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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표지

by 답설재 2014. 8. 27.

 

 

 

 

예전에 저 교과서를 받아서 비료 부대 종이로 표지를 싸던 일이 생각납니다.1 즐겁고 고맙기만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는 '사회생활'이라는 책 한 권만 받았습니다. 종이가 없어서 책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은 입학식 때 학교를 갔는데 며칠 후 겨우 부모님 승낙을 받고 학교를 찾아갔기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이었다고 할까, 그때 나는 1학년은 교과서도 한 권만 받는 줄 알았습니다.

 

다 배우고 나면 그 껍질을 벗겨내고 깨끗한 채로 남아 있는 걸 들여다보며 감동하던 그 표지입니다. 어렵게 살던 때였는데도 차라리 지금도 그때처럼 그렇게 살면 어떨까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교과서 뒤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우리의 맹세

1.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자.

2. 우리는 강철 같이 단결하여 공산 침략자를 쳐부시자.

3. 우리는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날리고 남북 통일을 완수하자.

 

이 맹세를 다시 읽어봅니다. 난데없이 어느 책의 붉은색 도깨비로 그려진 간첩이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나아졌나 싶어서 한탄스럽기도 합니다. 조금은 나아진 나라를 보고, 그런 나라를 두고 눈을 감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공연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습니다.

교과서 뒤에는 이런 내용도 실려 있었습니다.

 

"국제연합한국재건위원단(운끄라)은 한국의 교육을 위하여 4285년도의 국정 교과서 인쇄 용지 1,540톤을 문교부에 기증하였다. 이 책은 그 종이로 박은 것이다. 우리는 이 고마운 원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층 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한국을 재건하는 훌륭한 일군이 되자. 대한민국 문교부 장관 백낙준"

 

이 글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책쯤이야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종이를 확보할 수 있고 우리나라,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돈쯤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자랑스러운가?"

그렇게 물으면, 글쎄 그냥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국정 국어 교과서 표지입니다. 여러 출판사의 검인정 교과서 표지를 싣기가 난처해서 이 교과서 표지를 실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무엇이 더 좋아졌는지 살펴봤습니다.

다른 나라 교과서도 살펴봤습니다.

 

 

 

 

바로 위의 표지는 다른 어느 나라 국어 교과서 표지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호랑이를 좋아합니까?

이 표지는 원색을 많이 썼습니까? 어떻습니까? 유치합니까? 문화 수준이 낮을수록 원색을 선호합니까? 문화 수준이 높을수록 2차색, 3차색을 선호합니까? 누가 그랬습니까?

 

어느 디자이너는, 1차색은 색상환의 기본이 되는 색, 2차색은 1차색에 흰색이나 검은색을 혼합한 색, 3차색은 1차색에 회색을 섞은 색으로, 발달단계에 따라 1차색은 그 단계가 미숙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적절하고, 2차색은 중학교, 3차색은 어느 정도 시각 능력이 발달한 고등학교 교과서의 편집 디자인에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지만2,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교과서의 표지들을 좀 살펴봤습니다.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비하한다고 할 것 같고, 자화자찬한다고 할 것도 같고 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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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교과서는 사실은 그 몇 년 후에 나온 것입니다. 그 교과서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2.현영호 외(2014), '학습자 발달수준에 따른 교과서 편집디자인의 차별화 전략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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