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산맥 기슭에 사는 헬렌님의 우리말 블로그 "Welcome to Wild Rose Country"에서 시 '오늘'을 읽었다.
오늘 같은 봄날엔 그대도 창문을 활짝 열었을 것 같다. 카나리아 새장을 열어서 아예 그 새를 날려버렸겠지? 모란꽃이 만발한 정원의 서늘한 돌담길에 햇볕이 새겨진 오늘은, 거실 탁자 위 유리 문진을 망치로 내려치면 그 문진 속 눈 덮인 별장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부셔하며 손을 맞잡고 나와 저 넓고 푸르고 하얀 세상으로 걸어 나갈 것 같다는 시였다.
☞ 오늘(빌리 콜린스) https://nh-kim12.tistory.com/17202407
유리 문진에 갇힌 이야기 속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눈이 부셔서 한 손으로는 햇살을 가리며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생각하니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웠고, 이어서 이번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어느 화가 이야기가 생각났다.
중국의 3대 현자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당나라 화가 우다오쯔(吳道子, 680~760 ?) 이야기다.
아름다운 절경을 그려 오라는 황제의 명을 받은 그는, 그곳에 갔다 오긴 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 황제가 화를 냈겠지. 화가는 그 자리에서 당장 황궁의 벽에 붙인 수십 미터 두루마리에 쉬지 않고 자신이 본 풍경을 똑같이 그려 냈다.
사람들은 거침없는, 폭풍 같은 붓놀림으로 생겨나는 그림 속 세상을 지켜보며 얼마나 놀랍고 즐거웠을까?
화를 냈던 황제는 또 어떤 표정이었을까?
화가는 황제에게 그림 속 작은 동굴 하나를 가리키고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황제의 포로였던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통해 탈출한 것이었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반비, 2022, 91~92)
시인이든 화가든 음악가든, 예술가들의 생각은 놀랍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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