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호사는 취임 직전 임명이 취소되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고 학교와 교육청 조치에 불복하여 법의 심판을 거듭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인터넷에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검색해봤자 발단과 경과, 소명, 조치 상황 등을 다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관계자 그 누구도 행복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들면 일단 교육적 책임 같은 건 따질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교육은 무한정의 책임을 져야 마땅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 경과, 결과의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교육적일까? …
그러지 않아도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는 초중고 시절 극심한 고통을 겪어서 모든 일을 접어버리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격투기 선수로 나서게 되었다는 젊은이를 볼 수 있었고,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오랫동안 혼자 그 고통을 겪던 끝에 고교 중퇴를 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가(떠돌아다니다가) 보란 듯이 각광 받는 여행 엔터테인먼트가 된 젊은이도 있다.
숨어 사는 피해자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는 어느 운동선수는 사소한(?) 학교폭력 전과 때문에 재능의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된 후배를 안타까워하는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야기하면서도 민망하다. 교육의 힘은 보이질 않는다. 전직교사 신분을 감추고 싶을 만큼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학교폭력 문제는 원인보다 결과를 더 철저히 따져야 할까? 그렇게 조명하고 처리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왜 우리는 학교의 처분보다는 국가·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 생각이 복잡해진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떳떳하고 밝게 살긴 어렵고 언젠가는 밝혀져 고통을 겪게 마련이라면 이번 일은 사건 자체의 해결 말고도 매우 의미 있는 계기를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육부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학교폭력 처벌기준(등급)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대학입학전형에 적극 반영하면 이런 일이 사라질까? 고운 나이의 여중생들이 골목에서 다른 애를 무릎 꿇려 놓고 쇠붙이로 내려찍으며 “피 냄새가 좋다!” “(감옥에) 들어갈 것 같아?” “어차피 살인미수 아니겠냐!” 했다는 그런 일들은, 기준 혹은 그 적용이 부실하고 소홀해서 일어난 일이었을까?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또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이보다 훨씬 더 큰 일, 엄청난 변혁의 물결을 일으킬 교육개혁에 몰두하여 이런 일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는 건 아닐까?
학교폭력은 그 결과를 두고 법적으로 엄중하게 다룬다고 해서 해결되고 근절될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그래봤자 소극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목적과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어느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넣어주면 됐지 학교폭력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교육이 이렇게 허우적거리는 동안 세상은 변해서 이제 교사는 인공지능(AI)을 당할 수가 없고, 그나마 오늘 학생들에게 보물인양 전달하는 지식은 그들이 사회에 나가면 거의 쓸모없게 된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그런데도 지식교육에 몰두하여 암기훈련이나 시키고 있는 건 무책임한 일 아닐까?
이러기보다 ‘지식의 달인’ 몽테뉴가 ‘교육의 부조리’라고 지적함으로써 섬뜩하게 다가오는 말을 들어보자. “우리의 교육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뭔가를 담는 것이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교육은 우리에게 미덕을 추구하고 지혜를 즐겨 수용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
이 철학자의 주장은 간결하고 실천하기도 쉽다. 이참에 지식주입에만 몰두하는 무지막지한 일은 중단하고 학생들이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고 그 삶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제는 세상의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가진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은 것 같겠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저 학생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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