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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이클 린치 《인간 인터넷 INTERNET OF US》

by 답설재 2021. 6. 20.

마이클 린치 《인간 인터넷 INTERNET OF US》

이충호 옮김, 사회평론 2016

 

 

 

 

 

 

 

사물 인터넷이 모든 것의 인터넷, 인간 인터넷이 되어가는데 대해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미래에 다가가야 한다는 전망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책인지 요약하거나 기억해야 한다면 다음 부분을 발췌하고 싶다.

 

서양 역사에서 무엇을 지식으로 간주할지 상당히 오랜 세월에 걸쳐 결정한 주체는 교회였다. 이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은 대체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기록되는 내용을 통제하는 능력에 있었다. 교회는 대학을 운영했고, 텍스트를 (손으로) 베끼는 행위를 통제했다. 물론 인쇄 혁명 후에는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198)

 

사물 인터넷과 네트워크화된 인식 주체는 우리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지식의 정치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모든 정치와 마찬가지로 지식의 정치도 권력에 관한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누구를 인식 주체로 간주하고, 무엇을 알려는 지식으로 간주하는가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철학자이자 위키백과 공동 창립자인 래리 생어Larry Sanger가 말한 것처럼 이것은 놀라운 종류의 권력인데,

"입법 의제를 만들어내고, 대중의 열정을 조종하고, 모든 세대를 교육시키고, 독서 습관을 이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지 않았더라면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보였을 사람들의 집단 전체에 과격하거나 멍청하다는 오명을 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197~198)

 

이러한 우려에 대하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68년에 쓴 《암병동》이 인용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기록을 위해 많은 양식의 문서를 작성하는데, 각각의 양식에는 많은 질문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서 수백 가닥의 작은 실이 뻗어나오는데, 모두 합치면 수백만 가닥이 된다. 만약 이 실들이 갑자기 눈에 보인다면, 온 하늘은 거미줄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들이 고무 밴드의 형체로 변한다면, 버스와 전차 그리고 심지어 사람들까지 모두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을 것이고, 바람은 도시 거리에서 찢어진 신문 조각이나 가을의 낙엽을 날려보내지 못할 것이다. 이 실들은 보이지 않고 물질이 아니지만, 누구나 그 존재를 인식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보이지 않는 실들을 늘 인식하면서 그 실들을 조종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히 발달한다.

 

초소형화된 스마트폰이 사람의 뇌와 직접 연결된 사회를 상상할 때(17), 이러한 사회에서는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을 타인의 조종과 욕망에 더 취약하게 만듦으로써 우리의 인지적 자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270).

이것은 우리 자신의 개성 자체를 목적으로 바라보는 걸 포기할 위험을 낳는다. 대신에 우리는 자신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즉 착취할 수 있는 도구로 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더 강력한 인식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또한 더 책임있고 이해하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271).

 

책의 본래 제목이 《INTERNET OF US》인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철학적인 설명이 책을 읽게 해준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포프, 쿤 등이 자주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