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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 독서에 대한 나의 희망

by 답설재 2023. 3. 12.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얼른 다 읽고 싶다.

읽어야 할 책?

사놓은 책, 꼭 한 번 읽으라고(그렇지만 이젠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모를 몇몇 권의 책) 아니면 내 책 좀 보라고 보내주는 책, 새로 나오는 책을 일부러 찾아서 사지는 않지만 더러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게 되는 책......

저 서장(書欌)에서 나를 기다리는 책.

 

읽을 책은 줄어들고 있나?

모르겠다.

줄어들기를 기대하며 읽는 수밖에 없다.

 

다 읽으면 할 일이 있다.

읽은 책 중에서 꼭 확인해야 할 내용을 찾는 일이다.

가령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서장에 관한 부분, 그 부분은 소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에서 그 지독한 향수 전문가가 자신이 냄새 맡아본 몇 천 가지의 향수를 종류별로 자신의 뇌 속 창고에 보관하듯 수많은 책이 정리되어 있는 서장이었다.

왜 음악은 사람을 흔드는가?

왜 운동선수의 그 한순간은 사람들이 열광하게 하는가?

왜 그림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가?

그런 것들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데도 왜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가?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도 분명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는 그런 것들도 꼭 확인해야 한다.

 

나는 재미를 찾아 소설을 읽는다.

그만 읽어도 좋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물으면 대답할 준비는 해두었다.

나는 소설이 사람들과 그들이 벌이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고, 아직 완벽하게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것들은 꼭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처럼 꼭 한두 가지 면에서 흠을 보여주었다.

어디엔가 그런 흠 없는 소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오늘도 책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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