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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독서 인증제? 독서 대체벌?

by 답설재 2022. 4. 2.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어요. 글쓰기가 싫었다기보다 그게 숙제라는 게 싫어서 일기 쓰기를 싫어했던 기억이 나요. 어느 날 엄마가 중학생들이 쓰는 예쁜 공책을 사다 주면서 앞으론 여기다 일기를 써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앞장에 좋은 글귀도 써주고 날짜와 날씨 적는 칸도 만들어주셨죠. 공책도 정말 예뻤지만, 친구들과 다른 일기장이어서인지 숙제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일기를 써왔어요. 그 습관이 서평을 쓰는 데 도움이 돼요." 그 엄마에 그 딸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그의 큰딸은 책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는 독후감 쓰기는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편지'다. 예쁜 편지지를 딸에게 내밀며 '네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책 얘기를 해보라'고 제안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다. 예쁜 공책이 생기자 쓰기 싫던 일기를 즐겁게 쓰기 시작한 그처럼, 그의 딸도 예쁜 편지지가 생기자 쓰기 싫던 독후감을 기쁘게 쓰기 시작한 것이다. 북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엄마도, 편지지에 독후감을 쓰는 딸도 책 이야기를 글로 쓰는 동안은 온전히 행복하다.

 

박현채(자유기고가), 「좋은 삶을 살아야 쓸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북로거 조미정 씨)」, 교보문고 『사람과 책』 2010. 7월호, 79~80.

 

 

2010년 6월, 독서인증제라는 것이 나왔을 때, 나는 마침내 독서까지 그냥 두질 않는구나, 생각했다.

다 건드려도 독서만은 그냥 두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기도 했다.

 

하기야 체벌을 없애는 과정에서 몇몇 교원들이 '대체벌'인가 뭔가를 생각해내었고, 그 대체벌 종류에 '○ 시간 책 읽기'도 포함시켜 책을 읽는 고통을 느끼게 하겠다는 생각도 하는 사회니까.

교육을 잘하는 학교를 표창하면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얼른 먹고 책을 읽으라고 한 학교를 대서특필로 칭찬하여 최고상을 주기도 한 사회니까.

 

지금도 저 인증제가 살아 있는지 모르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독서 인증제에 목을 맨 학생이 있다면(있었다면) 그 학생은 책을, 독서를 얼마나 미워할까(미워했을까).

혹 지금도 독서인증제가 있다면 언제 참다운 교육, 참다운 책 읽기를 아는 행정가께서 슬그머니 폐지해버리시면 고맙겠다.

지금쯤 이미 없어졌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면, 온갖 동물을 다 모아놓고 "저 나무 위에 잘 오르는 동물을 뽑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 동안 시험을 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 주겠다는 '정시 확대'로 간다면 차라리 독서인증제를 살리는 쪽을 택하겠다.

그 시험 한가지로써 어떻게 사람을 평가하겠다는 건지… 아무리 공평하다 해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