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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안부10

강추위 엄청나게 춥습니다. 아예 밖에 나가기가 싫고, 지난해 초겨울 눈 많이 왔을 때 젊은이처럼 걸어가다가 미끄러져서 손목에 금이 갔던 일이 자꾸 떠올라 조심스럽고 두렵습니다. 이렇게 들어앉아만 있으니까 거의 늘 이렇게 살아가면서도 뭔가 불안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심할 때는 잠시 정신과 생각도 했습니다. 12월에 이렇게 추운 건 드물었지 않습니까? 설마 올겨울 내내 이런 식이진 않겠지요? 혹 2024년 1, 2월 내내 기온이 이 정도로 내려가진 않고 좀 춥다가 말다가 하며 그럭저럭 겨울의 끝에 이르고 슬며시 새봄이 오면 이번 겨울은 '에이, 실없는 겨울이었네!' 하고 비웃음을 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조심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전 잘 있습니다. 뭐든 '와장창!' 무너지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2023. 12. 22.
선생님 저 지금 퇴근했어요 통화 가능하세요? (2023.1.30. 월. 11:42) ○○아 잘 지내지? 날씨는 차갑지만 햇살은 봄 같아 저 햇살 같은 느낌으로 다 잘 되면 좋겠네~ 선생님 어떻게 오늘 딱 문자 주셨어요? 저 지금 인턴 면접 보러 가고 있어요 결과 나오면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떨리네요ㅜㅜ 제가 쓴 곳이 경쟁률도 하필 올해 제일 높더라고요 ㅜㅜ 말씀 감사해요 정말 햇살처럼 잘 풀리고 실수만 안 하고 나왔으면 졸을 것 같아요..! 날이 그래도 2~3일 전보다는 많이 풀렸는데 여전히 춥네요 선생님은 잘 지내시죠? 간단히 쓸게~ 밝은 마음으로 예쁘게 씩씩하게 힘내!!! 네 씩씩하게 하고 올게요~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기다릴게~ 좋은 ○○이~ (2023.1.30.16:33) 선생님 ㅜㅜ 저 떨어진 거 같아요ㅠㅜㅜㅜ 저런... .. 2023. 2. 1.
답설재! 계묘년이야! "복토끼 한마리 데려가세요~" 선생님, 새해 더 건강하시고 더 행복해지시고 더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성희가 부군 이 소장이 그린 토끼를 보내줬네?' '응, 내일부턴 계묘년이잖아. 사람들이 덜 속상하고 안전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면 좋겠어.' '넌?' '아, 나도 그렇게 지내면 좋기야 하겠지...' 2023. 1. 21.
안녕하지 않으시네요? 파란편지 선생님, 안녕하시지 않으시네요. 팔을 다치셔서 불편하실 텐데 한 글자씩 마음을 담아 문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박한 책을 좋게 받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무척 기쁩니다. 팔을 다치신 곳은 시간이 지나야 낫는 상처이므로 시간이 두 배로 빨리 달려서 선생님께서 얼른 나으시면 좋겠습니다~~♡♡ 눈 쌓인 나무들을 바라보며 ... □○○ 드림 2023. 1. 15.
'게와 개구리' '게와 개구리' 그는 전직 출판사 직원입니다. '재주는 타고난 사람'인데 지금은 그냥 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일전에 이메일로 그런 소식들을 전하며 덧붙였습니다. "첨부한 그림은 점점 더워져 가는 계절이니 눈으로나마 보시고 웃으시라고 올려놓아 봅니다."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 2019. 7. 21.
2018 가을엽서 그곳도 그렇습니까? 올가을의 나뭇잎들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찬란하고 슬픈 가을… 몇 날 며칠 눈 가는 데마다 고와서 이건 사치구나 싶다가 문득 그곳을 생각했습니다. 2018. 11. 6.
"건강하시죠?" "아, 예! 지난겨울보다는 더 쓸쓸해졌지만요……." 그런 인사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는 그가 내 건강을 진정으로 혹은 깊이 염려해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아, 물론 그런 이가 없다고 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건강하시죠?" 전화를 하면 흔히 그렇게 묻습니다. 새삼스럽게 들리긴 하지만 의례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어떤 대답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순간적이지만 복잡하게 얽힙니다. 이 사람과 할 말이 많거나 간단하지 않다 싶으면 "예" 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얼른 본론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한 안부 전화(!)일 때도 "예!" 해버려서는 난처할 것입니다. 피차 그다음에 할 말을 특별히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나는 "예. 그저 그렇습니다" 하거나 "예, 별로 좋진 않지만 그럭저럭 지냅니다" "예, 뭐 .. 2017. 4. 11.
2016 가을엽서 하늘이 높습니다. 연일 가을구름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밤은 더 깊습니다. 책을 들면 1분에 한두 번씩 눈이 감기는 것만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까무룩' 내처 가버려도 그만일 길을 매번 되돌아오긴 합니다. 이런 지 꽤 됐고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몸은 한가롭고 마음은 그렇지 못합니다. 두렵진 않은데 초조합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2016. 9. 15.
이병률 「장도열차」 장도열차 이병률 (1967~ )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이 가을, 열차를 타고 갈 데가 있나? 어느 역의 플랫폼으로 잠깐 나와 줄 사람이 있나? 그 역에서 좀 만나자고 편지를 띄울 사람이 있나? 지난여름, KTX도 다니지 않고 공항도 없는, 겨우 무궁화호가 쉬고 또 쉬며 네 시간을 가서 도착하는, 그리웠던 그곳에 다녀왔다. 철로 주변 풍경도 옛날 같지 않았고 연락할 아무도 없었다. 그리웠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곳 어디에서 가혹한 그리움으로 각각 이.. 2009. 9. 1.
가을엽서⑴ 아무래도 가을인가 봅니다. 이 저녁에는 또랑또랑하고 낭랑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소리가 내 이명(耳鳴)을 잊게 했습니다. 이명은 지난해 여름 그 한의사가 이제는 친구처럼 대하며 지내라고 한 가짜 친구입니다. 입추(立秋)가 지나도 등등하던 더위의 기세가 뒤따라온 말복(末伏) 때문이었는지 하루식전에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려면 그렇게 등등하지나 말 일이죠. 새벽이나 이런 밤에는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그곳도 여름이 가고 스산하고 까닭 없이 쓸쓸합니까? 며칠 전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현관을 들어서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가을이네.' 별 생각 없이 그렇게밖에 하지 않았는데, 하마터면 눈시울이 젖을 뻔했습니다. 알래스카의 그 추위 속에서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는 것을 본 호시노 미치오.. 2008.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