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인공지능11

다시 태어나면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선생님을 생각함 (2023.5.26)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고 하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선생님! 그런 줄 알면서도 정작 "다시 태어나면 결코 교사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는 기사를 읽으며 쓸쓸하고 허전했습니다. 다시 태어날 리 없다는 걸 염두에 두신 걸까요? 우스개 같지만 정작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때 결정하기로 하고 이번 생에서는 속상하게 하는 아이들, 학부모들, 걸핏하면 섭섭하게 하는 행정가들 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신 건 아니었을까요? 교사 생활이 쉬울 리 없지요. 누군들 짐작하지 못할까요. 말하기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는 사람은 다 알죠. 하필이면 행정가들은 잘 모릅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도 맡은 일이 따로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 2023. 5. 26.
히라노 게이치로 《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平野啓一郞 《본심》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23년 2월호 "어머님의 VF(virtual figure)를 제작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VF에 관해서는 대략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일반적인 상식 정도밖에는......" "가상공간 안에 인간을 만드는 것이에요. 모델이 있는 경우와 완전한 가공의 인물인 경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시카와 시쿠야 씨의 경우에는 모델이 있는 쪽을 의뢰해 주셨네요. 겉모습은 실제 사람과 전혀 구별이 안 될 정도예요. 이를테면 저의 VF와 저 자신이 가상공간에서 이시카와 씨를 만나더라도 어느 쪽이 실물인지 분명 구별을 못 하실 거예요." "그렇게까지 똑같아요?" "이따가 보여드리겠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믿어주셔도 좋습니다. 말을 건네면 아주 자연스.. 2023. 3. 13.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가요? (2023.2.24) 선생님! 새 학기가 다가왔네요. 새로운 기대로 각오를 다지기도 하겠지만 올해엔 또 어떤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걸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걱정하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필이면 이때 선생님들을 우울하게 할 뉴스들도 줄을 이었고요. ‘교직의 안정성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교사의 지위가 추락하고 있다’ ‘전례가 없던 유형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은 편이다’ ‘임용 인원수가 초중등을 막론하고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교육대학교의 경우 재학생수가 최근 10년간 1/5이나 줄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 직업 조사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던 교사 선호도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 ‘교육대학교와 사범대학의 장점이 사실상 사라지.. 2023. 2. 24.
단편적 지식주입식교육, 백약이 무효? (2022.12.30) 우리 교육의 수준을 평가해보자고 하면 뭐라고들 할까? 교육부 직원이라면? 서슴없이 세계적 수준임을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여주면서 교육자라면 거의 누구나 부러워하는 핀란드와 수위를 다투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겠지. 그러면 핀란드 학생들은 오후 3시까지만 공부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11시까지 공부해야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이 있다. 어느 해외 인사가 깜짝 놀라며 한국에선 세 시간만 공부하느냐고 문의한 일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그 11시가 오후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객쩍은 소리지만 하루가 학생들에게도 공평하게 24시간일 뿐인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시간이 더 허용된다면 학생들은 더 고달픈 세월을 보내야 하리라. 그들의 하루하루는 .. 2022. 12. 30.
마이클 린치 《인간 인터넷 INTERNET OF US》 마이클 린치 《인간 인터넷 INTERNET OF US》 이충호 옮김, 사회평론 2016 사물 인터넷이 모든 것의 인터넷, 인간 인터넷이 되어가는데 대해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미래에 다가가야 한다는 전망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책인지 요약하거나 기억해야 한다면 다음 부분을 발췌하고 싶다. 서양 역사에서 무엇을 지식으로 간주할지 상당히 오랜 세월에 걸쳐 결정한 주체는 교회였다. 이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은 대체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기록되는 내용을 통제하는 능력에 있었다. 교회는 대학을 운영했고, 텍스트를 (손으로) 베끼는 행위를 통제했다. 물론 인쇄 혁명 후에는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198) 사물 인터넷과 네트워크화된 인식 주체는 우리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지식의 정치.. 2021. 6. 20.
'주류'가 될 '가상교육' 2010년 5월 11일에 탑재한 파일인데 대행히 댓글을 단 이는 한 명도 없어서 지워버리고 새로 탑재하기가 좋았습니다. 왜 이렇게 새로 싣느냐고 물어신다면 편집이 읽기에 영 불편하게 바뀌어버렸고, 그건 '파란편지'가 좀 잘난 체 하느라고 각주 같지도 않은 각주를 세 개 달아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기회 있을 때마다 한두 개씩 고쳐서 싣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애초의 그 날짜(2010.5.11)로 등록할 수가 없는 점입니다. .............................................................................................................................. 앨빈 토플러(Toffle.. 2020. 9. 18.
단축키와 인공지능 (2020.1.3) 2019.11.16. 거실 단축키와 인공지능 어떤 정책이 장기간 시행되면 흐지부지해지거나 변질·왜곡되기도 하지만 절실한 것이면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된다. 1980년대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연수도 적절한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 연수는 1990년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연.. 2020. 1. 4.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Humans Need Not Apply》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Humans Need Not Apply》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 「저커버그 VS 머스크 'AI' 설전」이라는 기사를 봤다(한국경제, 2017.7.26(수), A2). 페이스북 CEO 저크버그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두 사람의 사진에 붙은 "AI 종말론 부추기는 사람 상당히 무책임하다"(저커버그) "AI는 인간 문명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2 〈어메이징 스토리즈_Amazing Stories_〉 〈판타스틱 어드벤처_Fantastic Adventures_〉 같은 공상과학 잡지 얘기부터 시작해서 슬슬 인공지능 분야의 발달로 들어간, 비교적 긴 '서론'의 여기저기에 밑줄을 그으며 '독후감에 쓸 만한 핵심.. 2017. 8. 3.
알파고 인간의 모습 알파고 인간 Ⅰ 인간? 글쎄요. 그것도 인간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 '인간'이라는 단어 앞에 무슨 수식어를 붙이면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인조인간, 로봇 인간, 알파고 인간……. 그럼 우리 같은 '사람'을 가리킬 때는 "진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가짜 인간 .. 2016. 8. 30.
이세돌 Ⅰ : 마음연구? 조선일보 2016.3.10. 1면. 한겨레 2016.3.10. 1면. 오후에는 바둑을 배웠다. 그것은 수많은 흑색과 백색 돌로 된 고상한 판놀이였다. 희고 고운, 종이 같이 엷은 바둑돌에서 나는 바닷가의 조개 부스러기를 연상했다. 검은 돌은 굵고 둥글며 석판처럼 회색이 돌았다. 그것들은 강바닥에서 주워 온 것 같았다. 내가 주의 깊게 희고 검은 돌들을 살피고 있을 때, "자, 검은 돌을 쥐어라."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네 힘껏 돌을 판 위에 놓아라!" 나는 그렇게 했고, 위가 바둑판인 상자는 맑고 은은한 소리를 오랫동안 울렸다. 상자의 빈 곳은 많은 동선으로 감겨 있다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상대방이 돌을 놓거든 소리가 울리는 동안 기다려라. 그리고는 너의 돌을 놓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경솔하게 .. 2016. 3. 13.
존 브록만 엮음 『앞으로 50년』 존 브록만 엮음『앞으로 50년 The Next 50 Years』 이한음 옮김, 생각의나무, 2002 우리가 아직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교육 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 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다.1(301) 이 글을 여러 번 인용하면서, 사실은 게름직하기도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는 분 중에는 앞으로 50년 정도 더 살아있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사람이 그렇게 떠들더니……." 그러면 죽어서라도 제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거든요?2 미래의 교실에는 연.. 2009.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