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설목이 전화를 했습니다.
(나) "여보세요~"
(설목) "공문이 왔습니다~"
(나) "무슨 공문요?"
마침 버스가 오르막길을 오르는 아파트 앞을 걸어 올라가고 있을 때여서 소음도 한몫하긴 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 것이었는데 나는 공문이 왔다는 걸로 들었습니다.
공문과 거의 관계없는 삶을 산 지 오래되었는데도 아직 나는 이렇게 젖어 있습니다.
이건 쓸쓸한 일입니다.
문득 지지난해 여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박수홍이 결혼을 했다는 뉴스를 본 아내가 내게 그 얘기를 할 때 마침 아파트 옆 오르막길을 버스가 용을 쓰며 올라가고 있었고 우리는 거실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였습니다.
"박수홍이 결혼했다네~"
아내는 그렇게 말한 것인데 이쪽 방에서 책을 읽던 나는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복숭아가 좋다고?"
아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말수가 더 많은 내가 되물었습니다. "천도복숭아?"
아내는 아마 "에이~" 그랬을 것입니다. '저 인간 머릿속은 먹는 것뿐이야.'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0) | 2023.03.17 |
---|---|
"다시 태어난다면?" (0) | 2023.03.15 |
내 독서에 대한 나의 희망 (0) | 2023.03.12 |
내 눈물 (0) | 2023.03.08 |
그림 속으로 사라져버린 화가 우다오쯔 (0) | 202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