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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다시, 봄』

by 답설재 2016. 2. 14.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다시, 봄』

샘터, 2014

 

 

 

 

장영희 교수가 29편의 영미시(英美詩)를 열두 달로 나누어 싣고 해설했습니다.

백과사전의 소개는 이렇습니다.

 

장영희(張英姬, 1952~2009) 영문학자, 수필가, 번역가.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의 암 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따뜻한 글로 희망을 전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이 있다.

 

봉급을 받게 되어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구입한 책 중에는 흔히 영문학자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책이 있었는데, 장영희 교수는 그분의 따님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두 사람을 부러워했습니다.

소아마비가 심해서 어릴 때는 누워서 살았답니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고 다녔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학교를 찾아갔다니까 그 어머니는 하루에 적어도 네댓 번씩은 등교를 했을 것입니다.

 

 

Ring Out, Wild Bells

Alfred Tennyson(1809~1892)

 

Ring out, wild bells, to the wild sky,

The flying cloud, the frosty light;

The year is dying in the night;

Ring out, wild bells, and let him die. (부분)

 

 

(……)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똑같은 하루지만, 그래도 마치 이제까지의 불운과 실수, 슬픔을 다 떨쳐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가슴 설레고 괜히 희망이 솟구치기도 합니다.

1년 후 오늘, 또다시 힘들고 버거운 해였다고 한숨지어도 좋습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합니다. 자꾸 스러져 가는 희망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여정의 첫 발자국을 힘차게 내딛으려고 합니다.

 

 

맨 처음에 소개된 시와 해설 중 일부입니다.

희망!!!

 

교육부를 떠나 학교에서 근무하며 신문에 연재되던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산책》을 읽던 그 아침들이 떠오릅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광화문 그 청사에서는 보일 리 없는 모든 학교를 떠올리며 분주하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그 십사오 년의 세월에 비해 그 교장실은 너무나 한적해서 서럽기까지 했습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침에 출근하면 귀뚜라미가 울었고 한낮엔 고추잠자리가 날아들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교장실 앞 동산에서 뻐꾸기가 울었고 자동차 위에는 송화가루가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도 희망을 가질 필요는 있다'는 느낌으로 지냈습니다.

 

《영미시 산책》 기사에는 늘 그분의 사진도 보였습니다.

소녀처럼 단발머리를 하고 엷게 미소 짓는 모습이 청초해 보였는데 어디선가 살이 쪄서 통통한 사진을 보는 순간 '공연히' 실망했고(단지 청초해 보이던 인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느낌만으로) 그게 항암치료를 위해 단백질을 많이 섭취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이번에는 미안했습니다.

"야! 너도 한번 암에 걸려 봐봐!"(나에게)

 

혼자 좋아했다가 미안해했다가 한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지난 연말에 선물로 받은 책입니다.

표지 다음의 면지에는 "with Love, 장영희"라는 친필 사인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 주변에 이 책을 보내준 이가 아름답고 재미있는 표정의 초승달과 크리스마스 추리, 엽서를 그리고 엽서 속에 이렇게 썼습니다.

 

 

똑똑!!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하시길래……

'영미시' 공부하면

어떤가요?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