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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실시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장 선생님, 원감 선생님, 담임 선생님, 체육 선생님 네 분을 평가하는 것인데 나는 우리 유치원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항목마다 "매우 그렇다"에 표시를 했습니다.
네 분의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을 안내해 놓았는데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적어놓으셨습니다.
유아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위하여
첫째, 만 5세 누리과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여 유아들의 발달 수준에 맞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수준의 누리과정을 ○○○반의 특성과 유아 개별적 수준을 고려하여 5개 생활 영역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셋째, 유아들에게 안정적이고 질문에 허용적인 태도를 갖고, 활발한 교수·학습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칭찬과 격려를 해줌으로써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갖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넷째, 유아들의 이해 수준과 학습 발전 수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만 5세 수행 평가 자료 제작 활용 및 포트폴리오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아 개별적 수준을 파악하고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섯째, 학부모님들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 통신문, 클래스팅, 문자 메시지, 상담(정기 상담 및 수시 상담)등을 통하여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유아들이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와 또래 관계 형성을 돕고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를 제공하여 학습의 흥미를 돕고 있습니다.
유아·교사·학부모 모두 행복한 유치원, 교육의 중심에 '유아'가 있는 유치원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2
나는 사람이 변해버렸습니다.
전에는 아름답게 보이는 여인들이 많았고, 더구나 그 대상이 걸핏하면 변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께 빠져 있고 변함도 없습니다. 아! 지난해에도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께 빠져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우리 유치원에서 제일 아름다워서 다른 여인들은 아예 생각도 나지 않았었습니다. 올해 담임 선생님은 올해 전입해오신 분인데 참으로 예뻐서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를 담임하는 선생님은 연달아 가장 예쁜 분이었습니다.
나는 올해는 그 두 분의 선생님께 빠져서 똑같은 사랑을 바치느라고 지난해보다 마음이 훨씬 분주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다른 여인들은, 그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겠지만 아예 나에게는 연락을 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은 내게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아이 할아버지라고 여길뿐이지만 나는 그게 하나도 섭섭하거나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예쁜 사람은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 그리고 지난해 담임 선생님 그렇게 두 분뿐입니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하교 시간에 맞추어 내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오시면 나는 선생님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그 모습은 저 위에서 선녀가 내려오는 것 같아서 황홀합니다.
나의 이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지만 혹이라도 싶어서 나는 늘 그 사랑을 확인하고 다짐하며 지냅니다.
3
여담(餘談)입니다.
얼마 전에는 유치원에서 수업 참관과 함께 재롱잔치를 열었습니다.
잊을까 봐 여기에 밝혀둡니다. 우리 아이가 모자춤을 제일 잘 추었습니다.
그건 누가 봐도 명백해서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나와 막역하게 지내는 우리 반 어머니들은 모두 그 사실을 나에게 털어놓고 얘기했으므로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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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원감 선생님께서 안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주로 우리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말씀이었고, 학부모들이 언제라도 좋은 의견을 내면 잘 반영하겠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는 것을 전문적으로는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고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말은, 즉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란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한 초중고등학교 현장의 비판이 비등할 때 내가 교육부에서 장관 지시를 받아 행정을 해나가면서 자주 쓰던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란 말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그때 처음으로 쓰인 말이기도 했습니다.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니 일시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적용을 기대하지 말고 잘 궁리해가며 실천해 나가자는 의미였습니다.
이돈희 장관은 부임하자마자 나를 불러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장학관님, 나는 이 장관실에서 열심히 할 테니까 장학관님은 현장을 챙기는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각오로 일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미 무진 애를 쓰고 있었던 나는 새로 부임한 장관의 그 격려에 가슴이 먹먹했고, 내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했으므로 이후 몇 년 간 그야말로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쑥스러운 것이므로 "이하 생략"입니다.
교육과정 때문에 이 세상이 너무나 힘들었던 그 당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을 들어보라면 나는 더듬거릴 필요도 없이 "학생 중심 교육과정"과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원감 선생님께서 그 말씀을 해주시다니!
우리 유치원은 최고이고 우리 유치원 선생님들도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