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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올리버 색스7

"저 사진은 뭐야?"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여기 이 방은 내가 꿈꾸어온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나에겐 과분하다. 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 생각만 나면 이 아파트 도로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자동차와 배달 오토바이들을 내려다볼 수 있고 건너편 아파트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그 불빛들을 하염없이 내다보기도 한다. 부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산다는 티 하우스 뒤로는 지금은 눈 덮인 산,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저녁때는 서울 방향으로는 고운 석양도 볼 수 있다. 밤이 깊으면 24시간 운영 무인 카페(24 hours open cafe)의 음악이 실낱같이 들려서 그것도 좋다. 여기에서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여유를 찾고 싶어 한다. .. 2024. 2. 27.
TV가 27%밖에 안 되는 거예요 아직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습니다만 KBS 같은 경우 2019년 적자가 1,300억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1,000명에게 저녁 7시면 어떤 매체를 보는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56.7퍼센트가 유튜브를 본다고 대답했어요. 지상파가 18퍼센트, 그다음으로 케이블이 9퍼센트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TV가 27퍼센트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것도 TV 본다는 분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고요. 《코로나 사피엔스》(인플루엔셜 2020)라는 책에서 최재붕 교수(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가 한 말입니다. "TV가 27퍼센트? 야호! 신난다!" 그럴 사람이 있을까요? "신난다고? 무슨 신?" 그러겠지요? "그렇지? TV 앞은 노인네 차지지" 그럴 사람은 있겠지만... 나는 신이 났습니다. 드.. 2021. 2. 26.
책 고르기, 즐겁고도 어려운 일 책 고르기, 즐겁고도 어려운 일 Ⅰ 책 고르기는 즐겁고도 어렵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즐겁다는 건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그건 어려운 작업이고 더구나 남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책이 마음에 드는 .. 2016. 10. 27.
올리버 색스 「안식일Sabbath」 「안식일Sabbath」 (올리버 색스가 마지막에 쓴 글)1 (……)2 1946년 나는 비교적 꽉 찬 시나고그에서 친척 수십 명과 함께 바르 미츠바Bar Mitzvah(유대교에서 남자아이가 13세가 되면 행하는 성인식으로 예배에서 그날의 기도문을 읽는다―옮긴이) 낭독을 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공식적인 유대교 의식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성인 유대교 신자의 의례적 의무를―가령 매일 기도하는 것, 평일 아침 기도하기 전에 몸에 테필린tefillin(이마와 팔에 가죽 끈으로 매다는 작은 성물함―옮긴이)을 두르는 것―따르지 않았고, 부모님의 신앙과 습관에도 자주 무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딱히 결정적인 단절의 계기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내 성적인 감정을.. 2016. 9. 8.
《고맙습니다Gratitude》Ⅱ(抄)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고맙습니다Gratitude》 Ⅱ(抄) 김명남 옮김, 알마 2016 *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17)1 * 나로 말하자면 내가 사후에도 존재하리라는 믿음이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저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길 바라고……(18)2 *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이름들이 자주 가물가물하고,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19)3 *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19)4 * 여든 살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20)5 〈수은 Mercury〉 * 그6는 예순다섯 살에 자신이 .. 2016. 8. 14.
2016년 7월! 7월! 2016년 7월……. 또 한 해의 가을, 겨울이 오고 있다. 「4계」1열두 곡을 단숨에 듣는 것 같다. '휙!' '휙!' 지나가버린다. 심각한 일이지만 몸도 마음도 모른 체한다. 태연하다. 더는 매일 밤 〈뉴스아워〉를 시청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정치나 지구온난화에 관련된 논쟁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초연이다. 나는 중동 문제, 지구온난화, 증대하는 불평등에 여전히 관심이 깊지만, 이런 것은 이제 내 몫이 아니다. 이런 것은 미래에 속한 일이다. 올리버 색스는 죽음 가까이 가서 이렇게 썼다.2 앨빈 토플러도 저승으로 갔다.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 ..................................................... .. 2016. 6. 30.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Gratitude》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고맙습니다Gratitude》 김명남 옮김, 알마 2016 올리버 색스가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 네 편이다. 나이들고 병들고 죽어가는 이야기. 1933년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인슈타인의과대학, 뉴욕대학,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교수로 일하다가 지난해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82세로 타계했다. 자신과 환자들의 사례를 통하여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책으로 사랑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했다는데 그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사놓은 책조차 읽지 않았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 201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