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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 눈
어머니는 구석에 웅크린 채 책을 읽었다. 편한 자세로, 천천히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맨발을 다리 아래로 감추고 책을 읽었다. 몸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책 위로 굽히고, 책을 읽었다. 등을 웅크리고, 목은 앞쪽으로 숙이고, 어깨는 축 늘어뜨린 채, 몸을 초승달처럼 하고 책을 읽었다. 얼굴은 반쯤 검은 머리칼로 가린 채, 책장 위로 몸을 구부리고 책을 읽었다. 내가 바깥 뜰에서 놀고, 아버지는 자기 책상에 앉아 연구하며 갑갑한 색인 카드들에 글을 쓰는 동안, 어머니는 매일 저녁 책을 읽었고, 저녁 먹은 것들을 다 치운 후에도 책을 읽었으며, 아버지와 내가 함께 아버지 책상에 앉아, 내가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아버지 어깨에 고개를 가볍게 대고, 우표를 분류하고, 분류 책에..
2021. 9. 22.
『왜 책을 읽는가』
표지 그림에 끌려서 샀습니다. 모두들 열중하고 있고, 한 남성이 앞을 바라봅니다. 오만함이 느껴집니다. 방해 받았다면 그럴 수밖에. 지금 읽고 있던 곳의 책갈피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좀 못마땅한 듯한 표정입니다. '뭐야, 지금?' 저 사람에게 책을 읽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모두들 혼자입니다. 그렇게 보면, 혼자 하는 일로서 독서만큼 적절하고, 비난 받을 일 없고("책이나 보면 뭐가 나온다더냐?"는 비난을 받은 사람이 없진 않지만), 마음 편하고,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고("독서는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이 표지를 여러 번 들여다보았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표지의 이 말은 탐탁지 않습니다. '무슨, 그렇게, 이..
2013.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