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버리기는 '사건'입니다. 잊혀도 상처는 남습니다. 함께하기가 어려워 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손수레로 세 차례 실어냈습니다.
"어허! 죽을 때 가지고 가시지 왜 자꾸 버리세요?"
재활용품을 정리하던 경비원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누가 듣고 있지 않을까 싶어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저 꼴에 책을 읽는단 말이지?' 단 한 사람이라도 보게 되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 뻔합니다.
지난주에 내다버릴 땐 아뭇소리 않고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순간 나도 덩달아 외쳤습니다.
"벅차서요! 남아 있는 것도 다 가져가지 못하겠는걸요!"
정말 그걸 다 갖고 가라면 그 먼길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을 건널 땐 또 어떻게 하겠습니까? 죽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경비원은 큰 소리로 웃기만 했습니다. "어~ 허허~"
덩달아 나도 웃었습니다. "어~ 허허~"
허전한 수레를 갖고 들어오며 의아해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니 내가 왜 그리 즐거워한 거지?'
나 참... 마땅히 섭섭해야 할 일을 하고는 그 경비원과 함께 즐거워했으니…… 아이 시집 보낸 날 저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