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34 "자랑스러운 편수인상" 수상 소회 1986년, 초등 교사였을 때 편수를 돕기 시작해서 1989년 12월, 파견근무를 하며 5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사회, 사회과탐구 편찬 업무에 참여했고 1993년 6월에는 편수국 교육연구사가 되었습니다. 2년간의 시·도별 사회과탐구 개발은 연구진·집필진·삽화진 전체를 지역별로 구성했는데 열두 번의 연수회를 열고도 그 원고를 일일이 써주다시피 했으므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간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각 장애영역별 초등부 사회과 교과서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편수는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설날도 추석도 없이 교과서 원고나 삽화, 혹은 이미 개발된 교과서를 읽고 고치고 고친 것을 또 고쳤고 직접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전철에서도 교과서를 읽고 고치다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듣고 쓰러져서 병원에 실.. 2018. 4. 10. "나는 학교에서 처음 해본 것이 너무 많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연극을 해보았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좋아하는 애에게 고백했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친구에게 사과할 용기가 생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세상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내가 꼭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신선하다고 할 이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언제 대학 입시 준비를 할까, 걱정할 이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육이 그렇게 입시 준비에 빠져버려서 정작 해야 할 공부는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암기하고 암기한 것으로 오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공부(?)에 매달려서 하고 싶은 공부, 해야 할 공부는 안중에도 없는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교.. 2018. 3. 11. 기이한 길에서 보내는 편지 걸핏하면 지난날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그 지난날이란 것이 교과서라는 것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에 하필이면 교과서라니 원……. 그렇긴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더구나 교과서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을 처음 만나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이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겠지만 그게 '정말로' 진심이었으니 이건, 그러니까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걸어가는 이 길은, 제게는 필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교과서에 관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저 문선공부터 존경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문선공! 그렇습니다. 임금으로부터 받았음직한 시호(諡號) '文善公' 혹은 '文宣公' 들이 아니라 여기저기 몇 개의 알전.. 2017. 10. 19.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본 교과서 # 1 교과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가르치는 수업, 그리고 창의적이지 못한 수업 피네건 교장은 과학에 관해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틀에 한 번 겨우 한 시간이 과학 수업에 할당되며, 커리큘럼은 고작 마요네즈 병에서 리마 콩이 발아하는 것을 보여준다든지 잉크에 담근 셀러리 줄기의 희미한 초록색 관을 따라 잉크가 올라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같은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내용뿐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도 과학은 편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의 기발한 과학 관련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까봐 걱정하기 때문에 과학실험처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보다는 교과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가르치는 수업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299) 대부분의 여성은 수학과 과학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조우하기 훨.. 2016. 5. 19.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2014.12. 22) 경기시론 109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교과서도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거나 당장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나라.. 2014. 12. 21. 교과서 표지 예전에 저 교과서를 받아서 비료 부대 종이로 표지를 싸던 일이 생각납니다.1 즐겁고 고맙기만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는 '사회생활'이라는 책 한 권만 받았습니다. 종이가 없어서 책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은 입학식 때 학교를 갔는데 며칠 후 겨우 부모님 승낙을 받고 학교를 찾아갔기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이었다고 할까, 그때 나는 1학년은 교과서도 한 권만 받는 줄 알았습니다. 다 배우고 나면 그 껍질을 벗겨내고 깨끗한 채로 남아 있는 걸 들여다보며 감동하던 그 표지입니다. 어렵게 살던 때였는데도 차라리 지금도 그때처럼 그렇게 살면 어떨까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교과서 뒤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우리의 맹세 1.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2014. 8. 27. 교과서와 교수·학습자료 Textbooks and Teaching and Learning Materials Internationally 이 영한 대역을 새로 편집했습니다. 미국 덴버의 노루님과 캐나다 앨버타의 헬렌님께서 이미 읽어 주셨지만, 애초에 누가 좀 읽어봐 달라는 뜻으로 실은 것인데, 정말 송구스럽게도 헬렌님께서 "구시렁"거리신 것처럼 오르내리며 보도록 편집한 '실수' 때문에 지금이라도 그걸 바로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차마 다시 읽어봐 달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건 예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분께서 제 번역을 바로잡아 주셨기 때문에 처음의 편집본을 없애버리는 것도 체면이 아니어서 저 아래에는 처음의 편집을 그대로 두었고, 거기에는 두 분이 잘못 번역되었다고 지적하신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대로 둔 것이 있어야 언제라도 그 고마운 지적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고마움은 잊고 다 제가 잘나서 그렇게 된.. 2014. 3. 7. 수업 및 평가에서의 교과서 활용과 전망 국제 심포지엄 ― "수업 및 평가에서의 교과서 활용과 전망" <보도자료> □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은 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에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수업 및 평가에서의 교과서 활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 2011년부터 교육부.. 2013. 10. 23. 국제심포지엄 : 수업 및 평가에서의 교과서 활용과 전망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교과서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교과서란 무엇인가? 부지런히 읽고 이해하고 암기해야 할 내용이 담긴 것인가? 우리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잘 살고 있으니까 이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인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교육과정은 어떤 것인가? 교과서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교과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국정으로? 검정으로? 인정으로? 국검정도 잘 안 되는데 인정으로? 그렇다면 국가에서 관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고 자율적으로 채택해서 쓰는 나라들은, 특히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는 경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무래도 뭘 몰라서 그런가? 대충대충 넘어가는 나라들이어서 그럴까? 우리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왜 이렇게 극심한 논.. 2013. 10. 17. 교과서에 실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저널 『교육광장』 가을호 교과서에 실린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 류현진의 '교과서적인' 투구 류현진(26·LA 다저스)의 승전보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살맛나게' 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8월 14일 오전 현재, 그는 11승 3패, 평균 자책점 2.99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괴물'이라는 단어가 애칭이 되어버렸고, 그에 관한 기사는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도전하는 류현진… 그에게 숨겨진 비장의 무기를 분석해보니"라는 기사가 일간지의 한 면을 가득 채웠다.* 개요는 이렇다. ∘ 교과서적 투구 폼과 칼날 같은 제구력 → 부드럽게 던지는데 강력하게 꽂힌다. ∘ 다양한 구종, 허 찌르는 볼 배합 → 직구처럼 보이는데.. 2013. 9. 23. '고추잠자리'(조용필)에 대하여 무대에서 내려서면 시지몽은 더이상 대수로울 게 없다. 두 시간 후엔 그가 밖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을 일러 인생은 하나의 꿈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지몽 뒤에 또다른 사람이 온다. …(중략)… 이렇게 수많은 세기들과 수많은 정신들을 휩쓸고 자신이 될 수 있는 혹은 자신이기도 한 사람을 흉내냄으로써, 배우는 그 다른 부조리한 인간인 나그네와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된다. 나그네와 마찬가지로, 그는 무엇인가를 소모시키면서 끊임없이 움직여 나아간다. 그는 시간 속의 나그네이며, 그것도 잘해봤자 영혼들에게 추적당하면서 쫓기는 나그네인 것이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살하기보다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시지프의 신화』에서 이렇게 썼다.*배우는 덧.. 2013. 6. 7. 강우철 선생에 관한 추억 Ⅰ 1987년이었던가, 그 전이었는가…… 무슨 자전적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 어슴푸레해도 그만이겠지요. 1990년 3월에 정본이 나온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사회과 교과서를 집필할 때였습니다. 그 교과서 1단원 '우리 시·도의 생활'은, 서울은 '우리 서울의 생활', 대구는 '우리 대구의 생활', 제주도는 '우리 제주도의 생활'이었고, 그 단원을 우리는 '지역단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이전에는 교과서에 가령 충청남도의 행정구역이 나오면 일제고사 시험문제에도 충청남도 행정구역에 대한 문제를 출제했고, 관광에 관한 문제라면 제주도나 강원도에 관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당연했으며, 나 같은 '위험인물'은 그곳 대구에 관한 문제를 출제해서 교육청을 난처하게 만들던 시대였습니다. 그때 초등학교 사회과 국정도.. 2013. 5. 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