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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빛나는 이름들

by 답설재 2014. 8. 8.

 

 

 

 

 

 

 

 

 

 

4년 전에 건의한 것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교과서정보관에 자료를 기증한 이들 이름을 좀 써붙여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담당자는 무슨 동판 정도의 재질에 새겨서 그 이름들이 영원히 빛나도록 할 작정이었던 것으로, 그 건의를 한지 한참 만에 예산이 최소한 4~5백만원은 들어가야 하겠다고 해서 그러지 말고 아크릴이나 하다못해 종이에라도 써붙이고 나중에 멋지게 하든지 말든지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럴 수는 없다고 해서 또 한참이 지나간 것입니다.

저로서는 저런 명단이 턱 붙여져 있어서 그걸 본 사람들이 '나도 저기에 이름이 오르도록 해야 하겠구나' 싶도록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4년 정도 지나니까 '간단한 줄 알았지만 결국은 불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는데, 어느날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오자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도 간절하게 이야기할 때는 그렇지 않더니…… 이야기하는 사람의 비중을 보고 일하나?' 싶어서 그만 좀 섭섭해졌습니다. 박물관, 자료관, 전시관, 정보관 치고 자료 기증자 명단을 써붙이지 않는 곳이 어디 한군데라도 있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렇게 당장 나붙었는데 저 명판은 무료로 제공되었답니다. 어느 분이 그 정도라면 내가 무료로 해주겠다고 하더랍니다. 무료로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4년이나 걸리다니!

그렇지만 저렇게 잘 만들어 붙인 걸 보니까 이번에는 담당하시는 분에게 미안하고 겸연쩍게 되었습니다. 일이란 이런 것입니다. 원, 세상에……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하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나라에 목숨을 바친 영웅들도 "빛나는 이름들"이라는 호칭을 붙여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은 당연히 잊지 않아야 하고그런 일에 대하여 잊지 않겠다는 말을 들어서 기분 나쁠 사람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