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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가요? (2023.2.24)

by 답설재 2023. 2. 24.

 

 

선생님! 새 학기가 다가왔네요. 새로운 기대로 각오를 다지기도 하겠지만 올해엔 또 어떤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걸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걱정하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필이면 이때 선생님들을 우울하게 할 뉴스들도 줄을 이었고요. ‘교직의 안정성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교사의 지위가 추락하고 있다’ ‘전례가 없던 유형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은 편이다’ ‘임용 인원수가 초중등을 막론하고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교육대학교의 경우 재학생수가 최근 10년간 1/5이나 줄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 직업 조사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던 교사 선호도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 ‘교육대학교와 사범대학의 장점이 사실상 사라지는 경향이다…’

 

학생들을 무서워하는 선생님도 계신다죠? 어느 선생님께서 학교폭력 같은 걸 정말로 우리 교사들이 담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당혹감과 함께 선생님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일까, 새삼 의문을 갖게 되더라고요. 우선 그 선생님께 여쭈어보고 싶었어요. “그럼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는 분인가요?” “혹 지식의 전수에만 집중하고 싶은가요?”

 

그렇게 묻는 실례를 무릅쓰고 그 선생님께 더 여쭈어보고 싶었고요.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그 지식의 전수를 꼭 교사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미 들어보신 이야기겠지만 어떤 학생들은 그런다잖아요. 학교 선생님은 질문하면 좋아하지 않는데 학원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로봇(인공지능) 선생님은 한없이 친절하다고요. 우스개인가요? 그렇지만 인공지능(AI)의 활용으로 학생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학습의 개별화, 개개인의 역량과 성취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현하자는 주장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는 미래(현실) 교육을 강조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들리고 있거든요.

 

학교 선생님들은 가령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한글을 알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여기시는가요? 물론 그런 아이도 많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다 알고 학교에 오는 아이가 대부분이고, 학교를 다녀도 너무 오랫동안 읽지 못하는 아이도 있지요. “학교에서 말하기와 걷기를 가르친다면, 읽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아이도 생길 것이다.” 놀라운가요? 1999년엔가 캘리포니아의 어느 교사가 한 말인데, 그 이유를 이렇게 썼습니다. “읽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교사와 학교에 문제가 있다. 읽기를 배우는 데 실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만든 학교 시스템의 희생자들이다” 그 교사에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언짢으신가요? 결코 그럴 의도로 꺼낸 얘기는 아니에요. 이제 이 얘기를 해야겠네요. 그러면 선생님도 수긍하실 것 같아요. 해마다 나타나는 수능 만점자 인터뷰요. “교과서와 학교 공부만으로 충분했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 사람들은 쓴웃음을 짓잖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언론사 인터뷰가 너무 거칠고 짧았다고 생각했어요.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을 보며 그 학생은 억울해할 것 같았어요. 그 학생은 분명히 더 이야기하고 싶었겠지요. “웬만한(!) 학생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자신만의 계획으로 공부하는 것이 일일이 설명을 듣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다만 질문하는 교실이 필요하다”… 그런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선생님! 선생님들의 진정한 역할은 이미 지난 세기에 분명히 정립되었잖아요? 학생들에게 밥을 먹여주듯 일일이 설명하는 교육이 아니라(그건 사실 교육도 아니죠!)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 협력자, 그리고 그들의 개성 하나하나를 다 살려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고요.

 

누가 선생님의 존재를 가벼이 여깁니까? 정말 우스운 사람들이죠. 선생님은 삶의 이정표이신데요.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오랜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일 수밖에 없잖아요. 헤어지면 비로소 느끼게 되는 그 이해와 사랑을 미리 쉽게 깨닫기는 어렵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