섯 번째가 아닌가. ◈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초인간적인 행복.. 2011. 2. 20.
봄 이 나라 나라는 부서졌는데 이 산천 여태 산천은 남아 있더냐 봄은 왔다 하건만 풀과 나무에 뿐이어 오! 서럽다 이를 두고 봄이냐 치워라 꽃잎에도 눈물뿐 흩으며 새 무리는 지저귀며 울지만 쉬어라 두근거리는 가슴아 못 보느냐 벌겋게 솟구치는 봉숫불이 끝끝내 그 무엇을 태우려 함이리오 그리워라 내 집은 하늘 밖에 있나니 애달프다 긁어 쥐어뜯어서 다시금 짧아졌다고 다만 이 희끗희끗한 머리칼뿐 이제는 빗질할 것도 없구나 김소월, 「봄」(『조선문단』, 1926년 3월호) 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 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 感時花濺淚 감시화천루 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 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 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 白頭搔更短 백두소경단 渾浴不勝簪 혼욕부승잠 ‘두시언해본’은 생략(현대문학 2월호, 199쪽에 있음.) 25세의 청년.. 2009.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