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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림 속으로 사라져버린 화가 우다오쯔

by 답설재 2023. 3. 6.

캐나다 로키산맥 기슭에 사는 헬렌님의 우리말 블로그 "Welcome to Wild Rose Country"에서 시 '오늘'을 읽었다.

 

오늘 같은 봄날엔 그대도 창문을 활짝 열었을 것 같다. 카나리아 새장을 열어서 아예 그 새를 날려버렸겠지? 모란꽃이 만발한 정원의 서늘한 돌담길에 햇볕이 새겨진 오늘은, 거실 탁자 위 유리 문진을 망치로 내려치면 그 문진 속 눈 덮인 별장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부셔하며 손을 맞잡고 나와 저 넓고 푸르고 하얀 세상으로 걸어 나갈 것 같다는 시였다.

 

오늘(빌리 콜린스) https://nh-kim12.tistory.com/17202407

 

 

 

"Welcome to Wild Rose Country" 헬렌님네 고장엔 유월은 되어야 봄이 무르익는다고 한다

 

 

유리 문진에 갇힌 이야기 속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눈이 부셔서 한 손으로는 햇살을 가리며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생각하니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웠고, 이어서 이번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어느 화가 이야기가 생각났다.

 

중국의 3대 현자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당나라 화가 우다오쯔(吳道子, 680~760 ?) 이야기다.

아름다운 절경을 그려 오라는 황제의 명을 받은 그는, 그곳에 갔다 오긴 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 황제가 화를 냈겠지. 화가는 그 자리에서 당장 황궁의 벽에 붙인 수십 미터 두루마리에 쉬지 않고 자신이 본 풍경을 똑같이 그려 냈다.

사람들은 거침없는, 폭풍 같은 붓놀림으로 생겨나는 그림 속 세상을 지켜보며 얼마나 놀랍고 즐거웠을까?

화를 냈던 황제는 또 어떤 표정이었을까?

화가는 황제에게 그림 속 작은 동굴 하나를 가리키고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황제의 포로였던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통해 탈출한 것이었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반비, 2022, 91~92)

 

☞ 구글에서 '우다오쯔'를 검색하면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시인이든 화가든 음악가든, 예술가들의 생각은 놀랍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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